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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쇼 Nov 27. 2015

속초 동아서점 운영맡는 ‘K팀장’과 Q&A

서가 운영 기준: 베스트셀러와 K팀장의 취향 사이에서 균형 맞추기

속초에 재미난 동네서점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이름은 동아서점이고요. 위치는 속초시 교동 우체국 옆.


참고: 이제는 흔치 않은 책 골라주는 서점


갔더니 동네서점이라기엔 컸고 (120평) 꼼꼼하게 책을 고르고 분류하고 소개하여 직원 몇 명 있는 서점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기 전 제가 입수한 정보로는 그런 일은 동아서점의 팀장님 한 명이서 한다고…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간 김에 그 팀장님께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라기보다 질문만 가득)

동아서점의 K팀장님.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본인을 'K팀장'으로 소개하시더군요.



Q. 지금하고 이곳으로 확장이전하고 서점 모습이 많이 다른가요?

(트친 중 자기 기억 속 동아서점은 특별한 게 없었다고 한 분이 있어서 물어보았습니다. 동아서점은 1956년 문을 열었고 2015년 1월 속초시 중앙동 468-40번지에서 교동 658번지로 이사왔습니다.)


K팀장. 예전 서점은 매장 관리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베스트셀러와 이전부터 팔던 책만 가지고 있었어요. (서점이 오래되다 보니) 절판된 책이 많았고 그런 걸 사러 오는 분이 있었지만, 중형서점이 갖춰야 할 구색은 거의 없었어요. 지역 서점들이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현재까지는 참고서가 지탱하는 구조예요.


Q. 동아서점도 참고서가 주요 매출원인가요?

K팀장. 단행본과 참고서 매출 비중이 6대 4예요. 동아서점은 참고서를 소매로 팔고 도매로도 팔아요. 참고서는 대부분 총판제이거든요. (전국 서점이 동일하게 운영되지 않을텐데 지역에서는 서점마다 총판을 맡은 출판사가 나뉘었고, 그 도시나 인근 지역의 서점으로 해당 출판사 책을 보내는 일을 맡는 편이라고) 예를 들어 속초에 있는 서점에 저희가 맡은 출판사 책을 공급하고, 양양이나 고성에 총판이 없다면, 거기까지 저희가 공급하는 거죠.


Q. 동아서점은 속초시민 모두가 알고, ‘어디에서 봐~라고 하는 서점인지 궁금해요.

K팀장. 30, 40대는 알죠. 10대, 20대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사오고 나서 20대, 30대 여성분들이 많이 오시더라고요. 매장을 깔끔하게 꾸며서 그런 것 같아요.


Q. 책은 원래 여성들이 많이 사잖아요

(그러니까 20대와 30대 여성이 많이 오는 게 특별한 일이냐는 의문)


K팀장. 속초는 인구 수가 적고 면적도 좁아요.(속초 인구는 8만 명) 그리고 젊은, 20대와 30대는 더 적어요. 서점에서 20대와 30대를 만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죠.


Q. 이 서점의 팀장님으로서, 매장을 운영할 때 무얼 가장 신경 쓰나요?

K팀장. 평대에서 책 표지를 노출하는 건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자주 바꿔요.


Q. 기준은요?

K팀장. 내키는 대로 하는 거죠. 


제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책과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이요?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팝업창으로 뜨고 첫 페이지에서 광고하는 책은 며칠 내로 손님들이 찾아요. 그리고 주요 일간지가 소개하고 TV 방송을 탄 책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런 걸 챙기려고 해요. 이런 책과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독자가 웬만큼 형성되어 있어서 신간이 나오면 진열하고요. 이러한 책들과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진열하려고 해요.


Q. 팀장님은 어떤 책을 중요하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나요?

K팀장. 머릿속에 정한 건 없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읽지 않더라도 잘 진열하려고 하죠. 좋아하는 작가요? 많은데… 얼마 전 제임스 설터라는 작가가 작고했는데 올해 두 권이 나왔어요. 제가 좋아하니까 잘 진열하려고 했죠. 사전 정보가 아예 없었지만, 저자 소개나 책 소개글을 보고 ‘괜찮은 책이다’ ‘이런 문제를 다루는구나’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라는 느낌을 주는 책이나 만졌을 때 질감과 책 디자인이 주는 느낌으로 고르는 책도 있어요.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책은 잘 진열하고 싶어요. 이유는 다양해요.


Q. 확장 이전한 지 1년이 되어가는데 장사는 잘 되나요?

(동네서점 어렵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 돌직구 날렸습니다. 이젠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를 빼곤 다 동네서점이 된 것 같아요. 지역의 큰 서점도 문을 닫는 분위기잖아요. K팀장님은 이 질문을 피하지 않고, 그렇지만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K팀장. 서점은 돈 벌기가 힘든 구조라서 장사가 잘 된다는 수식어랑 서점이랑 같이 가긴 힘들 거 같은데요. 책 한 권 팔면 얼마 남을 것 같으세요? 정가의 70%에 입고해서 5% 적립하고 서점 유지비와 카드 수수료, 기타 등등하면 10% 남는 것 같아요. 1만 원짜리 책을 팔면 1천 원 남는 거죠. 어떤 장사를 해도 기본 마진이 30%가 되어야 장사를 한다고 하는데 서점은 마진이 적죠. 현재 구조에서는요.

동아서점 베스트셀러 +_+

Q. 저는 얼마 전 동네서점 갔다가 실망했어요. 베스트셀러와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만 있었거든요. 그래서 동아서점이 더 재미있게 보여요.

K팀장. 어디에선가 들었는데요. 소형이나 중형 서점, 동네서점은 베스트셀러 취향을 가진 독자가 아닌 이상 자기가 찾는 책이 없을 가능성이 높대요. 냉정하게 보면 맞는 말이에요. 베스트셀러 취향이 아닌 독자는 소수인 것 같아요.


Q. 가업을 물려받을 결심은 한 계기는 뭔가요?

(K팀장은 동아서점 현 사장님의 아드님)


K팀장. ‘가업을 물려받는다’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재미있을 것 같았죠. 결정하기 전에는 지금만큼 이 일을 몰랐어요. 이만큼 힘든 사업이라는 걸요. 저는 독립출판이랑 소규모 출판에 관심이 있었고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40대가 되면 아버지가 하는 서점을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어요. 지금처럼 큰 규모는 아니고 아주 작게요. 마침 확장하고자 하는 의향이 있으시다고 해서 겸사겸사 하게 된 거예요. 별다른 건 없어요.



글쓴이 후기(보라쇼)


글로 쓰니 K팀장님이 조심스럽게 얘기한 느낌이 살지 않는데요. (글은 아무래도 단정적인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공개하기 전 사진 게재와 나눈 대화를 블로그에 올리는 부분에 대하여 허락을 구했고, 그 얘기를 나누면서 K팀장님은 아직 잘 모른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정답을 정하고서 서점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K팀장님이 정답을 모른대도, 전 K팀장님과 나눈 대화가 좋았습니다. (제 질문 하나하나에 대답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이 글을 공개하고서 당장 다음 달에 “난 그런 게 아니었어”라며 K팀장님이, 제가 소개한 서점 운영 방식을 바꿔도 전 동아서점과 K팀장님을 응원할 겁니다. 이따금 속초에 놀러가면 들러서 책 한 권 사는 걸로 응원할 수밖에 없지만, 네, 그렇게라도 지지하고 싶어요.


제게 책 구경하는 재미를 주는 몇 안 되는 서점 중 하나이니까요.


K팀장님, 지치지 마세요!



보라쇼. 글 게재를 허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K팀장. 저, 서점과 장사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저 위에) 

실은 장사 잘하고 싶어요. ^^;;



위 Q&A 외에 속초 동아서점에 궁금한 건 속초 동아서점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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