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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나딘 Dec 02. 2020

[광고] 지구를 생각하는...

 “우리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라고 당당하게 망토를 두르고 아빠가 지구의 환경 개선을 위해 행하는 수많은 일들을 자랑하던 아이가 등장했던 광고를 다들 기억하시나요? “콘덴싱 마드러요오~”하며 선생님께 아빠의 직업을 자랑했었죠. 에너지 절감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려는 경동나비엔의 목표의식을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내려 했던 이 광고는 개인적으로는 차별 및 일종의 계급의식이 곳곳에 드러나는 듯 보여서 조금은 불편합니다. 

최근에는 가족들과 모두 함께한 자리에서 한 아이의 “친환경 보일러가 뭐예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가족 모두가 당황해하는 사이 제법 똘똘한 아들이 당당히 친환경 보일러에 대한 정의를 말하는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지구를 지키는 콘덴싱’과 ‘친환경 보일러는 콘덴싱’이라는 내용을 공식화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담긴 광고입니다. 누나도 어른들도 모르는 질문에 아들이 술술 답하는 이 광고는 AP신문 광고 평론가들의 엇갈린 평가를 받게 됩니다. 연속성이 있게 ‘친환경’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는 측과 친환경 보일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하고, 왜 그것의 설치가 의무화되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지 않았기에 불친절한 광고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경동나비엔의 기기들이 왜 ‘친환경’이라고 불리게 되었을까요? 두 개의 기기만 살펴보아도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경동은 에어컨을 작동할 때 환기로 인해 에너지 손실이 많아지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청정환기시스템을 출시했습니다. 또, 겨울철에는 배기가스의 온도차만큼 낭비되던 열을 재활용하여 가스비를 줄일 수 있도록 했으며,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일반 보일러 대비 약 79% 감소시켰기 때문에 연간 소나무 208그루를 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는 환경의 심각한 변화를 야기하고 무서운 재해를 불러오게 되었습니다. 또한, 생명을 잃어가는 동물과 사라져 가는 식물 등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원인은 다수의 학자들이 바로 ‘인간’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간빙기의 온화하고 안정적인 기후를 바탕으로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인해 대기성분은 급증한 탄소량 때문에 화학물질로 조성되어 지구의 환경 조건은 돌이킬 수 없이 변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이 2000년 과학저널 내이쳐에 게재한 글에서 인류세(Anthropocene)이라는 지질시대의 명칭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되었습니다.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 활동에 의해 환경에 변화가 초래된 시기라는 점에 있습니다. 땅과 공기, 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존재하는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악영향의 근간에는 인간이 있습니다. 인류세는 지금까지 인간을 중심으로 사고하던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합니다. 인간이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던 비인간적인 존재들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인간의 행동이 다른 행위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며, 또한 그들의 반응 역시 우리의 행동을 제한한다는 점이 매우 유의미합니다.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과 미세먼지에 따른 질병만 보아도 그들이 우리의 삶을 제약하는 방식은 너무나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술계에서도 이러한 인류세의 논의를 작품으로 이끌어가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경동나비엔이 우리의 주거지 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기기 개발을 통해 환경의 피해를 절감시키려는 노력과 같이 인간의 거주방식을 새롭게 제안하는 작가로 토마스 사라세노(Tomas Saraceno)를 들 수 있습니다. 사라세노는 건축학, 환경학, 천체물리학, 열역학, 생명공학, 항공 엔지니어 등의 학문과 최근 연구 성과를 폭넓게 반영하여 작품을 제작합니다. 


그의 <구름 도시 Cloud Cities>는 거울과 아크릴을 소재로 만든 16개의 모듈로 조립되었습니다. 주변을 비추고 동시에 환경을 볼 있도록 의도한 작품은 나와 자연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구름 도시>에서 구름은 예술과 비예술, 건축과 과학, 우주와 지구 사의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구름처럼 자유롭게 이주하고 재결합도 가능하고, 거주도 가능하면서 지구 환경에 해를 입히지 않는 메트로폴리스의 이상향을 제시합니다.      

사라세노, <구름도시>,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루프가든에 설치된 작품.

<에어로센 Aerocene>은 <구름 도시>와 같은 거주지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위 작품이 거주지와 관련이 되었다면, <Aerocene>은 지구환경에 부담이 되지 않는 이동수단에 해당하겠습니다. 작가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공중으로 부양하는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풍선 외부와 내부의 온도 차이와 태양열과 바람 등으로 부양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과 막스 플랑크 연구소,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 등 저명한 과학기관들과 협력했다고 합니다. 2015년에는 유인 태양열 비행의 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가 작품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주요한 단어는 바로 ‘공생’ 일 것입니다.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에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작가는 늘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자원으로만 대하던 태도와는 확실히 다른 사라세노의 입장을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공감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가까운 미래에 구름 도시와 같은 유토피아는 건설되지 못하겠지만, 숨쉬기 편한 공기와 맑은 하늘, 북극곰이 쉴 수 있는 빙하를 유지시킬 수 있는 노력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의 창궐이 오히려 지구에게 맑아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여러 이야기들은 인간 중심의 사고로 지구를 점령했던 우리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듯합니다. 지금이라도 지구를 그리고 비인간 존재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환경을 보호하고 개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친환경이 아닌 환경 우선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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