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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쇼 Oct 01. 2016

기사 쓰고도 가라앉지 않는 마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 워치를 테스트하는 시각장애인을 만나고서

이밤에 친구랑 1시간 통화. 어제로 딱 일주일 전 만난 사람 얘기를 한참 하다 끊었다.





가디에서 만난 그


아주 젊은 학생. 시각장애인. 전맹. 스타트업 인턴. 앞을 못보지만 게임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사학 전공. 수능도 보고. 3학년.

스마트 점자 워치를 만든다는 닷에 취재 가서 만났는데 대표도 아닌 인턴과 두 시간을 보냈다. 제품보다 그의 얘기가 재미있어서.

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을 쓰는 건 알았다. 그런데 화면 표현 기술이 날로 좋아지고 카메라 기능이 디카를 압도할 만큼 발전하는데 그게 시각 장애인에겐 어떤 편의로 다가갈지 알 수가 없었다.

박인범 씨는 아이폰의 보이스 오버 속도를 최고로 설정해서 쓴다. 잘 쓴다. 페이스북도 깔았다. +_+!!! 인턴으로 일하는 닷의 페이스북 그룹에 글도 남긴다.





충성이 과한 걸까? 아니, 그가 쓰고 싶은 거다


닷이 만드는 점자 스마트 워치, 꼭 필요한 걸까. 앞이 보이는 나는 앞을 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몰랐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다 읽어주지만, 주위 사람에게 그걸 다 들려주고 싶지는 않다. 생각해보라. 휴대폰 요금 연체됐다는 문자를 소리내 읽어주는데 옆 사람도 그걸 같이 듣는다. 끔.찍. 비시각장애인은 보이스오버로 듣는 게 익숙치 않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 이어폰으로 듣지? ...... 이어폰을 늘 꼽고 다니지만, 시각장애인이 귀마저 막으면 위험한 상황을 어찌 감지할까.





한 줄씩 읽고 쓰는 단말기가 600만원!!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주며 그는 점자 정보 단말기를 보여줬다. 비 시각장애인용으로 따진다면, 글자를 한 줄씩 보여주는 단말기다. 음... 신문을 한 줄씩 읽을 수 있다고 하면 이해가 될러나. 책을 한 줄씩 읽는 거다. 이걸로 문서를 읽고 쓸 수 있는데 한 줄씩, 한 줄씩 해야 한다.


이런 기계가 600만 원이란다. 무겁고 크고. 장애인도 예쁘고 가볍고 작은 걸 쓰고 싶다.
ㅇㅇ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인다. 이 문단은 순전히 내 생각. 이 글 전체가 그의 얘기를 듣고 떠올린 단상이다. 이 기계가 별로는 아니다. 그저 선택권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기사에 쓰지 않았으나, 이 친구 "이건 차고 다녀도 민망하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건데 모양마저 예쁘니까. ㅜ





점자 태블릿도 좀...


책은 전자책이란 게 있으니 읽기 수월하려나. 써보지 않은 듯하다. 리디북스 얘기를 해주었으나 ... 전공서적을 점자 한 줄씩 출력한다는 아까의 기계로 읽는다고 했다. 아아


책은 공공 도서관 같은 데서 자원봉사자이든 누구이든 시각 장애인이 읽을 수 있게 바꿔줘야 읽는다. 


PDF 문서를 읽으려면, 아.. 복사/붙여넣기를 막는다며 문서 형태가 괴상망측하기 일쑤다. 점자로 읽으면 뭥미?? 


그래서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 점자로 바꿔주는 태블릿을 기다린단다. 그래, 빨리 나오면 좋겠다. (기냥 패드에 가깝다만)


이왕이면 ... 인터뷰 주선한 닷에 미안한 얘기인데 다양한 데서 다양한 기기를 만들어 그가 점자 스마트 워치이든 점자 태블릿이든 골라 사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시각장애인은 선택지가 다양한데 비시각장애인은 다양하지 않으면 이상하니까. 


얘기를 한참하고 친구에게 기사 링크를 보냈다. 링크 띡 던지고 읽어봐- 하기엔 마음이 그냥.. 그랬다.






흠흠, 요금제에 포함된 통화 시간이 남은 게 아까워서 전화했던건데, 친구가 제때 안 받고선 나한테 다시 전화해서 오늘 통화요금은 친구가 냈다. 쏘리.




참참, 기사에 쓴 사진은 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조수현 기자가 찍었다. 아니, 그냥, 흰 테이블에서 찍었는데 잡지 사진이 나왔다. 당신은 찍기 위해 태어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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