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를 불러주던 엄마의 마음을 읽다

한때 누군가의 사랑이었던

by 보라유


"엄마가 섬그늘에~"


신생아 때부터 등 대고 잘 자던 아기가 5개월에 진입하면서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고 있다. 정확히는 졸린데 자는 방법을 몰라서다. '잠드는 느낌'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무의식중에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 뒤집기를 알고 엎드려 자는 자세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바로 잠들었었다. 하지만 5개월은 폭풍성장의 시기. 얼마 안 가 되집기를 하게 되고 엉덩이를 들어올릴 줄 알고 자연스레 배밀이 연습을 하면서, 아기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편안하게 느끼는 자세를 자꾸 방해받고 있다.


내가 억지로 그 자세를 도와주려 하면 더 힘들어한다. 그저 그 자세를 다시 스스로 깨우치길 지켜봐주는 방법밖에 없더라. 그런 와중에 과피곤이 오면 그때는 안아주며 재워야 한다. 그러면서 이번 5개월 진입 후 처음으로 자장가를 불러봤다.


생각나는 자장가는 딱 하나. '섬집아기'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가면" 이미 안았을 때는 아주아주 졸린 상태이기에 세 번만 불러주면 스르르 바로 잠든다. 이 모습이 어찌나 천사 같은지. 팔이 아프면서도 몇 번은 더 부르고 내려놓는다.


이 에피소드를 엄마에게 전화 걸어 얘기해줬다.


엄마는 "나도 그 노래만 불러줬는데~ 그래도 넌 안 잤어"라고 했다.


항상 안아줘야 했던 나였다. 너무 울어서 차를 태워 동네 한 바퀴를 돌아야 스르르 잠들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카시트도 없어서 나를 들쳐업은 상태로 불편하게 운전하면서 말이다. 그 와중에도 내가 불편하진 않을까, 배고프진 않을까, 바쁜 자신 때문에 안정감을 못 느끼고 우는 건 아닐까 등등 온통 내 걱정만 하면서. 머리카락 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나라는 존재 전부를 온 마음으로 사랑해준 엄마.


"너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얼마나 예뻐한 줄 몰라, 택시비도 안 받았다니까?" "처음 걸었을 때 아장아장 감격스러우면서도 발목이 삐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너무 행복해서 잠이 안 오더라"


엄마가 나를 키웠을 때 얘기했던 상황들은 그저 '그랬구나~' 하고 넘겼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림이 되어 돌아왔다. 매일 밤 아이를 재우며 느끼는 이 간절함, 사랑하는 마음이 터질 것 같은 벅찬 감정이 바로 그때 엄마가 느꼈던 것이었구나. 새벽에 깨서 우는 아이를 달래며 드는 생각은 오로지 '이 아이가 편안했으면' 하는 것뿐이다. 그 애틋한 마음, 그 간절한 사랑이 엄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요즘은 엄마에 대한 나의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한때 엄마의 온 세상이었던,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게는 기적이었던 나의 존재.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그 시절의 사랑이 온몸으로 감싸안는 돌봄의 사랑이었다면, 지금 엄마가 나에게 주는 사랑은 또 어떤 깊이일까? 이제는 성인이 된 딸을 바라보며 엄마는 어떤 마음일까? 나 역시 언젠가는 내 아이가 자라서 독립된 한 사람이 될 텐데, 그때 내가 느낄 사랑은 또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까?


"엄마, 나도 천천히 그 사랑의 깊이를 따라가볼게."


오늘도 섬집아기를 부르며 엄마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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