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판교 현대백화점
분당구에 교보문고가 두 개나 생겼다. 하나는 서현역 퍼스트타워라고 네이버가 NHN이던 시절 본사로 쓰던 건물 지하에 있는데 이 건물 1층엔 아티제, 2층에 온더테이블이라고 푸드코트가 있고, AK플라자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서현역에서 나름 붐비는 데에 들어섰다. 다른 하나는 8월 문을 연 판교 현대백화점 지하에 있다.
교보문고 서현과 판교 사이의 거리는 멀지 않다. 차로 5분도 안 걸릴 거리. 두 지점을 평소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곳이 아니라 생활권이 겹치지 않는다. 현대백화점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랬다.
현대백화점이 들어서고 나서 지역 카페를 보면 서현 AK플라자 갈 사람이 현대백화점을 가거나 서현 AK플라자를 가지 않던 사람이 현대백화점엔 호기심 반 지하 푸드코트 갈 심산 반으로 주말 나들이를 간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출퇴근 시간 아니면 붐빌 일이 없는 낙생육교 사거리가, 서울과 비교하면 아주 약간이지만, 밀린다. 이게 요즘 분당에 인 변화다.
변화의 바람은 내게도 불었다. 궁금증이 일어 주말에 판교 현대백화점에 가고 말았다. 지하 푸드코트는 주말 에버랜드 놀이기구 줄 서는 것처럼 붐볐고, 무엇을 위한 줄인지 모를 만큼 길게 늘어선 줄도 있었다. 푸드코트에 정신이 팔려 이곳에 교보문고가 있다는 걸 잊을 정도였다. 온김에 구경하고 마침 독일 출장을 앞두고 있어서 여행책자와 자료 삼을 책을 살 겸 들렀다.
판교 교보문고는 책 한 권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쉬었다 가는 곳이다. 판교 교보문고는 판교 현대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더 내려가면 나온다. 내려가면서 보이는 모습은, 여느 교보문고와 다르다. (기사 보니까 광화문점이 이와 비슷한 분위기로 바뀐 듯하다) 스탠드가 놓인 긴 책상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높다란 책장. 나무를 많이 써서 따뜻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분위기다. 매대는 책을 꽉꽉 채워넣는 서현이나 옛 광화문점과 참으로 다르다. 빈 공감이 눈에 띈다. 예쁘고 사진 찍기 좋고 맘 잡고 앉아서 책 한 권 읽고 갈 북카페처럼 꾸몄다.
예쁘다. 그런데 책이 없다. 출판사들이 마케팅하는 베스트셀러 말고는 살 책이 없다. 아이들 교재는 주변 서점 보호 차 들이지 않았다. (라고 쓴 안내문에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사면 된다는 문장은 쩜쩜쩜)
책을 사려고 검색하면 검색하는 족족 책이 없다. 잡지도 없다. 교재 부문 외에도 서현점보다 비치한 책이 빈약하다. 딱히 주력하는 부문이 드러나지도 않았다. 정말 북카페. 북카페에서 메인은 일단 카페여야 한다. 책은 구색맞추기. 술마시는 서점은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어야 하듯이. 여기에서 책을 발견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