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지나, 가을을 기다리며

여울과 너울

by 보라유


1월의 겨울, 너를 처음 만났던 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마 평생 갖게 될 기억이겠지. 작디 작은 너는 밤낮 구분없이 두 시간마다 눈을 뜨고 울었고, 나는 너에게 밥을 먹이고 재우며 하루를 보냈다. 어둡고 조용한 새벽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던 그 시간들은 피곤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고요하고 따뜻했다. 아마도 그건, 너와 나만이 공유하던 아주 애틋하고 단단한 순간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너와 봄을 맞이했다. 겨울의 밤을 지나, 너는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나는 모처럼 깊은 잠을 선물 받았다. 너는 작고 여린 몸으로도 누군가를 편안하게 할 줄 아는 존재가 되었구나 싶었다. 목을 가누고, 뒤집고, 되집고, 배밀이를 하다 멈춰선 채 앉으려고 애쓰는 너를 보며, 하루하루가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실감하게 된다.

작은 이가 잇몸을 뚫고 올라오려는 걸 보며, 네 몸 어디에선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 듯했다. 그리고 어느 날, 너는 웃으며 '엄마'라고 불렀다. 나는 그 부름 앞에 주저앉을 뻔했다. 너무 기뻐서, 너무 벅차서.

계절은 너와 함께 흐른다. 여울처럼 반짝이는 순간들이 지나가고, 너울처럼 부드럽고 길게 나를 감싸며 변화를 만들어낸다. 다가오는 가을이 기다려진다. 또 어떤 너를 만나게 될까, 또 어떤 나로 변해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폭풍 같은 성장이 기특하면서도 조금은 아쉽다. 너무 빠르지 않기를, 부디 천천히 지나가기를.

이 소중한 시간들이 너에게도, 나에게도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봄을 지나, 우리는 곧 가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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