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쉬는 법

by 보라

올해 1월쯤에 아버지께서 퇴직하셨다. 아버지는 40년 넘게 화물차 운전을 하셨다. 난 아버지의 손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아버지는 30대 때에도 손이 쭈글쭈글하고 혈관이 다 보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키가 나와 비슷하시다.. 어렸을 때 얼마나 음식을 못 드셨으면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이 든다. 아버지의 손은 미리 늙어서 30대에나 70대에나 똑같다.

퇴직 후 처음엔 아버지도 어머니도 예민해지셨다. 당장 들어오는 수입이 0원이 되니 어머니도 속상하셨나 보다. 다른 분은 아직 일한다고 비교하시고, 소소한 걸로 다투셨다. 그래서 걱정이 되었다.

어느 날, 외출하고 왔는데 두 분이 ‘오목’을 하고 계셨다. 얼마나 심심하셨으면 오목을 하는지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나에겐 그 재미없는 오목을, 정말로 오버하며 재미있게 티격태격하면서 하셨다. 어머니는 오목이라도 해야 두뇌회전에 좋다며 굉장히 오목에 적극적이셨다. 내가 보기엔, 아버지가 일부러 오목을 져 줘서 어머니께 ‘승리의 기쁨’을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아버지가 다른 취미생활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서 배드민턴채를 사드렸다.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 나, 이렇게 우리 세가족은 집 뒷산에 있는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치게 되었다. 아버지가 이렇게 까지 배드민턴을 좋아하실 줄은 몰랐다. 아버지는 매일매일 나에게 배드민턴 치러 가자고 하신다. 나는 몸 힘들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치러 가기가 귀찮은 날도 있다. 나도 배드민턴 재밌기는 한데 매일 가는 건 힘들다. 대낮에 아버지와 단 둘이서 배드민턴을 치게 될 줄이야! 서로 배려하면서 공을 예쁘게 주고받으니까, 아버지와 더 친해진 느낌이 들어서 좋다. 제일 많이 쳤을 땐 50개 까지도 쳐보았다.

아버지가 대단한 점은 한 달에 돈을 1원도 안 쓴다는 점이다. 어디갈때 차비 빼고는. 그리고 술, 담배도 안 하신다. 또, 항상 어머니의 편이 되어주고 어머니를 많이 사랑해 주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두 분의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나는 아버지가 그동안 고생 많으셨으니, 이젠 편하게 쉬셔도 좋을 것 같다. 일하실 때는 안 그러셨는데, 나의 일상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오늘 어디 가냐 뭐 하냐 묻는데 나에 대한 관심인 것 같아서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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