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온도
‘35도’
세상에, 이런 날씨에 올타임 실내생활이라니. 이게 바로 휴직의 은혜지.
나는 열도 많고 더위에도 약한 편이라 여름이 오는 소리만 들려도 몸이 먼저 긴장한다.
'싫다'보다 정확히 말하면 ‘무섭다’는 말이 맞다.
그래서 친구들도 안다.
"7, 8월? 아 걘 못 만나."
나의 계절 부재 선언은 이미 익숙한 일이다.
특히 여름을 꺼리게 된 건, 한 회사를 다녔을 때였다.
지옥의 출퇴근길.
역에서 걸어서 25분 거리.
환승버스를 타자니 몇 대를 보내야 했기에, 결국 모두 걸었다.
숨 헐떡이며 사무실에 들어서면 이미 녹다운 상태.
회색 옷은 금기, 땀에 절어 눈이 따갑고, 시작도 전에 지친 하루.
사무실의 그 온도와 습도, 그 냄새, 그 기분...
몸도 마음도 녹아내렸던 계절이 여름이었다.
그 이후론 인프라 좋은 회사에서 쾌적하게 일했지만,
‘여름을 좋아할 이유’는 끝내 찾지 못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처음으로 여름을 다르게 맞이 하려고 한다.
아이 덕분이다.
밤에도 30도를 웃도는 요즘,
나는 아이와 함께 시원한 실내에서 여유를 누리고,
가끔 베란다로 나가 아이 눈에 세상을 보여준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 아이는 나처럼 여름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여름을 활기차고 씩씩하게 즐겼으면.’
그 바람에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덥고 습하고 짜증나는 이 계절, 그래도 나부터 좋아해보자.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작은 장점이라도 하나씩 찾아보자.
그래서 오늘은,
이 아이를 위한 마음으로,
나의 여름 온도를 살짝 올려본다.
35도는 여전히 덥지만,
이 마음만은 기분 좋은 햇살 한 스푼처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