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데 과한 친절에 민망하고 부담
카카오택시블랙. 카카오 이름을 달고 나온 모범택시죠.
평소 택시를 자주 타지만, 카카오택시블랙은 요금이 비싸다고 하여 감히 타볼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얼마전에야 안 사실인데 어차피 전 카카오택시블랙을 탈 수 없었... 저희 집은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택시블랙을 부를 수 없는 지역입니다. 서울에서만 호출 가능하거든요. 택시는 주로 집에서 판교 갈 때 타는데 말이죠.
그러던 차 구한 2만원짜리 쿠폰. (제 지인이 구해온)
서울 강남역에서 집까지 질러보았습니다.
카카오택시블랙을 타기로 한 날은 연말 저녁.
그런데 비가 좀 왔어요.
제가 있던 곳은 강남역 사거리.
차가 빠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쿠폰을 써도 택시비가 5만원, 이렇게 나올 수 있으니까요. (이러는 저는 카카오택시블랙의 타깃 사용자가 아닌 거죠)
7시 40분쯤 카카오택시 앱을 열고 카카오택시블랙을 불렀습니다. 기사님이 바로 콜을 잡으시네요. 출발지는 강남역 사거리인데 기사님은 양재역 근처에 계심. 시간이 시간이어서 11분 후 도착 예상.
느낌상인지 카카오택시보다 카카오택시블랙 기사님의 위치가 앱에 더 잘 나오는 듯합니다. 요즘 카카오택시 앱으로 택시 부를 때에 기사님이 근처 계신지 몰라서 늦게 나가고, 이런 적이 왕왕 있었거든요.
흰색 벤츠에 짙은색 정복을 입은 기사님이 나와 계셨고,
한눈에 알아봐서 다가가서 "안녕하세요" 인사드리며 차로 다가가는데
뒷좌석 문을 열어주시기에 황송
자리에 앉고 문이 닫히자 문 안쪽 아래에 있는 주머니에 눈이 갔고, 물병이 보였습니다. 차안에 음료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음료인가 봅니다. 손이 가진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눈에 들어 온 건 카카오프렌즈 방향제
무지입니다.
그 다음엔 운전석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여느 택시에서 보던 내비게이션 기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차량 내 장식이 정말 없습니다. 개인택시를 타면 기사님마다, 종일 일하는 사무실과 같은 앞좌석을, 자기에게 맞게 꾸미는데요. 카카오택시블랙은 회사택시보다 더 장식이 없었어요.
기사님 개인 물품은 운전석 옆에 달린, 화면에 김기사를 띄운 스마트폰 뿐.
카카오택시블랙 전용 택시이니까...
앞좌석엔 미터기도 없습니다. 시시각각 오르는 요금은 카카오택시 앱에 나옵니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택시블랙은 카카오택시 앱 하나로 작동합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금액이 쭉쭉 오릅니다. 기본요금은 8천원입니다. (예약 취소금액도 8천원입니다.)
이제보니 출발 1분 만에 6백원이 올랐네요. 음.
처음 타본 카카오택시블랙.
기사님에게 "내비게이션은 김기사만 쓰셔야 하는 거예요?"라며
말을 건넸는데
신호에 걸리자
주섬주섬
...
"젤리 드실래요?"
젤리를 주십니다.
말씀이 없으신 성격 같아서 35분을 조용히 왔습니다.
강남에서 분당까지 35분. 요금은 3만8천7백 원.
일반 택시 요금의 두 배가 조금 넘네요.
2만원짜리 쿠폰이 있으니 딱 일반 택시 요금입니다.
기사님에게 다 왔다고 말씀 드리고 차가 서자,
기사님이 얼른 차문을 열고 후다닥 오시는 게 느껴져서
제가 먼저 문을 열고 내렸습니다.
저보다 훨씬 어른으로 보이는 분이 극진히 대하는 게 편하지가 않아서요.
그렇게 하라고 교육을 받으셨으니 해야 하는 거지만,
기사로, 그분들 급여가 그리 높지 않다는 거 들었는데
안 해도 서비스에 문제 없는(승객 운송을 문제없이 해내면 되는 건데) 문 열어주기, 문 닫아주기, 벨보이처럼 서서 인사해주기를 꼭 하셔야 하는지... (요금이 일반 택시의 배 이상이지만, 그것하고 과잉친절은 별 것 아닐까요.)
저와 일행이 내리고 나서도 잠시 서서 허리를 살짝 숙이고서 인사하시는데 불편했습니다. 윽,
그렇게 기사님을 떠나보내고 앱을 열어보니까
그사이에 계산 완료
기사님이 운송 완료 단추라도 누른 거겠죠?
운행 킬로미터와 최종 금액을 집계하고
가지고 있던 2만원짜리 쿠폰을 적용해서
자동 결제.
택시 내릴 때에 부랴부랴 지갑 찾고, 카드 건네고,
"영수증 필요하세요?"
"아니요" 또는 "네, 주세요"
와 같은 대화를 주고받느라 정차 시간이 길어질 까닭도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카카오택시블랙용 차량은 벤츠입니다.
승차감이 좋더라고요.
차량 흔들거림이 없습니다.
택시 타고 몇 번이고 다니던 길인데도 느낌이 달랐습니다.
기사님이 얌체 운전, 과속 운전 따윈 하지 않으시는 건 물론이고요.
담배 냄새 나고 라디오 틀고 손님이 있는데도 카카오택시 알람을 받기 설정한 택시가 타기 싫고
제 계좌에 잔고가 넉넉하면 전 카카오택시블랙 탈지 모릅니다.
스트레스가 덜하니까요.
기사님들께 목적지 가는 방법을 설명하는 게 지쳐(저도 초행인 걸요) 카카오택시 앱을 쓰는 것처럼요.
그런데 카카오택시블랙 요금이 부담없는 날이 제게도 올까요.
카카오택시블랙을 타고 내리면서 불편했던 건
기사님이 문을 열고 닫아주고 목례하는 것.
제가 그런 게 익숙한 생활을 하지 않아서일 수 있지만요.
그분들 급여가 엄청 높은 것도 아닌데
그런 것까지 하셔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요금이 비싼 건 맞죠,
전 거기에 승차감 좋은 차량 + 안전 주행 + 청결함이 들어가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짐이 많고
아이가 있거나
몸이 불편하여 열어주시는 거라면 몰라도
굳이 뛰어와 문 열어주고 할 필욘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명찰까지 ㅠ.ㅠ
머, 차 문 열어주고 닫아주는 것에 아득바득 매달리는 분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분들 취향까지 고려해야 하나요.
(어느 국회의원은 엘리베이터 미리 잡아 놓지 않고, 차 문 열어주지 않는다고 보좌관을 쥐잡듯 잡는단 얘기를 몇 년 전 국회의원 보좌관하는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건 쓸 데 없는 데에 집착하는 거잖아요. 보좌관이 차문 열어주고 엘리베이터 잡아주고 우산 씌워주라고 세금으로 월급받는 거 아니니까요. 이야기가 샜네요. 그만.)
여튼 친절도 적당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