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람 Aug 03. 2024

아빠의 드럼홀릭


얼마 전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에 ‘드럼’이 뜨기 시작했다.

응? 갑자기? 드럼? 무슨 일이지?


#드럼연주 #취미드럼 #드럼독학 #드럼연습 등 평소 관심도 없던 분야가 추천영상으로 올라와서 당황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범인(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은 친정아빠였다.


오! 아빠에게 오랜만에 꽂히는 무언가가 생겼다니!

어릴 때부터, 뭐든지 독학으로 잘 배우고 익혔던 아빠가 익숙해서인지,, 아빠의 드럼알고리즘이 반갑게 느껴졌다.

또 한동안 드럼에 푹 빠져 지내시겠구나.


예순이 넘으면 뭔가에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길 들어서 걱정했는데,

아빠에게 새로운 흥미가 생겼다는 게 너무 기뻤다.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드럼을 사드려야 하나? 드럼 수업은 어디서 들을 수 있지? 엄마는 싫어할 텐데, 어떡하지? 하고 고민만 하다 아이들 방학과 함께 잊혀버렸다. 역시 딸내미 키워도 소용없네. 지 자식 챙기기 바쁘지. 휴.


그런데  며칠 전, 막내가 ”아빠가 요즘 드럼에 관심이 있는 것 같길래, 전자드럼 하나 사드렸어. 음악 하는 지인이 있어 물어봤더니, 레슨도 가능하대서 아빠 레슨도 등록해 드리려고 “


세상에, 감동!!! 와, 막내야. 역시 네가 최고다. 유일하게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우리 막둥이가, 누나들보다 먼저 아빠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을 주었구나.


엄마는 거실에 펼쳐진 전자드럼 세팅에 뒷목을 잡을지언정,

아빠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준 막둥이 칭찬해!!! 멋지다 진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 큰딸로서 나는 뭘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라도 아빠에게 멋진 선물을 해드렸다면 된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내 몫은 아빠의 드럼홀릭에 신바람을 불어넣어드리는 일!

중간중간 아빠의 드럼연주에 관심이 있다는 걸 표현하며, 기대감을 표했다.

요즘 아빠랑 공유할만한 대화주제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드럼 하나로 대화가 풍성해졌다.

아빠의 웃음이 많아졌다. 덩달아 같이 웃을 일도 늘었다. 신나!!!


며칠째 아빠는 드럼을 붙잡고 씨름 중이시다.

나는 그럼 유튜브촬영용 준비물을 사드려야 하나, 머리도 노랗게 빨갛게 염색해 드리고,

공연용 무대복이라도 사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다가 설레발치지 말아야지 싶어 입을 꾹 닫았다.

아빠의 취미생활에 불을 더 지펴드리고 싶은데. 우선 좀 지켜봐야지.


묘하게 신나고 기쁜 마음이 이어진다.

아이들이 관심사를 드러낼 만한 것을 찾아냈을 때의 설렘.

‘드디어 찾았구나! 그럼 이제 엄마는 무얼 해줄까?’ 하는 생각에 수많은 생각을 했던 시간과 노력보다  

아빠의 드럼알고리즘이 반갑고 설렜다.

어린 시절 아빠엄마가 내게 해주었던 설렘유지자극을 위한 노력과 지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리고 싶은 심정이랄까.

어릴 적 취미보다 중장년층의 취미가 더 열정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가, 그것에만 매달릴 수 있는 여유와 열정이라 하던데…

하루 종일 드럼 스틱을 손에서 놓지 않고, 드럼영상을 보며 드럼을 친다는 아빠.


엄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끄러워 살 수가 없다며 하소연하시지만,

그래도 나는 아빠에게 즐거운 취미생활이 생겨서 참 다행이다.


아빠의 드럼홀릭을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아빠 파이팅!


작가의 이전글 Everything is under contro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