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을 시연하다 지갑 털리는 사연
"어우, 보라쇼! 삼성페이는 노트5의 킬러앱이야"

회사 선배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 도안구 편집장이 어느날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길에 이야기를 나누다 삼성페이를 칭찬하는 듯한 말을 했다. 저격수처럼 삼성을 날카롭게 바라보던 멋진 모습은 어디에 가고 이런 실망스러운 발언을 하시나.
그래서 난 이렇게 말했다.
"왜요? 삼성페이가 어떻길래요? 보여주세요"
이 말을 나만 한 건 아니고 같은 자리에 있던 동료들도 이구동성으로 "보고싶어요"를 외쳤다.
그래서 우린 횟집으로 갔다. 이왕 쓰는 거 배도 채울 겸. 우럭쌈정식에 활어회 세트 3번을 시키고 왕창 수다를 떤 다음 자리를 뜰 때가 되었다. 다들 자기의 폰을 카메라 촬영 모드로 바꾼 뒤 우르르 계산대로 갔다. 왼쪽, 오른쪽, 뒤에서 비디오, 사진을 찍어 댔다.
우리 "네, 지금요"
도안구 선배 "어. 알았어"
직원 ".... 저 이거 안 되는데요?"
우리 '그럼 그렇지'
그런데 카드기의 서명판에 7만2천원이 찍혔다. 직원은 저도 모르게 "서명하세요"라고 말했다.
'.....?'
언제 뭐가 된 거지? 휴대폰을 카드 긁는 데에 댄 것밖에 없는데. 우리는 촌뜨기처럼 계산대에 모여서 들뜬 목소리로 "우어어어어어어 신기해요, 선배"라고 말했다.
기사나 글로 알다가 눈앞에서 쓰는 장면을 보니, 생경한 모습에 감탄사만 나왔다.
다음 날
갑자기 오후 늦게 편집국 회의가 잡혔다. 늘 그러하듯 도안구 선배가 내는 안건은 반 원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5시에 시작했는데 7시가 되어 끝났다.
흥, 칫, 뿡
'이렇게 된 거 저녁밥을 얻어먹고 가리라.'
나를 포함하여 약속 없는 동료 한 명이 남아 부대찌개 집엘 갔다. 주문하려는데 순간 마음이 약해져서 밀푀유 부대찌개란 상큼해 보이는 메뉴가 있었으나 3천원 저렴한 일반 부대로 3인분을 시켰다.
어제에 이어 도안구 선배가 계산했다.
전날 밤에는 처음이라 경황이 없어서 삼성페이로 결제하는 모습을 놓쳐서 이번엔 제대로 보려고 눈을 부릅떴다.
도안구 선배도 살짝 긴장하였는지 신용카드를 긁는 데에 폰을 천천히 댔다. 떼는 건 신중하게.
어랏? POS에 46개월 할부가 찍혔다. 으잉?? 카드번호는 16자리를 훌쩍 넘겨 카드번호 칸을 숫자로 가득 채웠다.
이번에도 든 생각 '그럼 그렇지'
요 식당은 점원이 적극적이었다. "오래 대서 그러는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잠깐만 대보자.
오오-
POS 화면을 쭉 지켜봤는데 폰을 신용카드 긁는 데에 대고 잠깐 시간이 흐르자 신용카드 정보의 빈칸이 주르륵 채워졌다.
점원 분 놀란 눈치?
식당을 나오며 도안구 선배 왈
"이렇게 삼성페이 보여달란 사람들한테 시연하다간 내가 죽겠어. 봐, 이틀에 십만 원 썼어. 이제 지갑 안 가지고 나왔다는 말이 안 먹혀. 킬러 앱이야 ㅜㅡ ㅜ"
삼성페이는 NFC와 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을 모두 지원한다. 현재 국내서 사용하는 삼성페이의 마그네틱 활용 기술은 광범위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킬러앱인다. 하지만 다잉앱이기도 하다. 가라앉는, 죽어가는 앱이다.
삼성전자가 루프페이를 인수하고서 루프페이의 기술을 노트5에 잘 녹여냈는데 마그네틱 카드용 단말기에서만 작동한다. 그런데 한국은 2005년 6월 ATM에서 마그네틱 대신 IC칩 카드를 전면 도입했다. 신용카드도 마그네틱 신용카드는 점점 줄어들겠지. 유럽은 마그네틱에서 IC카드로 바꾸는 중이다.(이거 모르고 프랑스 여행 갔던 선배는 멘붕에 빠졌다. 카드가 있는데 결제를 못함) 미국은 요지부동인데 실물 카드를 마그네틱으로 결제하는 건 지양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몰겠다. 워낙 종잡을 수가 없어서) 곧 쓸모 없는 기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지원하여 마그네틱 결제가 곧 사라진대도 삼성페이는 동작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한국에서 삼성페이를 쓰는 게(노트5에서)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 초초초간단하다. 신용카드를 긁듯이 신용카드 단말기에 폰을 갖다 대면 끝. 결제하기 전 한도 확인만 하면 된다.
"삼성페이를 잘 쓰는 방법은 말이야, 신용카드를 등록하지 않고 안 쓰는 거야. 궁금하면 이 걸로 혼자 커피 한 잔 사서 마셔보고 등록한 걸 지워. 이건 쓰면 안돼."

웃픈 이야기다.
"남들이 다 삼성페이를 등록할 때까지 절대 카드를 등록하지 마시오. 같이 죽어야지 혼자 죽을 순 없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