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Dear. 유선
30년을 살아오며 너에게 단 한 번도 편지를 쓴 적이 없었구나.
네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이, 그렇게 바쁘게 달려온 것 같아. 이제 한숨 돌리고 앉아 너에게 말을 걸어본다.
지금의 너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사랑 안에 살아가고 있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서 그런지, 이제는 사랑을 줄 줄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란 건 분명 부모님 덕이 크겠지.
그래서일까, 스스로도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듯해. 그런 너를 보며 참 뿌듯하다.
마음도, 생활도 안정된 지금의 너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보낸다.
'잘했어. 정말 고생 많았어.'
10대. 학창시절 너는 친구들로 인해 웃고 울기를 반복했지.
그 시절엔 친구가 세상의 전부였고, 그만큼 아프기도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뎠나 싶지만, 결국 또 좋은 친구들이 너를 따뜻하게 감싸줬지.
그 친구들이 문득 생각나. 지금도 고마운 친구들이야.
20대의 너는 늘 방향을 바꾸느라 분주했어.
관심 있는 게 너무 많아 꿈이 자주 바뀌었고, 때론 흔들리기도 했지.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며 시작한 입시미술에서 산업디자인을 거쳐,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어 메이크업 학원도 다녔지.
그 모든 경험 끝에 결국 패션과로 편입했고, 거기서 ‘패션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길을 알게 됐어.
패션경영을 공부하고, 패션MD로, 온라인MD로, 그렇게 찾은 내 직무로 더 나은 회사를 찾아 지금의 자리에 온 너.
생각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으로 부딪혀보고, 직접 경험하며 원하는 방향을 찾아낸 그 과정이 참 대단하고도 기특해. 그렇게 쌓은 경력과 경험이 지금 너를 단단하게 만들었지.
어렴풋이 앞날이 안 보이던 시절을, 단 하나의 꿈이라도 붙잡고 달려온 너.
20대를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기에 지금 이 안정된 30대를 선물처럼 누릴 수 있는 거야.
이제는 너를 돌볼 시간과 여유도 생겼지.
사랑스러운 아이와 든든한 남편과 함께하는 이 시간, 매일매일 감사하자.
그리고 잊지 말자. 너는 앞으로도 계속 멋지고, 분명히 행복할 거야.
With love,
유선이 쓴 유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