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하나쯤, 뭐 어때

고쳐지지 않는 습관

by 보라유


“도대체 왜 제자리에 못 놓는 거야?”


신혼 시절, 결혼과 동시에 내게 새로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남편의 ‘뒷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것.


로션은 쓰고 뚜껑을 안 닫지,

치약은 쓰고 세면대 위에 둔 채,

싱크대엔 쓰던 고무장갑이 젖어있고...

그땐 몰랐다.

‘그냥 내가 하면 되지 뭐’ 하고 넘겼다.

정리에 진심인 나는 매번 남편이 지나간 자리를 수습하느라 바빴다.

가만히 누워 쉴 시간에 움직이는 게 낫다며, 웃으며 말이야.


그러던 어느 날 밤.

내가 먼저 잠들고 남편이 늦게 들어온 날이었다.

아침, 거실에 나와보니…

현관부터 주방, 욕실, 안방까지

남편의 동선이 눈에 훤히 보였다.


왜냐고?

옷이 그 길을 따라 줄줄이 흘러 있었으니까.

셔츠는 현관 옆, 양말은 식탁 아래, 바지는 욕실 문 앞에.


“이건 좀 아니지 않냐...”

나는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다.

“왜. 도대체 제자리에 못 놓는 거야?”


남편은 이런 습관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

한 번에 바꾸긴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싸워봐야, 잔소리해봐야 소용없을 거라는 것도.


그래서 전략을 짰다.

감정 말고, 구조적으로.


1단계. 이동하면서 벗지 말고, 한 군데에서 벗기.

이게? 된다.

2단계. 그 한 군데 벗은 옷, 빨래통에 넣기.

이것도? 성공.

3단계. 색깔별로 세탁기 돌리기.

…이건 좀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종종 나보다 먼저 세탁기를 돌린다.


남편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다.

감정보다는 설명, 말보다 행동.

방법을 알려주면, 바로 실천하는 실행파.


누군가에겐 별일 아닐 수 있지만

습관이란, 이미 몸에 배어있는 일.

고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아직도 가끔은 양말 한 짝이 거실 구석에 삐져나와 있지만

그 정도 실수는 이제 귀엽다.


이런 게 우리 부부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서로를 야단하기보다, 맞춰가며 사는 우리만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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