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강남-정자 구간 16분 동안 모바일 송금
대표 이미지 출처: 플리커 Hernán Piñera. 사진 URL CC_BY_SA
7월 1일 금요일. 리디북스가 포인트를 2배 적립하는 첫날이었다. 리디북스는 매달 1~3일 사이에 리디캐시를 충전하면 충전 금액에 따라 3~9% 주는 포인트를 6~18%로 2배로 준다. 지난 금요일 저녁 나는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리디북스의 이 정책이 퍼뜩 생각이 났다.
그 주에 나는 리디북스 트위터 계정에서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우에하시 나호코라는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이자 판타지 소설 작가의 작품인 ‘수호자’ 시리즈의 최신 호인 4권이 리디북스에 입고됐다는 내용이었다. 3권까지 읽다가 4권이 궁금해서 트위터로 문의한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한 답이었다.
@BoraShow 안녕하세요, 리디북스입니다. 수호자 시리즈의 4권 <허공의 여행자>가 출간되었습니다. 참고 부탁드려요! :)
무시할 수 없는 메시지였다. 굳이 ‘당신이 찾던 책이 들어왔다’고 알려주니 사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한 달 전 문의사항을 잊지 않고 챙겨준 데에 고마움, 기억해서 알려주었는데 모른 척할 수 없는 압박감이랄까. 그래서 기억이 난 김에 서둘러 결제하기로 했다.
먼저 리디북스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고민 끝에 5만원을 충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달 용돈이 꽤 남았다. 결제 수단을 골라야 했다. 용돈 계좌는 아직 체크카드를 발급하지 않아서, 계좌이체가 아니면 돈을 뺄 방법이 없었다.
카카오페이와 페이나우, 신용카드, 휴대폰, 계좌이체, 문화상품권, 해피머니 등 10가지 방법 중에 무통장입금을 골랐다. 무통장입금과 비슷한 계좌이체는 페이나우 또는 공인인증서로 해야 해서 제꼈다.
무통장입금은, 모바일 송금 서비스로 하기로 했다. 최근 각종 페이류를 리뷰한 글을 쓴 기억을 떠올려 그 중 하나를 골라 쓰면 될 일이었다. 내가 계정을 만든 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쓰, 페이코 네 가지다.
서비스 4개 중 페이코를 쓰기로 했다. 페이코는 계좌번호로 송금하기 기능을 지원하고, 계좌 등록 방법이 넷 중에서 가장 간편하다.
본인 계좌 번호를 입력하고, 계좌주인이 자기 생년월일을 입력하는 걸로 인증한다. 다른 서비스는 계좌에 1천 원 미만을 입금하고서 얼마 입금했는지 맞히라거나, 입금 메시지에 쓴 숫자를 입력하라는 절차를 만들었다. 이 방법은 모바일 뱅킹을 신청했거나 ATM기 옆에 있지 않으면 계좌를 등록하기가 여간 귀찮다. 페이코는 이 귀찮은 방법이 없다.
그런데 웬걸. 그새 바뀌었다. 입금 메시지에 입력한 숫자를 확인해야 했다.
인터넷 접속 원할하지 않은 지하철에서 은행 앱과 페이코 앱을 오가며 인증을 완료했다. +_+. 모든 과정을 끝냈나 싶었는데 은행당 계좌는 1개만 등록할 수 있단다. 아, 시작 단계부터 알려주지. 중간중간 인터넷 접속이 끊겨서 ARS 인증을 세 번이나 했는데……
아주 짧은 순간 내 머리에 입력한 페이 서비스류의 지식을 훑었다. 네이버페이는 페이코보다 더 엄격하다. 1인 1계좌만 등록할 수 있다. 여기도 제꼈다.
네이버페이: 1인 1계좌만 허용. 계좌번호로 송금 불가. 받을 사람을 네이버 아이디, 휴대폰 번호, 주소록에서 고르기만 가능
카카오페이: 계좌번호로 송금 불가. 모바일 송금에서는 네이버보다 더한 가두리 양식장
토쓰: 계좌번호로 송금 가능. 은행 한 곳에서 계좌 둘 이상 등록 가능.
페이코: 계좌번호로 송금 가능. 은행당 계좌는 1개씩만 등록.
카카오페이는 네이버페이, 페이코, 토쓰 4가지 서비스 중에서 사용법이 가장 복잡하다. 그 앱을 켰다가 뒷목만 잡다가 내릴 것 같아서 제꼈다. 무엇보다 카카오페이는 카톡 메시지로만 송금할 수 있다. 계좌번호 송금 기능이 없다. 이제 남은 건 토쓰다.
토쓰는 송금 기능만 있어서 (아직 결제수단으로 토쓰를 붙인 서비스를 본 적이 없다) 사용법이 가장 간단하다. 편하다. 쉽다. 쓰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
고맙게도 토쓰는 같은 은행의 계좌 여럿을 등록해도 됐다. 계좌 정보를 입력하고, 입금 메시지에 쓰인 숫자를 입력하고, ARS 인증을 하고 나자, 계좌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얼른 리디북스가 내게 만들어준 가상 계좌 번호를 입력해 송금했다. 송금 완료 메시지가 뜨자마자 리디북스에서 입금 확인 메일이 왔다.
리디캐시를 충전하고 우에하시 나호코의 ‘허공의 여행자’를 결제하고 나니 내릴 역에 다 왔다. 강남역에서 정자역까지 숨가쁘게 계좌등록-계좌이체했다. 책을 사고 3일째. 아직 첫장을 열어보지 않았다. 책은 읽는 것보다 사는 게 중요하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