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오후 4시.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이다.
어디선가 ‘6개월 황금기’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지금의 우리에게 딱 맞는 말 같다. 낮잠은 세 번, 2시간, 2시간, 30분.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거의 정해진 패턴대로 푹 자고 깨어난다. 잠만 잘 자도 하루의 반이상은 성공한 셈인데, 요즘 우리는 참 호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가 자는 동안 나도 충분히 쉬고, 덕분에 깨어 있는 시간을 좋은 체력으로 함께 보낼 수 있다.
오후 4시는 분유를 다 먹고, 이제 막 시작한 이유식을 먹는 시간이다. 이유식을 시작한 목적은 영양보충보다는, 돌 즈음에 엄마 아빠와 마주 앉아 식사하기 위한 연습. 지금은 3일에 한 번씩 새로운 채소를 추가하며 알레르기 테스트도 겸한다. 매번 색다른 재료가 들어간 한입을 입에 넣을 때마다 다안이의 표정을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쓰구나~’ 하는 얼굴도 귀엽고, 의외로 애호박, 청경채 같은 채소는 아주 잘 먹는다. 오트밀도 쌀도,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인다.
문제는 소고기다. 가장 중요한 철분과 단백질을 위해 소고기를 시작했는데, 그 반응이 심상치 않다. 생애 첫 소고기라서 좋은 한우로 준비했건만, 입에 넣자마자 인상부터 찌푸리는 모습. 흔히 다른 아기들은 채소는 거부해도 고기는 잘 먹는다는데, 우리 아이는 정반대다. 문득 임신 중 내 식성이 떠올랐다. 평소 고기를 좋아하던 내가 유독 그 시기에는 고기 냄새만 맡아도 거부감이 들었다. 대신 과일, 특히 오렌지나 귤 같은 새콤한 게 자꾸 땡겼다. 혹시 그 영향일까? 그렇다면 정말 신기한 일이다.
곧 다른 부위의 소고기로 다시 시도해볼 계획이다. 입맛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분유만 빨 줄 알았던 아이가 숟가락을 보면 입을 ‘아~’ 하고 벌리는 모습이 놀랍고도 귀엽다. 입맛도 돌고, 엄마인 나도 자꾸 웃게 된다. 다음엔 오이, 브로콜리, 당근, 사과까지. 메뉴는 계속 바뀐다. 준비는 번거롭지만 아이와 마주 앉아 표정을 살피는 이 시간이 너무 재밌고 좋다.
다안이는 다음엔 뭘 좋아하게 될까.
오늘도 오후 네 시는 그렇게, 작고 기분 좋은 기대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