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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쇼 Nov 24. 2015

이제는 흔치 않은 책 골라주는 서점

속초 동아서점

이번 주 충동적으로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당일치기 여행인데 목적지는 오로지 한 곳 강원도 속초시 교동 658번지에 있는 동아서점이었습니다. 퍼블리 박소령 대표가 극찬에 극찬을 아끼지 않기에 궁금했는데 사업 제안차 간다기에 구경할 겸 갔습니다. 옆에서 얘기를 듣다 블로그에 써도 되느냐고 물었고 “아, 뭐”라고 허락아닌 듯한 허락을 하였기에 다녀온 후기를 씁니다.


59년째 속초 지킴이


1956년 문을 연 속초 동아서점

동아서점은 문을 연 지 60년이 되어가는 서점입니다. 간판에는 1956이라고 쓰였습니다. 올해 전라남도 여수시에 있는 63년 된 서점이 문을 닫았는데 동아서점은 되레 확장이전했습니다. 동네서점이 줄어드는 분위기가 이 서점만을 빗겨간 걸까요(말씀 쭉 들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속초시 중앙동 4번지에 있던 동아서점은 올 1월 교동으로 확장 이전했습니다. 새로 온 자리는 2층짜리 건물인데 1층은 서점 2층은 창고로 씁니다. 1층의 규모는 120평. 사장님 말씀으론 단일층으로 1백 평 넘는 서점은 전국에 50곳도 없을 거라고요. 길가로 난 창이 시원하게 뚫려서 더 넓어 보였습니다.

동아서점에 가면서 트위터에 속초에 재미난 서점에 간다고 글을 올렸더니 속초 출신 두 분이 어느 서점에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서점 이름과 주소를 말했더니 두 분 다 고개를 갸우뚱. 이 서점의 아들과 동창이라는 분은 특별함을 느껴본 바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서점에서 박소령 대표는 무엇에서 특별함을 본 걸까요. 가보니 알 것 같았습니다. 이건 서울 사는 사람이 지방 도시에 갖는 환상과 맞닿습니다. 한적한 동네에 선 큼직한 서점. 내외부가 깔끔하고 살뜰하게 꾸민 흔적이 느껴지는 서가. 같은 서점이 서울에 있어도 눈길 받았을텐데 속초 서점이 이러니 더욱 흥미롭습니다. 제 눈에도 동아서점은 큼직하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습니다.


속초 동아서점의 재미

: 팀장님 취향대로 고르고 추천하는 책 구경하기


속초의 동네서점이라고 소개받고 갔는데 단독 건물에 깔끔한 외관, 넓직한 실내까지 동네서점치고 규모가 컸습니다. 넓은 서점은 저희 동네에도 있고, 어릴 적 살던 동네 서점도 길 건너로 확장 이전하며 엄청 큰 서점이 되었습니다. 동아서점에서 제가 느낀 특별함은 팀장님 멋대로 고르고 꾸민 서가였습니다.


문앞에서 대충 훑으면 여느 서점이랑 다를 게 없는데요. 책을 보러 서가 앞으로 다가가면 서울에 관한 책 두 권을 골라 서울 vs 서울 이라거나 영화로 나오며 유명한 소설 마션과 우주의 생성 원리를 다룬 책을 모아 영화 마션 과학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제목에 불안이 들어간 불안 vs 불안 식물 이야기 사전과 세계 야채 여행을 식물 vs 야채라고 쓴 팻말을 달아 비치하였고요. 다른 서점이 아닌 동아서점 손님에게 인기를 끈 에세이를 모아서 진열한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프랑스 탐정소설 조르주 심농 시리즈를 책장 한 칸에 모았는데요. 여기에 조르주 심농이라고까지 작은 종이를 붙여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열린책들 내부에서 기대에 못미친 성과를 거둔 걸로 평가하는데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애정 듬뿍 담아 진열하는 서점이 있다고요.

속초 서점에서 서울 이야기라니. 속초 vs 속초는 없느냐고 물으니 속초에 관한 책을 아직 못찾았다고 합니다.
마션 완벽 이해를 도울 책을 모았네요
착한 사람을 독자로 놓고 쓴 책
북스피어가 낸 일본의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 시리즈
책이 주제인 책
출간 당시 열린책들이 심혈을 기울여 소개한 프랑스 탐정소설 조르주 심농 시리즈
늘 손이 가는 펭귄클래식 시리즈는 이렇게 따로 모았습니다
동아서점에서 인기 있는 에세이만 모은 책장

이게 특별한가?

: 그렇다, 요즘엔 더욱……


전 동아서점에서 동네서점에서도, 대형서점에서도 느끼지 못한 재미를 느꼈습니다.


아무런 안내 없이 꽂혀 있으면, 그 책은 그냥 책입니다. 관심있게 들여다 볼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흔하디 흔한 책에 불과하죠. 동아서점은 별 것 아닌 걸로 넘길 책을 주제별로 모아서 단 두 권일지라도 그 책이 담는 주제를 단어 하나로라도 소개합니다. 모르던 책을 이렇게 발견하고, 알던 책은 여기에 와서 한 번 읽어볼까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겁니다. 전 여기에 가서 자꾸만 지갑을 활짝 열려고 하는 제 마음과 싸웠습니다.


동아서점처럼 책을 진열하는 게 그리 특별하냐, 어디든 다 하는 거 아니냐고 제게 묻는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서점에 가면 늘상 보는 모습이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서점에 가면 재미가 없습니다. 새로 나온 책을 따로 모은 매대를 보아도 심드렁합니다. 매대가 광고판이 되면서 서점이 골라서 보여주는 책을 썩 내켜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형 신간 그러니까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훈, 조정래 작가와 같은 누구나 이름 한 번 들어본 작가의 책이 나오면, 매대 하나가 아니 두서너 개가 통으로 그 책 한 권으로 찹니다. 그 매대엔 다른 책이 오르지 못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건데요. 소름끼치게 싫습니다.


큰 서점은 이러하고요. 동네서점에 가면 팔릴 책만 들여놓기 때문에 (당연한 거죠) 베스트셀러 위주로 구색을 맞췄는데요. 베스트셀러 살 거면 전 온라인 서점을 쓸 것 같습니다.

국가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끌어내는 책
매대뿐 아니라 서가 옆 통로에도 책을 비치. 황경신 작가의 책을 모음

속초 동아서점 가는 길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 또는 속초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택시 타고 10분 남짓. “교동 우체국 연수원 가주세요”라고 합니다. 동아서점이라고 말하면 모르시더군요. 전 동아서점 옆에 있는 교동 우체국 가달라고 했더니 기사님이 한참만에 “연수원 말하는구만”이라고 하시더군요. 그 말씀에 교동 우체국 연수원이라고 말하면 된다고 짐작했습니다. 과묵하셨어요. 동아서점은 우체국 바로 옆에 있습니다.


속초 동아서점 이용 팁

모처럼 서점에 갔는데 책도 읽고 오면 좋겠죠. 속초 동아서점은 정문 옆 창가에 긴 책상을 설치했습니다. 창밖을바라보며 책 읽을 수 있어요. 책상 조명이 있어서 어둑어둑한 저녁에 독서하기도 괜찮습니다. 이 공간을 꾸미는 손길에서 아기자기함이 묻어나는데요. 팀장님의 어머니, 그러니까 사장님의 부인께서 손수 꾸민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색깔 고운 낙엽을 주워 올려놓았더라고요.


속초에 가면 여기도

봉포머구리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반로 56

추천메뉴: 성게모둠물회, 성게알밥, 성게미역국


속초 동아서점 문 여는 시간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쉬는 날이 없습니다. 휴무일 공지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합니다.




동아서점에서 서가 관리를 비롯한 운영을 맡는 K팀장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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