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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쇼 Sep 25. 2015

다음 DNA Lens 서비스 종료에 부쳐

언제였죠. 다음 DNA Lens가 서비스를 그만한다는 소식이 나온 게요. 저는 이번 주에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아니 카카오는 9월 18일 '다음 개발자 블로그'에 몇 가지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안내 글을 올렸습니다. 그중에 다음 DNA Lens가 포함되었습니다.


lens에서 제공하던 블로그의 목록은 OPML로 제공되니 다운받아서 feedly 와 같은 rss 구독 툴을 이용해 계속 보실 수 있습니다. OPML 다운로드 안내 팝업 후 2015년 10월 12일 종료됩니다. (http://daumdna.tistory.com/848)


다음 DNA Lens는 다음 직원조차 잘 알지 못하는 서비스입니다. 서비스라고 부르기엔 간소하네요. IT 블로그의 글을 모아서 보여주는 메타 블로그이거든요. RSS 모음이지요. 저는 새글을 자동으로 쏘는 트위터 계정을 요긴하게 써왔습니다. 

다음 DNA Lens 트위터 계정

비 전공자로서 IT에 입문할 때 다음 DNA Lens를 만나고 참 반가웠습니다. 트위터에서 개발자(로 추정하는) 분들이 이따금 언급하거나 공유하는 블로그나 글이 다음 DNA Lens에 모였거든요. 제가 하나하나 모으는 수고를 덜게 해주었고요. 특히 다음 DNA Lens 트위터 계정이 제게 제일 쓸모가 있었습니다. 제 개인 RSS로 본 소식을 트위터에서 한 번 더 확인하여, 고개만 돌려도 까먹는 제게 새 소식을 상기해주었거든요.


다음 DNA Lens를 쓰면서 도움을 받았지만, '좋은 시도'라거나 '편리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표현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니 그동안 신경도 안 썼으면서 카카오에 물었습니다. "왜 그만두나요?" 기업 내부의 사정이 있을 테지만, 공식 답변이 듣고 싶었고 다음 DNA랩의 근황이 궁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답변이 왔습니다. 제가 답변을 받은 날이 공교롭게도 다음카카오의 주주총회에서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이 통과된 날이었습니다.

현재 카카오가 개발생태계와의 상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왔고, 이에 따른 선택과 집중,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결정이다. lens와 같은 메타 블로그 서비스는 현재 IT 업계의 트렌드라고 보기 어렵다. lens 사용량 역시 미미하고 아주 소수의 분야에서만 사용되고 있어 개발생태계 전체와의 상생이라는 내부 목표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비스의 규모를 떠나, 하나의 서비스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인력과 노력이 투입된다. 들이는 리소스가 '크다''작다'로 비교할 수 없다. 책임감을 갖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인력이 필요한데, 그 인력이 현재 서비스에 잔류하는 것이 맞는지, 새로운 도약이나 더 큰 비전을 위해 집중하는 것이 맞는지 검토했고, 그 결과 lens 종료를 결정했다.


대답이 저렇게 나온 데에는 제가 '다음 DNA Lens를 운영하는 데에 품이 많이 드나요'보다 더 무식하게 질문을 던져서 그렇습니다;


다음 DNA Lens는 다음 개발자 한 분이 본인의 욕구에 따라 만든 건데 이걸 외부에 공개하여 지금껏 이어졌습니다. 아, 이름에 달린 '다음 DNA'는 '다음 DNA랩'입니다. 


다음 DNA는 2006년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DNA는 Developers Network & Affliates의 약자인데요. 옛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외부 개발자를 지원하고 기술 파트너십을 육성하려고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오픈 API를 공개하고 오픈소스 지원, 기술 지식 공개 등의 활동을 했고요. 지금도 있는 다음 개발자 블로그와 카페 등도 다음 DNA 프로젝트가 시작한 2006년 만들어졌습니다. 다음 DNA Lens도요.

http://daumdna.tistory.com/1


http://daumdna.tistory.com/13

2006년이면 웹 2.0의 파도가 출렁이던 때이고, 마치 지금 SNS가 인터넷 서비스의 주요 요소인 것처럼, 구글, 아마존, 이베이, 야후 등이 API를 열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던 시기입니다. 옛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이 흐름을 타고 다음 DNA랩을 만들었던 것이죠. 자사의 API를 활용한 경진대회(네이버와 같이 연 적도 있습니다 +_+)와 개발자 행사는 다음 DNA랩이 생기며 열렸습니다.


실은, 다음 DNA랩은 현재 없습니다.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다음카카오가 되면서 이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윤석찬 전 다음 DNA랩장이 다음커뮤니케이션을 떠난 후 후임도 없었고요. 그러고 보니 2014년 다음은 해마다 열던 개발자 행사를 열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카카오 홍보팀은 "기존 DNA 랩에서 운영하던 개발자 블로그는 잠정적인 홀딩 상태이고, 개발자만을 위한 블로그의 운영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현재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소통 방식을 고민하고 도입할 계획"이라고 알려왔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카카오가 다음 DNA랩이 하던 일과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카카오는 "카카오 내 다양한 조직에서 API, 개발자 지원등의 역할을 세분화 해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 내부의 기술 역량과 플랫폼이 좀 더 외부 개발생태계와 상생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주요 업무들을 좀더 지속가능한 형태로 고민해왔다. 그 고민의 결과를 잘 실행할 수 있는 공식적인 조직이 카카오 내 신설될 예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서로 다른 두 회사가 살림을 합치니, 풀 숙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카카오판 다음 DNA랩 등장은 이 숙제가 다 풀리고 난 뒤가 되지 않을까요. 참, 다음 DNA Lens를 시작한 개발자 분은 지금도 회사에 계시다고 합니다.  덕분에 IT 소식을 따끈하게 잘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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