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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쇼 Jul 19. 2016

헌책방이 시내에 있어서 좋은 점

들고 나온 책을 다른 책으로 바꾸는 방법

외출할 때면 버릇처럼 책 한 권씩 챙긴다. 읽든 읽지 않든 상관 없다. 안 들고 나가면 허전하다. 책 없이 나왔는데 시간이 비면 아깝다는 생각뿐이다. 그런 때가 자주 있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방에서 빈 자리를 찾는다. 없으면 더 큰 가방을 산다.

책을 들고 나왔는데 마침 읽을 시간이 나서 챙겨온 책을 다 읽으면 난감하다. 내 책장에 몇 년이고 꽂아둘 게 아니라고 버릴 수도 없다. 다 마신 캔 커피의 캔은 버려도 책은 그게 안 된다. 가방은 점점 무겁고, 시간은 더 남았는데 딱히 할 게 없으면 난감함의 강도는 세진다. 빈 시간 휴대폰을 들여보며 때워도 되건만 굳이 책 읽는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

오늘은 챙겨온 책을 다 읽었다. 좀체 속도가 나지 않던 책이라서 방심했다. 약속 시각까지 3시간 가까이 남아서 내 시간이 붕 떴다. 할일은 없지만, 어떻게든, 약속장소인 서현역으로 걸어왔다. 뭐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보낼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약속장소는 서현역에 있는 AK플라자였다. 농협에서 곧장 걸으면 나오는 곳이다. 농협을 뒤로 하고 길을 건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왼쪽으로 몸을 틀어 지하에 있는 알라딘 중고책방으로 갔다. '그래, 책 구경을 해보자.'

알라딘 중고책방의 서가를 구경하니 어깨에 맨 가방이 무거워졌다. 무슨 생각인지 알라딘 앱으로 오늘 들고 나온 책을 알라딘에 중고로 팔면 얼마를 주는지 찾아봤다. 1천 원 균일가로 매입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1천 원이면 팔기에 쑥스러울 만큼 싸다. 마음이 오락가락하는데 알라딘 모바일 앱을 보니 내게 알람이 와 있었다. 적립금 유효기간이 이달까지라는 내용이었다.


결정했다. 들고 나온 책을 1천 원이라도 받고 내 가방에서 빼 버리고 이달까지 써야 하는 적립금에 돈을 보태서 책을 사기로.

그렇게 난 1천 원에 헌책을 팔고 2850원에 또다른 헌 책을 샀다. 시내에 약속이 있으니 들고 나온 책을 처리(?)하고 새로운 읽을거리를 구했다. 가방 무게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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