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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쇼 Jun 23. 2015

글만 주면 그럴싸하게 보여주는 글쓰기 공간, '브런치'

브런치 팀의 서비스 총괄과 개발 총괄

종이와 펜만 있으면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를 지나, 이젠 키보드를 칠줄 알면 휴대폰이든 컴퓨터로든 글을 쓰는 시대가 됐다. 수십 년 전 다수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방식이 출판사를 통하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블로그, SNS, 홈페이지 등 방법을 고르면 된다. 글쓰고 퍼뜨리는 게 이토록 쉬워졌는데 아쉬운 게 있으니, 온라인으로 발행한 글이 출판사의 손을 거친 책이나 잡지만큼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는 글로 승부하면 된다는데 내 블로그는 스킨 탓인지 글 맛이 안 사는 것 같다.


다음카카오가 만든  ‘브런치’는 딱 위와 같은 욕구가 있는 글쓴이를 위한 서비스다. “글쓰는 사람은 글만 신경쓰게 하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서비스 기획 얘기를 들어보자.


경기도 성남시 다음카카오 판교 사무실에서 만난 황선아 브런치 서비스 총괄과 이호영 브런치 개발 총괄. 6월 말로 예정한 브런치 공개 시범 서비스를 앞둔 시기였다.

꾸며야 하는 블로그, 쓰기만 하면 되는 브런치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다음 블로그에 티스토리, 플레인까지. 다음카카오에 글 쓰고 사진을 첨부하는 식의 서비스가 셋 있다. 여기에 브런치까지 더하면 넷이다. 이중에서 글쓰기 자체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는 다음 블로그와 티스토리다. 브런치는 출발점에서부터 이 두 서비스와 경쟁하는 폼새다.


황선아 브런치 기획 총괄은 위 생각부터 바로잡았다. 브런치와 블로그(다음 블로그와 티스토리)를 쓸 사람은 나뉘어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보통 얘기하는 블로그는 집과 같은 공간이에요. 포털에서 사람들에게 집을 분양하는 거죠. 사람들은 분양을 받아서 꾸미고, 장식 위젯을 붙이고, 글 하나만 쓰면 허전하니까 매일 와서 가꾸고 청소하고 보살피고,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집 예쁜데 와볼래?’라며 소통하거나 방명록을 찍는 개념이에요.”


인테리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소질이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집 구조를 바꿔가며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꾸미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글을 쓰는 분들을 인터뷰하면 고민이 비슷해요. 글만 쓰고 싶은데 ‘일주일에 두 번 써야 하나?’, ‘아침에 발행해야 하나?’라는 걸 걱정하죠. 더 잘 보여주려고요.”


블로그가 홈페이지보다 쓰기 쉽다지만, 서비스형이든 설치형이든 손때를 타야 그럴싸해진다. 깔끔하게 만들려고 해도 손질을 해야 한다. 거기에 가독성까지 높이려면 발품 아닌 검색품 좀 팔아야 한다. 황선아 총괄은 블로그에서 이런저런 수고로움을 떼내도 그럴듯하게 보이는 서비스를 떠올렸다고 했다.


다음카카오가 브런치 사용자에게 준 글쓰기 편집 도구는 몇 가지 없다. 글자 크기는 제목 1, 제목 2, 제목 3, 본문으로 선택지를 네 가지만 줬다. 황선아 총괄의 말마따나 결정장애를 줄여준 셈이다. 글꼴은 본고딕과 나눔글꼴 등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브런치로 작성한 글들

개발 1순위는 PC와 모바일을 오가며 수정하기

브런치는 6월 22일 공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이 동시에 나왔는데 PC에서 쓰던 글을 모바일 앱으로 수정할 수 있고, 반대로 모바일 앱으로 쓰던 글을 PC에서 이어쓸 수 있게끔 되어 있다. 기존의 네이버나 다음 블로그를 쓰던 사람들에겐 이 기능 하나만으로도 브런치에 끌릴지 모르겠다.


글만 쓰면 알아서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보여주고, PC와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써도 되고. 이 두 가지 특징은 브런치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다음카카오 내부에서 브런치 기획과 개발을 머뭇거리게 한 요인이었다. 직원들 사이에서 아이디어가 나와도 '되겠느냐'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

"'해보자'한 게 2014년 11월이에요. 그 전까지는 '이게 되느냐', '안 되느냐'고 얘기를 했죠. PC에서 쓴 걸 모바일에서, 모바일에서 쓴 걸 PC에서 수정할 수 있는 구조를 찾고, 이 구조를 기반으로 해서 글을 작성하는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서비스를 덧붙이다 보니 6월 말로 공개 시범 서비스를 여는 걸로 정했어요."

이호영 개발 총괄은 개발 우선 순위를 PC와 모바일을 호환하는 편집기에 뒀다고 말했다. 어느 한쪽에서만 쓸 수 있는 편집기로는 서비스에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데이터 구조를 기존에 서비스하던 블로그와 다르게 짤 수밖에 없었다. 블로그는 PC에서 출발했지만, 브런치는 PC와 모바일 사용자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것이 다음카카오가 다음 블로그와 티스토리를 개편하는 대신 브런치라는 새 서비스를 만든 이유다.


"브런치는 편집기와 실제로 보이는 부분에 중점을 뒀어요. 디자이너의 요구 사항에 따라 프로토타입을 체크해가며 만들었고요. 웹은 HTML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PC웹, 모바일웹에서 볼 수 있게 해야했죠.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군데에서 동일하게 보이려고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이 블로그 개발과 달랐죠."


브런치의 데이터 구조가 블로그와 다르기에 '블로그 이전'이나 '블로그 이사'와 같은 기능은 브런치에 없다. 위젯, 스킨, 테마 등으로 꾸미기 기능도 없다. 가독성을 해치는 요소는 덜어냈다는 게 황선아 총괄의 설명.

브런치 모바일과 PC 글쓰기 화면

비슷한 콘셉트의 서비스, 철학이 비슷한 탓

다음카카오가 브런치를 공식 소개하기 전 브런치는 '~랑 비슷한 거 아니야'라는 말부터 들었다. 5월 비공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편집기는 초대한 사람만 쓰게 했지만, 발행한 글은 누구나 보게 하면서 이런 말이 나왔다. 이렇게 보면 저거랑, 저렇게 보면 이거랑 닮았단 말들이었다. 후보에 오른 건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가 만든 '미디엄'. 모두 사용자는 글을 쓰고, 그 글을 돋보이는 디자인과 편집은 서비스가 알아서 해준다는 점이 같다. 예쁘게 보이는 것뿐 아니라 글을 글답게 보여주는 가독성을 고려한 서비스들이다. 브런치를 제외한 이들 서비스는 영어 알파벳에 최적화한 점이 다르다.


"달라 보이려고 시안을 여럿 잡아봤지만, 우리가 원하는 간결함, 작가를 위한 것은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브런치를 두고 어느 서비스와 닮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더 차별화하고, 다른 게 있다고 느끼게 해야죠."


브런치는 글쓰는 사람을 사용자라고 부르지 않고 '작가'라고 이른다.

블로그와 달리 글과 사진 등만 올리면 그럴싸하게 보여주는 브런치, 미디엄, 스토어하우스

작가가 독자 피드백 받는 플랫폼으로 만들고파

브런치의 지향점은 작가가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곳이다. PC와 모바일을 오가며 글을 쓸 수 있는 편집기, 글쓴이가 스킨이나 테마를 고르지 않아도 글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 등은 브런치를 글 읽기 좋은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장치다.


황선아 브런치 서비스 총괄은 "작가들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원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퍼가요~'와 같은 의미 없는 댓글이 아니라요. 저희는 작가가 좋은 독자를 만나고, 좋은 피드백을 받도록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브런치는 독자를 만나려는, 독자를 모을 수 있는 작가 모시기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5월 100명 작가에게 브런치 초대장을 보냈고, 6월 22일 1000명에게 2차 초대장을 보냈다. 파워블로거만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글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도 초대장을 보냈다. 얼리어답터만이 아니었다.


지금 brunch.co.kr로 접속하면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글 발행은 초대장이 있어야만 할 수 있지만, 편집기는 회원가입한 사람 모두에게 열렸다.


이 글은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올린 기사를 옮긴 것이다. 브런치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브런치로 쓴 글이 발행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기사 원글: https://www.imaso.co.kr/news/article_view.php?article_idx=2015062310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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