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브랜드의 생존 공식: 이름을 지우고도 팔리는가

by LBR

PR 직무로 일하다 보면 셀럽 브랜드 뉴스를 읽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일반 독자는 "강민경이 만든 옷"에 주목하지만, 나는 다른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이 브랜드는 셀럽의 이름 없이도 설명이 되는가.


패션업계지에서 오늘 K-셀럽 브랜드 현황을 정리했다. 아비에무아, 니나쏭, 카일로, 다크룸스튜디오, 리민... 한 기사 안에 이렇게 많은 이름이 쏟아진 건, 이미 이 장르가 업계의 정식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다. 과거엔 "연예인이 옷 만들었대"로 끝났다. 지금은 백화점 핵심 조닝, 일본 셀렉트숍 입점, 시리즈 A 투자 유치까지 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떠오른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두 번째 구매는 셀럽이 만들지 않는다


셀럽 브랜드의 첫 번째 강점은 명확하다. 론칭 직후 주목을 끄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팬덤이 초기 바이럴을 만들어주고, 미디어는 "누가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사를 쓴다. PR 관점에서 이보다 효율적인 론칭 구조는 드물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두 번째 구매, 세 번째 구매는 셀럽의 인지도가 결정하지 않는다. 제품이 결정한다.


아비에무아가 이 임계점을 넘은 방식은 꽤 직접적이다. 시그니처 아이템 '폰놉'이 출시마다 완판을 기록하면서, 브랜드의 설명 방식이 달라졌다. "강민경 브랜드"에서 "폰놉 나오는 브랜드"로. 이 전환이 결정적이다. 특정 셀럽의 팬이 아닌 소비자도 진입할 수 있는 입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기 20대 여성 중심이던 고객층이 현재는 30~50대와 남성까지 확장됐다. 고객층 확장은 브랜드가 팬덤 의존에서 벗어났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다.


히트 아이템은 제품이 아니라 PR 인프라다


PR 실무를 하면서 느끼는 건, 브랜드에 '설명하기 쉬운 아이템' 하나가 있느냐 없느냐가 커버리지 질을 완전히 바꾼다는 점이다.


"이 브랜드 어떤 브랜드예요?" 라는 질문에 "다양한 스타일의 여성복을 선보이는..." 식의 답이 나오면, 기자도 독자도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 "폰놉 나오면 매번 완판되는 브랜드"라는 한 문장이 있으면, 이 브랜드를 설명하는 앵글이 자동으로 생긴다.


아이백유어파든의 '하트백'도 마찬가지다. 단일 아이템, 세 가지 컬러만으로 주요 플랫폼 랭킹을 휩쓸었다는 팩트는 보도자료 없이도 기사가 된다. 초기 자본 400만원, 직원 없이 두 명이 운영한다는 맥락이 붙으면 이야기는 더 강해진다. 히트 아이템이 있는 브랜드는 미디어가 스스로 앵글을 찾아온다. 없는 브랜드는 PR이 그걸 매번 만들어야 한다.


운영자가 직접 보인다는 것의 의미


이번 기사에 등장한 브랜드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창업자가 브랜드의 첫 번째 얼굴이라는 점이다. 송지효는 유튜브 브이로그로 CEO 일상을 공개하고, 이민경은 디자인 디렉팅부터 촬영까지 직접 참여한다. 홍유경은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에스모드서울에 입학한 이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게 단순한 진정성 마케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PR 관점에서 보면 다른 기능을 한다. 창업자의 이야기가 곧 브랜드의 스토리가 되기 때문에, 미디어가 필요한 콘텐츠를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보도자료 없이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시즌마다 새로운 앵글이 발생한다. 운영자의 서사가 브랜드의 PR 파이프라인이 되는 셈이다.


이 브랜드를 피칭해야 한다면


만약 내가 이 브랜드들의 PR을 맡는다면, 어떤 앵글로 피칭할까.


아비에무아라면 "셀럽 브랜드 수식어를 뗀 시점"이 앵글이다. 20대 여성 브랜드였던 것이 30~50대 남성까지 구매하는 브랜드가 된 변곡점, 거기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카일로라면 에스파·아일릿이 선택한 이유보다 이탈리아 원단 고집이라는 제품 철학이 더 지속 가능한 앵글이다. 다크룸스튜디오라면 에반게리온·디키즈 협업의 선택 기준이 흥미롭다. 어떤 브랜드와 협업하고 어떤 브랜드와 하지 않는가, 그 기준이 곧 브랜드 아이덴티티다.


셀럽 브랜드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연예인이 만든 옷"에서 "제품력으로 검증받은 브랜드"로. 그 이동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고, 도달한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브랜드의 격차는 이미 유통 데이터에 드러나 있다.


PR 관점에서 이 장르가 흥미로운 이유는, 성공한 셀럽 브랜드들이 결국 모든 브랜드가 풀어야 하는 같은 숙제를 풀고 있기 때문이다. 셀럽이라는 초기 주목 이후,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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