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현 김상헌 대표가 임기 연장 의지가 없음을 밝히자, 네이버는 한성숙 서비스 총괄부사장을 후임 대표로 내정했다. 취임은 내년 3월 주주총회 승인과 이사회 결의를 거친 뒤 이뤄진다.
한성숙 부사장이 네이버 CEO가 되면, 그는 시총 10위 기업 대표 중 유일한 여성 CEO가 된다. 그가 대표로 내정된 데에 관심이 가는 건 성별뿐이 아니다. 네이버 뒤를 저만치 밟아가는 카카오와 대조적인 부분이 도드라진다. 바로 내부 인재 발탁.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의장은 한성숙 부사장이 대표로 취임하면 의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정말 모든 걸 내려놓을진 아무도 모른다. 야후 창업자도 막판까지 버텼다. 떠날 그이지만, 이번 대표 내정에 있어서만큼은 자기의 철칙, 신조를 밀어붙였다. (참고로 네이버 등기이사직은 유지한다고 한다)
카카오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 후 최세훈 옛 다음 대표와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공동 대표직을 맡았다. 이후엔 임지훈 현 대표를 내정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었다. 카카오에서도 다음에서도 그는 소속이 없었다. 그와 일해 본 직원은 그의 전 직장인 케이큐브벤처스 출신이거나 포트폴리오사 출신 정도이지 않았을까. 직원에게 그는 갑툭튀였다. 올림픽으로 따지면 단체전 코치가 처음 보는 사람인 것과 비슷하려나. 그가 대표감이고, 리더감이라는 건 김범수 의장 혼자만 알아챘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다른 선택을 했다. 사실 대표 내정자의 프로필을 보면 모든 면에서 임지훈 대표와 반대 지점에 선 사람을 골랐다.
한성숙 부사장은 여자이고, 나이들었고(올해 나이 쉰이다. 임지훈 대표는 취임 당시 서른 다섯이었다) 네이버 입사 10년을 앞두고 있다.
직원이 아니니 그의 과오를 내가 논할 수 없으나 내부에서 그는 직원들에게 끝없이 검증받았을 것이다. 그를 싫어하는 직원, 존경하는 직원, 따르는 직원, 반대하는 직원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들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서로가 버텼고(직장생활은 이런 거 아니겠나. 버티기) 지금까지 왔다.
한성숙 부사장을 싫어하는 직원은 싫어하는 대로 그와 일할 것이고, 좋아하고 따르는 직원은 하던 대로 할 것이다. 한성숙 부사장은 10년 동안 받아온 그 눈초리를 앞으로도 계속 받으면 된다.
사장은 고독한 법이라고 지인이 말했다. 자리가 그렇게 만든다는 뜻이었다. 누가 의도하지 않아도 직원은 사장이 불편하고 사장은 직원이 궁금하다. 조직이 크든 작든 직원은 늘 보스, 사장의 의도를 알고 싶어한다. '가라'는 게 집에 이제 그만 가라는 건지, 반어법인지조차 독심술로 헤아리고 또 그 능력을 절로 얻거나 탐내는 게 직원들의 삶이다. (여기에서 자유로운 독자는 하늘에서 떨어진 인재?!! 부럽소)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대표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게 어디 쉬울까. 성미부터 출신, 경력까지 모두에게 알려진 유명 인물이 아닌 바에야 말이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 반대 선택을 했다. 내부 발탁과 외부 인사 영입. 짧은 기간이었으나 김상헌 대표도 네이버에서 재직하다가 대표가 된 케이스다. 그는 2008년 옛 NHN 경영관리본부 부사장으로 일하다 대표로 내정되어 이듬해 대표직에 취임했다.
결과가 어떨지 지금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대표 내정 과정부터 두 기업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내년, 후년, 5년 뒤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실적 차는 이미 극명하긴 하다.)
이글은 내부 발탁을 외부 영입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단 한계가 있다. 두 가지 인사방법의 장단점을 언급하지 않고 한쪽에 쏠린 채로 썼다. 그래서 어느 분의 지적대로 훌륭한 글이 아니다. (이것 하나 뿐이겠느냐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