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데이 사용자 행사 '미투콘' 취재하러 갔을 때였다. 내가 미투데이를 잘 쓰지 않아서인지 미투데이 사용자는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해서 빈백에 몸을 뉘이고 대화하는 어느 무리에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런 데서 나왔는데요" 라며 자기 소개를 했고, 블로터가 뭐하는 곳인지를 설명했다. 모를 수 있으니까. 역시나 그분들은 몰랐다. 이상한 데가 아니라는 걸 어필하려는데 어느 분이 "네이버에 나와요?"
그때에 알았고, 느꼈다. 한국에서 언론사라고 하면, 네이버에서 볼 수 있어야 하는구나. 오늘 네이버와 다음 사이트에 어느 언론사를 빼고 넣을지를 정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기자 간담회가 열렸고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씁쓸하다. 여기에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고 싶다, 아무나 껴주기 싫다는 강한 열망을 느꼈다.
한편에서 네이버랑 카카오는 언론사가 아닌 곳에서 사용자 눈과 손가락을 사로잡을 콘텐츠 수급에 나선다. 1boon은 언론사와 아닌 곳에 손을 내밀었고, 네이버는 경제M이나 출판 등 모바일 판을 알차게 꾸며줄 곳들을 찾아가 설명회를 열었다. 인링크로 보여줄 잡지 콘텐츠는 꾸준히 넣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잡지보다 더 방대한 네이버캐스트를 만든 지 오래다. 뉴스 서비스가 있음에도 포스트에 기사나 정보성 콘텐츠를 넣어줄 제휴처 또는 인물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섭외한다. 그니까 포털의 뉴스는 모바일에서, PC에서만큼의 파급력을 가지지 않게 될 게 빤하다. 기사만이라고 하면, 꼭 네이버랑 다음 사이트 안 가도 자꾸 우리에게 오고 있지 않나.
그렇지만 그걸 외면할 수 없는 게, 무시할려고 해도 무시가 안 되는 게. 네이버랑 카카오가 제휴 언론사에 기사 공급, 전송에 대한 대가를 주니까. 지.금.은. 그거 없어도 되는 곳이면 사업 잘하고 있는 거고. 그리고 기업들은 네이버 검색에 나오느냐 아니냐를 중요하게 여기는 게 현실. 나쁘고 못되서 그런 게 아닌 걸 어쩌겠나. 나 자랄 땐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였는데 지금은 "네이버/다음 첫화면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로 바뀌었다. 산업부가 취재하는 영역뿐 아니라 연예, 공연, 출판, 음악, 영화 .....
포털 안에서 언론은 언론이 될 수 있는 건지. 내가 자라며 '언론'이라고 배운 곳들이, 네이버를 타고 들어가면 낯뜨거운 기사, 낯뜨거운 이미지를 걸어놓는데 그 곳들이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지킬 건지. 이 규정이 그 곳들을 제재할 수 있는지 기대할 수가 없다.
다음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발표한 자료 전문이다.
뉴스제휴평가위,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 발표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제휴 심사를 담당할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뉴스제휴평가위)’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발표했다.
뉴스제휴평가위는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30여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규정을 마련했으며, 국내 인터넷 생태계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바탕으로 건전하게 육성 발전할 수 있도록 이바지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본 규정은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날 뉴스제휴평가위가 공개한 규정에 따르면 ▲신문사업자, 정기간행물사업자, 방송사업자, 인터넷신문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 또는 인·허가 받은지 1년이 지난 매체, ▲일정 수준의 기사 생산량과 자체 기사 생산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매체, ▲전송 안전성 등 기술성을 확보한 매체, ▲‘뉴스콘텐츠 제휴’ 및 ‘뉴스스탠드 제휴’의 경우 ‘뉴스검색 제휴’ 매체사 등록 후 6개월이 지난 매체 등의 기준을 충족한 매체들에 한해 뉴스 제휴가 가능하다.
뉴스 제휴를 원하는 매체는 현행과 동일하게 양사 안내 페이지에서 제휴 신청을 할 수 있으며, 관계 법령에 따른 등록증 또는 허가증과 매체 소개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제휴 신청이 접수되면 뉴스제휴평가위에서 해당 매체의 기사 생산량, 자체 기사 비율 등의 ‘정량평가’와 저널리즘 품질 요소, 윤리적 요소, 수용자 요소 등이 포함된 ‘정성평가’를 시행하고, 양사에서는 평가 결과에 따라 뉴스 제휴 형식 및 제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뉴스제휴평가위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검색 품질을 떨어뜨려 이용자 불편을 초래한 언론사에 대한 제재 기준도 함께 공개했다. 뉴스제휴평가위는 이번에 공개된 제재 기준이 언론사 제재 목적이 아닌 자정 능력을 기대하며 만든 것임을 강조했다.
주요 제재 기준으로는 ▲중복·반복 기사 전송, ▲추천 검색어 또는 특정 키워드 남용, ▲관련뉴스·실시간 주요뉴스 영역 남용, ▲기사로 위장된 광고/홍보, ▲선정적 기사 및 광고, ▲동일 URL 기사 전면 수정, ▲미계약 언론사 기사 전송, ▲뉴스 저작권 침해 기사 전송, ▲등록된 카테고리 외 기사 전송, ▲포털 전송 기사를 매개로 하는 부당한 이익 추구, ▲보안미비 또는 장애 발생 등 접속불량 사유로 기사 제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등이 해당된다.
모니터링을 통해 위 사항에 대한 위반 행위 발견시 뉴스제휴평가위는 위반 매체에 대해 총 5단계에 걸친 단계별 제재를 시행하게 된다. 최초 적발시에는 벌점 부여와 함께 ‘시정요청’을 전달하고, 이후 1개월 이내 10점 이상의 벌점을 받거나 12개월 이내 누적 벌점 30점에 이른 매체의 경우 ‘경고처분’ 을 받게 된다. 경고처분을 받은 제휴 매체가 기간에 상관없이 10점 이상의 벌점을 받는 경우 ‘24시간 노출 중단’, ‘48시간 노출 중단’ 순서로 제재를 받게 되며 최종적으로 계약이 해지된다. 이 외에도 사이트내 악성코드가 별도 조치 없이 48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잘못된 주소로 연결되는 등의 데드링크가 3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계약 해지 요건에 포함된다. 계약 해지된 매체는 1년 동안 제휴 신청을 할 수 없다.
기준 위반에 대한 제재 조치를 위해 뉴스제휴평가위는 매월 1회 제휴 매체들에 대한 정기평가를 실시하며, 위원장 또는 3인 이상의 평가위원 요청시 진행하는 수시평가도 함께 시행할 계획이다. 제재 기준 위반시 제휴 매체에 부과되는 벌점은 12개월 동안 누적되고, 12개월 이후 0점부터 재누적한다.
뉴스제휴평가위는 지난해 10월 국내 온라인 뉴스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설립된 독립 기구로, 언론 유관단체 및 이용자 단체, 학계 및 전문가 단체 등 15개 단체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한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