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했다.
방학이 이어질수록 자꾸만 갈급해지는 나를 느꼈다. “얘들아 우리 좀 만나자. 나 어른사람이랑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지만 다들 바쁘다 보니 일정 짜는 것도 어렵고, 친구 셋 중 둘은 아들 하나씩 데리고 나와야 하는 조건이 붙어서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우리는 우아하게 브런치도 즐기고, 커피도 진하게 마시면서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들을 풀어보고 싶었을 뿐인데,
메뉴, 장소, 아이들, 학원 픽업 시간까지 다 맞추려니 머리가 아팠다.
고민 끝에 한 브런치 카페를 찜했는데, 무려 ‘호주식 브런치’란다.
아놔, 호주식은 또 뭐야 ㅋㅋㅋ
난 그냥 맛있는 커피에 따뜻한 브런치 한 접시면 충분한데, ‘호주식’이 붙는 순간 갑자기 혼돈의 카오스가 열린 느낌이다.
메뉴를 보니… 아들 입맛엔 좀 안 맞을 것 같긴 하다.
애미가 제일 좋아하는 루꼴라가 잔뜩 들어간 샌드위치며, 바게트빵 위에 올려진 토마토며 ^^
그래서 사진을 보여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이런 거 어때? 엄마랑 이모들이랑 먹으러 가려는데, 비니 이거 먹을 수 있겠어?”
잠시 들여다보던 아들의 대답.
“음, 좋진 않지만 괜찮아. 나는 그냥 안 먹어도 돼. 배고파도 참았다가 집에 와서 계란밥 먹어도 돼. 엄마 친구들이랑 먹고 싶으면 먹으러 가.”
그 순간, 짠하면서도, 고맙고,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아, 역시나…’ 하는 마음에
“그럼 만두전골이나 칼국수는 어때? 그런 건 좀 괜찮아?”
2차 대안도 꺼내봤다.
그러자 돌아온 말.
“아냐, 엄마. 그냥 처음에 먹고 싶다고 한 데로 가. 원래 처음에 물어보는 게 먹고 싶은 메뉴잖아.
괜찮아, 나는. 엄마 먹고 싶은 걸로 먹어.”
진짜 이건…
말로 다 표현 못 할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너무 기특해서 꼭 껴안고,
“고마워. 엄마 진짜 감동이야. 너무 예쁘다 너.”
하고 열두 번도 넘게 말해줬다.
방학하고 삼시세끼 차려 먹이고,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아이들의 에너지에 대응하며 ‘아, 내가 왜…’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이백번 넘게 했는데.
그런 생각이 죄스러울 만큼 눈 녹듯 사라지는 이 순간.
이 맛에 애 키우지! 낄낄.
“난 괜찮아”
내가 챙기지 않아도, 누군가를 먼저 배려하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마음.
어쩌면 우리가 자식에게 바라는 모든 성장의 본질은
이 한마디에 다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엄마가 브런치집 옆에 돈가스집 하나쯤은 찾아둘게.
하다못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초코버섯과자라도 챙겨갈게. 엄마가.
사랑한다!!!!!!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