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브랜드들의 메시지 설계

이틀치 뉴스에서 추려본 패션 브랜드 PR 전략

by LBR

패션 뉴스를 매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잘 되는 브랜드들의 PR에는 뭔가 공통된 논리가 있다. 신상품 하나 내는 방식도, 실적 발표 하나 하는 방식도, 뭔가 패턴이 있다. 우연이 아니다. 설계다.


이틀치 패션 뉴스에서 그 패턴을 추려봤다.


메시지는 한 번에 소진하지 않는다


4월 초, 남성복 패션 브랜드 Z사에서 앰버서더 캠페인 성과를 발표했다. 발탁 시점과 판매 성과 발표 시점을 따로 설계했다. 앰버서더 론칭으로 한 번 커버리지를 만들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착용 아이템 판매 +55%, 슬랙스 +337%, 재킷 +269%"라는 수치를 별도로 배포했다. 하나의 캠페인을 두 번의 뉴스로 구조화한 것이다.


같은 날 M사도 비슷한 구조를 썼다.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본사 실적과 자회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실적을 같은 날 별도로 배포했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이슈가 복수의 기사로 유통됐다. "M사 역대 최대 실적"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1분기 패션 거래액 33% 증가"는 각각 다른 기사로 읽히지만, 실은 같은 날 설계된 하나의 메시지 패키지다.


공통점이 보인다. 잘 되는 브랜드들은 메시지를 한 번에 소진하지 않는다. 타이밍을 쪼개고, 독자를 분리하고, 커버리지 기회를 복수로 만든다.


숫자는 골라 쓰는 것이다


M사의 실적 발표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이날 사업보고서에 담긴 숫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매출 +18.1%, 영업이익 +36.7%는 전면에 배치됐다.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1.2% 감소한 사실은 "RCPS 회계 처리에 따른 비현금성 비용"이라는 설명과 함께 뒤에 배치됐다.


같은 사업보고서, 다른 배열. 어떤 숫자를 앞에 두느냐가 기사의 프레임을 결정한다.

그런데 오늘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한 매체가 동일한 공시 자료에서 전혀 다른 앵글의 기사를 냈다. 자회사 적자 누적, 부채비율 532.9%, 반복 행정 제재 2년간 14차례. M사가 설계한 긍정 서사와 정반대 방향의 기사가 같은 날 동시에 유통됐다.


이게 PR의 현실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숫자를 배열해도, 공개된 데이터에서 반대 방향의 앵글을 도출하는 건 언론의 몫이다. 대형 공시 이슈일수록 긍정 메시지와 리스크 해석이 동시에 시장에 유통된다. 숫자를 고르는 것만큼, 고르지 않은 숫자에 대한 대응 논리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브랜드를 트렌드의 증거로 만드는 법


패션 대기업 L사가 전개하는 H브랜드의 26SS 남성 신상품 기사가 한 종합일간지에 실렸다. 기사 구조가 흥미로웠다.


기사는 프라다, 생 로랑, 이자벨마랑부터 시작한다. 글로벌 럭셔리 컬렉션에서 워크웨어 감성이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 앞부분을 채운다. 독자가 "아, 지금 이게 트렌드구나"를 흡수한 다음, H브랜드가 등장한다. 마드라스 패턴 패치워크 워크재킷, 물량 5~6배 확대. 브랜드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트렌드의 근거로 위치하는 구조다.


'우리 신상품이 나왔습니다'를 직접 말하는 것과, '글로벌 트렌드가 이렇고 우리는 그 흐름에 있습니다'를 말하는 것은 독자가 받아들이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광고로 읽히고, 후자는 정보로 읽힌다.


보도자료를 쓸 때 첫 문단에 자사 제품을 두고 싶은 충동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산업 맥락을 먼저 설정하고 브랜드를 그 안에 편입시키는 구조가 기자에게도, 독자에게도 훨씬 잘 읽힌다. H브랜드 기사는 그 방식의 교과서적 사례다.


같은 날 네 가지 이슈를 동시에 낸다는 것


M사는 4월 한 날에 실적, AI 전환 계획, 공간 전략, 보안 인증 네 가지 이슈를 동시에 언론에 노출했다. 각각의 메시지가 투자자, 소비자, 파트너사, IT 업계라는 서로 다른 독자를 향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인상으로 수렴한다. "M사는 지금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커지고 있다."


단일 메시지 하나를 잘 만드는 것과, 복수의 메시지를 동시에 운용해 하나의 브랜드 인상을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전자는 실행이고, 후자는 설계다.


SPA 브랜드 U사도 비슷한 구조를 썼다. LA 다저스 구장 명명권 파트너십 하나로 오타니를 통한 일본 소비자 연결, MLB 코드를 통한 미국 현지 인지도, 북미 매장 확장 서사를 동시에 작동시켰다. 하나의 파트너십이 세 개의 메시지를 동시에 실어 나른 셈이다.


국내에서는 스타필드 하남 리뉴얼 오픈 당일 미디어 투어를 열고 "오픈 30분 만에 250명"이라는 장면을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포착하게 만들었다. 브랜드가 수치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기자가 현장에서 수치를 발견하는 구조다. 메시지의 발신자가 브랜드에서 현장으로 이동하면, 그 기사는 보도자료 기반 기사가 아니라 취재 기사가 된다. 신뢰도가 달라진다.


패턴을 정리하면


이틀치 뉴스에서 추려낸 패턴은 네 가지다.


하나, 메시지를 한 번에 소진하지 않는다. 타이밍을 쪼개고 커버리지 기회를 복수로 만든다.


둘, 숫자는 선택이다. 어떤 수치를 전면에 두느냐가 프레임을 결정하지만, 공개된 데이터는 누구나 다른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셋, 브랜드를 트렌드의 증거로 위치시킨다. 산업 맥락을 먼저 깔고, 브랜드를 그 안에 편입시키는 구조가 광고보다 정보로 읽힌다.


넷, 복수의 메시지를 동시에 운용해 하나의 인상을 만든다. 각각의 메시지가 다른 독자를 향하면서도, 전체로 읽히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게 설계한다.


잘 되는 브랜드들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 네 가지를 의식적으로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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