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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썸씽로튼>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르네상스, 지난 글에서 회화의 새로운 시대를 연 작가 지오토의 그림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그의 뒤를 이어 15세기 초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세 명의 화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려 합니다. 오늘 이야기하게 될 마사초, 도나텔로, 그리고 보티첼리는 모두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활동을 펼쳤던 화가입니다. 중세 유럽의 기반이 되었던 봉건제가 차츰 힘을 잃고 새로운 지배층으로 시민 계급이 등장하면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벗어난 비종교적 영역, 특히 학문과 예술에 대한 적극적인 후원이 시작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상업 도시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는데, 특히 당시 피렌체는 인구 10만이 넘는 도시국가로서 유럽 전역에 지점을 둘 정도의 대단한 경제적/정치적 권력을 가진 코시모 메디치(Cosimo de’ Medici)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은 학자들과 예술가들의 주요 활동 무대가 되었습니다.
초기 르네상스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마사초(Masaccio)는 회화에서 ‘원근법’을 최초로 선보인 화가입니다. 원근법이란 평면의 화면에 마치 3차원의 공간이 펼쳐진 것처럼 묘사하는 회화 기법으로,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교회의 벽에 그려진 <성 삼위일체>는 원근법에 근거하여 그려진 최초의 그림 중 하나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뒤편에는 성부, 양쪽에는 성모 마리아와 성 요한, 그리고 그리스도의 발 아래 무릎 꿇은 두 명의 기부자-도메니코 렌지와 그의 아내-가 보입니다. 제목의 ‘삼위일체’는 기독교의 가장 근본적인 교리로, 하느님의 본질은 성부-성자-성령의 세 위격으로 이루어지는 동시에 하나의 유일한 존재라는 믿음인데요. 보통 회화에서는 성부-하느님 아버지, 성자-예수 그리스도, 성령-비둘기로 표현됩니다. 마사초는 이러한 전통을 따르면서도 인체를 그리는 데 있어 중세의 납작한 종이인형 같은 평면의 양식이 아니라 조각처럼 입체감을 가진 3차원적인 묘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간을 표현한 방식 또한 당시로서는 굉장히 혁신적인 것이었습니다. 마사초는 천장의 패널을 뒤로 갈수록 점점 작게 그림으로써 원근법에 기반한 화면의 깊이감을 만들어 냈고, 이를 통해 2차원의 평면이 아니라 캔버스 뒤로도 3차원의 공간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초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두 번째 작가는 도나텔로(Donatello)입니다. 도나텔로는 마사초가 회화에서 보여주었던 ‘사실적 묘사’를 조각에서 이루어 르네상스 조각의 새로운 시대를 연 인물입니다. 도나텔로의 <성 게오르기우스>는 높이 209cm의 대리석상으로 이마의 주름살부터 눈썹, 두 손의 묘사 등이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15세기 초, 피렌체의 조각가들은 중세의 판에 박힌 방식을 거부하고 실제 모델에게 자신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자세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여 보이는 것을 토대로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체에 대한 이러한 직접적인 관찰의 태도가 도나텔로의 작품을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도나텔로의 후기작 <막달라 마리아>는 188cm의 나무 조각상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 여위고 주름살 많은 얼굴 등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는 사실적인 묘사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16세기에 활동했던 미술사학자 바사리(Giorgio Vasari)가 이 작품을 언급하면서 “인체 해부학에 대한 도나텔로의 전문가에 가까운 지식이 인물의 모든 부분에 완벽한 정확성을 부여했다”고 평가했을 정도였지요.
마사초와 도나텔로가 각각 회화와 조각 분야에서 3차원적인 사실주의를 향해 나아갈 때 보티첼리는 오히려 그 반대 방향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비너스의 탄생>은 제목 그대로 미의 여신 비너스가 탄생하는 장면으로, 바다에서 태어난 비너스가 바람의 신에 의해 해안으로 밀려 오고 있고 과실나무의 요정 포모나가 그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비너스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그의 아들 크로노스의 싸움으로 인해 태어난 여신입니다. 우라노스가 지속적으로 자식들을 죽이자 우라노스의 부인이자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가 크로노스에게 형제들을 위해 복수할 것을 명하고, 이에 크로노스는 낫으로 아버지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에 던져 버립니다. 그 주위에 생긴 하얀 물거품 속에서 생겨난 아름다운 처녀가 바로 비너스지요.) 이 그림은 마사초의 회화와 비교했을 때 르네상스적이라기보다는 비잔틴 시대의 미술을 떠올리게 하지만, 고대 신화의 부활이라는 르네상스의 주요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유일신의 이야기만 가능했던 중세를 지나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탐구가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또한 비너스 양편에 배치된 신들은 각각 육체의 격정과 정신의 순결을 상징하는데, 인간의 육체를 원죄를 담보한 부정적인 것으로 보았던 중세적 시각에서 벗어나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모두 갖춰져야 완벽한 아름다움(=비너스)이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초기 르네상스 미술의 선구자 마사초, 도나텔로, 보티첼리의 대표작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16세기 전성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세 명의 작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그리고 라파엘로의 작품을 만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