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늘 실패했지만, 멈추지는 않았던 해

by 보라성운

지난 2024년의 마지막 날에 쓴 글을 다시 읽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적어두었다.


내년은 좀 더 긍정적으로, 건강하게, 씩씩하게,

스스로를 돌보며 지내자.

계획에 얽매여 스트레스받지 않되,

계획을 세워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를 생각해보자.

일도, 인생도.


2025년은 그 다짐을 가장 많이 배반한 해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 다짐이 왜 필요했는지를 몸으로 배운 해이기도 했다.



계획이 번번이 무너졌던 이유


2025년은 유난히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기 어려운 해였다.

무언가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누군가 다가와 보기 좋게 넘어뜨리는 듯한 일이 반복되었다.


작년 말 야심 차게 시작한 크로스핏은

한 달 만에 발목 인대를 다치며 그만두게 되었고,

작년부터 맡았던 회사 프로젝트는

예정된 일정에서 한참 미뤄져 올해 6월이 되어서야 배포할 수 있었다.


외부 변수 탓만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 계획을 지속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의지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계획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나를 쉽게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기획자로서의 첫 완주


올해 가장 분명하게 남은 기억은,

회사에서 맡았던 프로젝트를 끝내 배포했다는 사실이다.


첫 기획 업무였고,

규모도 작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실수도 많았고, 마음도 몸도 자주 소진되었다.


배포 이후 6개월간은 고도화 작업을 이어갔다.

0에서 1을 만드는 일보다,

이미 만들어진 구조 안에서 기능을 확장하는 일이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요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특히 기존 정책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기능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불필요한 의사결정 비용이 얼마나 커지는지도 체감했다.


아직 이 프로젝트는 완결되지 않았다.

기존 플랫폼을 완전히 대체하기엔 부족한 지점도 많고,

그래서 사용자 행동을 제대로 측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는 내게 중요한 의미를 남겼다.


‘끝까지 남아 있었던 경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몸을 돌본다는 것의 어려움


올해 인생 첫 PT를 받았다.

근력을 키우고 싶었고,

혼자서 헬스장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헬스장은 늘 심리적 장벽이 있었다.

사람이 많은 저녁 시간도,

코치님을 마주치는 순간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아침 운동을 시도했다.

출근 전 헬스장, 혹은 러닝.

하지만 겨울이 되자 아침에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6월 한 달은

30일 연속으로 아침 3km 러닝을 했다.

그 경험 덕분에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못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요즘은 집에서 팔굽혀펴기를 한다.

문틀에 풀업바를 설치해 가끔 매달리기도 한다.

아주 사소한 시도들이지만,

그마저도 하지 않던 때보다는 분명 나아졌다.



‘생산적인 하루’라는 기준을 다시 쓰다


아침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날은 실패한 하루라고 여겨왔다는 사실을

올해에야 자각했다.


운동 샤워 하루 시작.

이 루틴만이 생산적인 하루라고

스스로에게 조건을 걸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기준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운동이 아니라, ‘샤워’를 하루 시작의 기준으로 삼아보기로.


아직도 쉽지는 않다.

샤워를 하면 쉬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이 남아 있다.

그래도 샤워를 하고 다시 누워도 괜찮다는 걸

행동으로 증명해가는 중이다.



욕심을 줄이는 연습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바이브코딩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실제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앞섰다.

하지만 야근이 잦아지면서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목표를 낮췄다.


완벽한 서비스가 아니라,

단 하나의 핵심 기능만 있는 서비스.

운영 환경에 배포해보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았다.


그 이후는,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사소하지만 분명한 일들


올해 처음으로 떡국을 직접 끓여 먹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조금 놀랐다.


김영민 교수 북토크에도 다녀왔다.

유쾌한 자리였지만,

우울을 안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더 어울리는 자리였다.


그리고 올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이별


어르신 스마트폰 교육 봉사활동을 함께하던

민정 샘의 부고를 들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도

카톡으로 입금 방법 영상을 보내드렸는데,

그게 마지막 인사였다.


“죽을 때까지 배울 거예요.”

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별은 늘 갑작스럽다.

그래서 더 많이 남는다.



2025년을 보내며


후회 없는 한 해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시도하고,

자주 실패했던 한 해였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나 자신에게

잘했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2026년에는

덜 자책하고, 덜 미루는 사람이 되자.


계획은 시험이 아니라 실험이다.

실험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고,

수정과 반복이 따른다.


그저, 계속해 나가자.


일단 내일은 일출을 보러 가자.

2026년, 잘 부탁한다. 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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