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열심히 아껴서 한국에서의 하루하루를 보냈건만 정신 차리고 보니 아무리 아껴 써도 헤픈 지우개처럼 어느새 뭉텅 줄어들어 있다. 혼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거 완전 괜찮아’라고 했다가 곧장 ‘괜찮지 않은데’로 받아친다. 괜찮지 않을 건 또 뭐야라고 했다가 안 괜찮은 이유 백가지가 생각나 역시 안 괜찮구나 한다. 생각의 꼬리를 자른다.
나는 스스로를 밝고, 쾌활하고, 유머스러운 여성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그런데 직장동료였던 구독자 친구로부터 ‘요즘 네 글이 어둡다’라는 평을 들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성경에 마음에 있는 것이 입으로 나온다 했다. 글도 뭐 그렇겠지. 요즈음 내 맘이 어둡긴 했나 보다, 쿨하게 인정하였다. 그거면 충분하다. 정신과에서 자책하지 말라고 했으니 나에게, 넌 어두울 자격이 있어라고 말해준다.
한국에서 찍은 사진을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여주니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 했다. 여기는 나를 다독여 주는 사람들이 많아서이다. 나를 보기 위해 멀리서 많은 친구들이 찾아와 주었다. 맛있는 음식도 사 주었다. 글로만 만났던 브런치 작가님 한 분도 직접 뵙고 보니 어쩐지 웬만한 내 친구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것 같은 눈치였다. 역시 글은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많은 자극과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얼굴에 빛이 나는 건 물론 한국 화장품의 힘이기도 하다. 한국 병원의 힘이고(한국 의료보험 최고), 한국 it기술의 승리이기도 하다. 아무튼 한국이 짱이다.
한층 밝아진 얼굴이 다시 어두워지기 전에 며칠 안 남은 한국 생활을 이왕이면 신나게 누리다 갈 것이다. 한층 밝아진 얼굴이 마음이 되고 그 마음이 글이 되어 밝고 활기찬 글로 돌아오기를, 나에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