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
“조용, 조용, 무음으로!”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우리 집에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소리’였다.
TV 볼륨은 최소, 발소리는 살금살금, 핸드폰은 무음.
깨어 있을 때야 괜찮지만, 신생아 시절엔 두 시간마다 자고 깨고 먹는 사이클.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 삶은 ‘무음 모드’가 되어 있었다.
분리수면 전, 아기침대를 안방에 두고 함께 잘 땐, 까치발을 들고
불 하나 켜는 것도 조심스러워, 어두운 공간이 일상이었고
우리 부부는 “이제 이렇게 조용하고 어둡게 살아야 하나?”
피식 웃으면서도, 슬쩍 슬픈 눈빛을 나누기도 했다.
신생아 때 부부가 많이 싸운다는 말,
그게 괜히 있는 얘기가 아니더라.
낮과 밤이 없는 아이의 리듬에 따라 우리의 수면은 부족하고
첫 육아의 긴장감은 지속, 내 몸은 아직 회복되지 않아
어딘가 모르게 ‘내가 아닌’ 스트레스가 자꾸 올라왔다.
그래서, 대화가 더더욱 필요했다.
일상과 감정과 변화를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이 시기에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꼈다.
아이를 위해 모든 소리를 줄였던 그 무음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진짜 소리를 들려줬다.
카톡도, SNS도, 알람도 꺼둔 조용한 집에서
우리는 자주, 그리고 깊게 귓속말을 나눴다.
무음 덕분에
엄마, 아빠로서 성장도
그 과정 속의 서로도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마주하게 되었다.
'속닥속닥' 엄마 아빠가 된 우린 그렇게,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