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에 수수료 0% 싸움이 벌어진다. 링 위에 오른 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연이어 이틀 보도자료를 받고, 기사를 읽다보니 뉴런에 쥐가 난다. 어렵고 어렵다. 배달앱 사용법은 간단한데 뒤에서 주판알을 튕기는 두 회사의 셈법은 복잡하기만 하다. 서로 같은 단어도 다르게 쓰고. 나의 이해를 돕고자 정리를 해보았다.
7월 28일 우아한형제들이 주문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이튿날 요기요가 받아쳤다. 우아한형제들은 주문 수수료를 안 받고 결제 수수료는 받지만, 요기요는 모든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 우아한형제들은 당장 8월 1일 시행하고, 요기요는 8월 중반께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과연 어느 기업이 수수료 0% 싸움을 버텨낼 체력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에겐 두 서비스의 힘겨루기가 흥미진진한 결투로 보이지 않을까.
싸움을 즐기려면, 선수들의 이력을 알아야 하는 법. 배달앱의 수수료부터 들여보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은 수수료를 안 받겠다고 말하는데, 각자 수수료를 다르게 정의한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 7월 28일 “수수료 0%”라고 말한 수수료는 바로결제 수수료에서 외부 결제 수수료를 뺀 나머지다. 간단하게 말해, 배달의민족 몫으로 가져가던 돈을 앞으로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무슨 말인고 하니, 바로결제라는 건 배달의민족의 유료 상품이다. 식당 대신 주문을 대신 받고서 수고료조로 주문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를 식당에 청구하다. 이 수수료는 사용자가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고서야 받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 ‘보라반점’이라는 가상의 중국집의 상황을 예로 들겠다. ‘보라반점’은 배달 주문량을 늘리고자 배달의민족의 ‘바로결제’를 쓰기로 했다. 이걸 하면, 바로결제를 하지 않는 가게보다 더 높고 눈에 띄 는 자리에 가게가 나온다.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배달의민족은 주변의 음식점을 주요 메뉴로 나눠 목록을 뽑아준다.
‘보라반점’에 주문이 들어왔다. 배달의민족 바로결제로 주문이 들어왔다. 1만원짜리 짜장면과 탕수육 세트다. 주문은 ‘보라반점’이 받았으나 결제는 배달의민족에서 된 거라, 당장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대신 배달의민족이 그 다음주 수요일에 정산해 전달한다. 이때에 결제 수수료와 주문 수수료를 떼고서 받는다.
결제 수수료는 신용카드나 휴대폰 결제를 이용하면서 결제 대행 업체가 떼어가는 돈이다. 주문 수수료는 배달의민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대가로 뗀다. 결제 수수료가 3.5%, 주문 수수료가 5.5~9%(주문 방식에 따라서 수수료율이 달라진다. 콜센터로 주문받는 게 가장 비싸고, 앱에 있는 주문하기 기능을 이용하는 게 가장 싸며, 손님 후기가 좋으면 수수료 할인을 받는다)라서 ‘보라반점’이 1만 원 세트를 팔아서 손에 쥐는 돈은 수수료 9백 원~1천2백5십 원을 뺀 나머지다. 8천8백5십 원~9천1백 원이다. 만약 이 세트를 손님이 ‘보라반점’에 전화로 주문했다면, ‘보라반점’은 1만 원을 온전히 받았을 게다.
이 주문 수수료는 ‘보라반점’에 부담이다. 파는 짜장면 그릇 수는 같은데 배달의민족으로 주문이 들어올 때면 생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배달의민족에서 눈에 띄는 자리에 가게 이름을 보이는 효과는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이 주문 수수료로 주머니를 두둑이 채웠다. 주문 수수료는 배달의민족 매출 30%를 차지한다. 2014년 매출이 291억 원이라고 밝혔으니, 어림잡아 90억 원이다. 그런데 바로결제 주문량이 2015년 들어 3.5배 늘었다. 그런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30%는 변함이 없다.
배달의민족은 위에서 결제 수수료를 뺀 나머지, 주문 수수료 그러니까 자기 몫으로 가져가던 걸 없애겠다는 발표를 했다. 결제 수수료는 본래 배달의민족의 몫이 아니었으므로, 이것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그대신 결제 수수료를 3.5%에서 3.0%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결제 대행업체와 협의해 낮췄다고 했다.
(이는 배달의민족에서 일어나는 결제 규모가 커진 탓이리라. 결제 수수료 가운데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는 자영업자보다 배달의민족이나 이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업체가 더 낮은 수준으로 부담함다. 사업 규모가 작을수록 카드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셈이 복잡해지는데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매출은 밝히지 않았다. 상반기 매출도 밝히지 않았다. 추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2014년 바로주문 수수료 매출을 90억 원으로 잡고, 2015년 늘어난 주문량 만큼 매출액도 비례하다고 가정하면 2015년 상반기에 어림잡아 270억 원이 바로결제로 발생했다.
바로결제가 2014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해, 약 1년 반 동안의 지표를 보면 바로결제 매출은 성장세를 그린다. 우아한형제들은 올 하반기, 내년, 내후년, 앞으로 쭉 발생할 바로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건 매출원을 포기한 것. 2014년 총 150억 원 적자를 낸 기업치곤 과감해도 매우 과감하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결정으로 식당 사장님에게 이름을 한 번 더 알리지 않았을까. 등록한 가게가 15만 곳인데 등록하지 않은 ** 식당에 이름 한 번 더 들려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식당 사장님이 배달의민족을 써볼지를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결제 수수료까지 더하면 10% 넘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배달앱을 쓰거나,
안 쓰거나
여기에
이왕 신용카드 받을 거면, 배달의민족을 써볼까. 결제 수수료 말고 더 낼 것도 없으니.
라는 선택지를 추가한 것이다. 앞으로 바로결제를 쓰는 동네 식당이 늘어나서 더는 ‘바로결제’라는 딱지가 가게 이름을 돋보이지 않으면, 식당 사장님이 앱 사용자의 눈에 띄고자 별도 광고를 집행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요기요가 하루 뒤 발표한 수수료 제로는 우아한형제들이 말한 수수료 제로와 다르다. 3.5% 결제 수수료까지 받지 않는 수수료 제로다. 결제 대행 업체에 떼주는 결제 수수료는 요기요가 부담한다. 여기엔 조건이 있다. 식당이 월 얼마의 비용을 내야 한다. 식당을 대상으로 한 회원제 서비스인 셈이다.
요기요의 박지혜 마케팅 매니저는 “(요기요에서) 매출이 많이 나는 가게엔 이 편이 훨씬 이익”이라며 “예를 들어 한 달에 요기요 주문이 1백, 2백 건이 발생하는데 주문 수수료가 새롭게 나올 상품의 월 고정비보다 높다면, 고정비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월 고정비가 얼마일지 요기요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7월부터 817개 가맹점에 결제 수수료는 받으면서 주문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이 방식을 시범 운영했는데 8월 초 한 달 간 참여한 가맹점 매출이 변화한 양상을 파악해, 구체적인 계획을 짤 예정이다.
여기에서 생각해볼 지점. 요기요는 수수료 0%로 낮추며 월 얼마를 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중국집, 치킨집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하나 더 만든 셈이다. 배달의민족은 결제 대행업체에 전달해야 할 결제 수수료만 받기로 했다. 수수료 0%이라는 메시지와 정책을 한 기업은 광고 상품으로, 다른 한 기업은 투자로 바라보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이 내린 결정을 투자라고 바라보는 건, 수수료 제로를 선언한 날에 배민라이더스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배민라이더스는 우아한형제들이 6월 본사가 있는 송파구에서 운영하는 배달 서비스다. 배달할 직원이 없는 식당의 음식을 대신 배달한다. 이 사업을 하려고 우아한형제들은 7월 ‘두바퀴콜’이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배민라이더스는 7월 현재 직원 30명에 배달직원 15명이 있고, 송파구 50개 상점의 음식을 배달한다.
배민라이더스가 앞으로 순항을 할 거라고 상상해보자. 지금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라이더스의 배달직원의 급여로 월 250만 원을 책정하고 4대보험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동네 중국집과 치킨집, 프랜차이즈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이 정도의 급여를 받을까. 그보다 배달 직원을 따로 둘 만큼의 여력들이 있을까. 우아한형제들은 동네, 지역의 배달을 아웃소싱하게 되지 않을까. 시작은 송파구이고.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라이더스를 2015년 8월 강남구를 포함하여 서울 3~4개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민라이더스: 우아한형제들이 직접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 배달원이 없는 식당이라도 음식 배달을 할 수 있다. 배달원은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하며, 점심과 저녁을 배달한다. 업무 시간 특성상 아침과 야식은 배달하지 않는다. 이 직원들은 4대 보험을 보장받으며 월 급여 250만원을 받는다.
치킨집과 중국집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이전까지는 전단지 뿌리고 주문 손님에게 스티커와 자석 쿠폰을 나눠줬는데 배달앱이 나오면서 혜택이 더 높은 곳이 어디인지 솎아내야 한다.
그리고 우아한형제들 대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RGP코리아의 본사인 독일 회사) 중 마지막에 웃는 승자가 누구일지 지켜봐야지. 결과는 빠르면 5년 뒤 나올 것이다. 15년 전 전자상거래 산업을 취재하던 선배는 적자이던 전자상거래 업체가 흑자를 내고 대표 기업이 되기까지 5년 걸렸다고 했다. 미국 아마존은 10년이 걸렸고. 이 말인즉슨 버텨낼 체력이 있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는 말. 중간에 체력이 떨어지면 싸움은 거기에서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