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한옥 옆 갤러리 3층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슬로워크는 전망이 멋진 건물에 있습니다. 북촌, 서촌, 삼청동이 뜬다, 떴다, 여기다, 해도 좀체 움직이지 않던 저이지만, 슬로워크 사무실 옆 베란다에 가니 통의동 매력에 빠졌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고층 빌딩이 먼 도시의 일로 느껴졌거든요. 서울 도심 바로 옆에 있는 동네에서 이런 분위기라니요.
슬로워크 사무실에 가는데 서울을 도보 여행하는 느낌이 났습니다.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영추문까지 걸어올라갑니다.
갤러리와 갤러리를 지나 슬로워크 사무실이 있는 팔레드 서울 건물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독특한 상점이 나옵니다. 닭 튀김 집마저 운치가 있습니다.
슬로워크는 팔레 드 서울이라는 갤러리 건물의 3층에 있습니다. 원래 이 공간도 갤러리였는데 2013년 슬로워크가 들어오면서 사무실이 되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슬로워크가 의뢰를 받아 만든 작업물과 자기만의 브랜드를 입혀 만든 제품을 전시한 책상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 옆에 투명한 플라스틱을 벽으로 세워 만든 회의실이 보입니다. 회의 내용이 다 들립니다. ^^ 안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슬로워크는 2년에 한 번 회사 현황을 인포그래픽으로 정리합니다. 2011년, 2013년 두 번 했는데요. 내년엔 2015년 인포그래픽을 제작해 벽에 걸 겁니다. 그동안 두 번 만든 인포그래픽 보고서에는 사무실 이전, 구성원, 회사가 하는 일, 재무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위 사진 중 가운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사람이 선 모습을 그린 게 있는데요. 2011년엔 10명이었는데2013년 그림(아래)을 보니 25명으로 늘었습니다.
인포그래픽 말고도 재미난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구경하느라 사무실 안으로 걸어가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동물 그림이 있는 책갈피는, 그저 예쁘게 만든 건 줄로 알았더니 로드킬로 죽는 동물이 있다는 걸 상기하려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책갈피 밑에 씐 숫자는 한 해에 로드킬로 죽는 해당 동물의 수입니다. 한 해에 너구리 225마리가 길 위에서 죽습니다. 펀치처럼 생긴 걸 책갈피 위에 대고 찍으면, 동물 그림 위에 타이어 자국이 찍힙니다.
동물 책갈피와 슬로워크 인포그래픽 말고도 눈길을 끄는 게 많았는데요. (저 아직 사무실 문앞;;;;) 책상 밑에 있는 서랍도 신기했습니다. 화방에 가서 보던 것처럼 생겼어요. 앞뒤 모두에서 열 수 있는 서랍인데요. 길종상가에서 만들었다고요.
입구에 전시물을 올린 책상 바로 뒤는 회의 공간입니다. 문앞에 있지만 의자 뒤에 벽을 만들어서 누가 누구와 얘길하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벽에 걸린 포스터는 슬로워크가 진행하는 캠페인 '슬로데이'입니다.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자는 생각에서 112가지 감정을 그렸고, 그 그림을 스티커로 만들어서 달력에 하나씩 붙이게끔 키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렇듯 슬로워크에 처음 가면 발걸음을 붙잡는 게 곳곳에 있습니다. 다 궁금해져요~
슬로워크 사무실은 밝은 나무로 책장과 책상을 만들었는데요. 이 책상과 책장이 집기가 아닌 인테리어 효과를 냅니다. 대충 만든 듯하면서도 공간을 구성하는 데에 고민을 한 흔적이 보여서 "인테리어는 누구가?"라고 물으니 인테리어 디자이너 전로빈 님이했다고요. . (으음?? 검색 결과가 안 나오네요)
이런 느낌입니다. 전로빈 님이 책장이랑 책상이랑 이것저것 얹을 수 있는 책상 위 조명 이런 것 만들었다고요. 나무를 많이 써서 부드러운 느낌이 나지요~. 아래는 '엘리베이터 회의실' 회의할 때에는 문닫고 합니다.
슬로워크는 디자인 회사 (기조는 design solutions for change. 변화를 도와주는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 이런 뜻이겠죠) 라고 들었는데 사무실 곳곳에 책이 많습니다. 디자인 서적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이 꽂혔습니다.
슬로워크 스티커가 붙은 책은 회사돈으로 산 회사 책이고요. 스티커가 없는 책은 직원들 책입니다. 같이 보자고 꽂은 건데요. P2P 책장이라고 소개받았습니다. 그죠, P2P. (왼쪽 기상기후 백과사전은 구름을 좋아하는 분이 보던 책이라고요. 정말 구름 사진이)
회의실은 창고인 듯 회의실인 듯합니다. 한쪽엔 진공관 앰프가 있었는데요. 같은 건물 지하 1층에서 진공관 만들기 수업을 들은 슬로워크 대표님이 수업 결과물을 가져다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슬로워크 직원들이 쓰는 슬랙에 대표님이 "1층 전시회에 제 작품이 전시 중"이라는 글이...
(꼼꼼한 슬로워크. 회의실 쓸 때엔 캘린더로 예약하고, 그 캘린더는 회의실 옆 아이패드에 띄웁니다. 공간관리 당번이랑 블로그 글쓰기 당번도 있네요. 블로그에는 별명을 쓰는 터라 본명과 필명을 정리한 종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여러 사무실을 놀러 다녔는데요, 슬로워크는 방문 기념 인증샷을 찍은 첫(여러 조건이 달린) 사무실이어요. 'I vote for Green'이라는 내부 캠페인을 하는데 사무실에 온 외부 손님에게 캠페인 이름을 쓴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면서 꼭 찍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찍혔습니다. 여러분도 가시면 -_+
방문한 날 얼굴부터 헤어, 의상이 영 아니다 싶으시면... 안 찍고 가도 됩니다, 그대신 찍어서 보내야 합니다. 아래분들은 찍어서 보냈대요.
이렇게 찍어도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