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는데.

by 보라

이제는 "커피 좀 타 오너라"라고도 안 하신다.

"어깨 좀 주물러라이"라는 말도 안 하신 지 오래다.

항상 베란다에 앉아서 라디오를 듣고 계신다. KBS 라디오 <성공예감>을 제일 좋아하신다.

아빠는 나와 닮은 면이 많다. 나는 강해 보이는 엄마보다는 조금 예민한 편인 아빠를 더 많이 닮았다.

아빠와 둘이 집에 있으면 싸운 적이 없다. 화낼 일도 없고 조용하다. 반면에 엄마와 내가 둘이 있으면 사사건건 부딪힌다.

사춘기의 절정을 달릴 때 나는 아버지께 많이 대들었다. 사소한 걸로 문 세게 닫고 내방으로 가버리곤 했다. 이제 와서라도 용기를 내어 사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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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평생을 열심히 일하셨다. 올해 연세가 75세이다. 무려 50년 가까이 화물차와 함께 막노동을 하며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셨다.

나는 괜찮다고. 커피, 그까짓 믹스커피 전자레인지에 물을 30초 데우고 가루를 넣기만 하면 끝인데. 그게 뭐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셔도 된다. 어깨 안마도. 내가 체격이 좀 있다 보니 손의 악력이 세다. 그래서 어깨를 안마해 드리는 건 나에겐 아주 쉬운 일이다. 조금만 손에 힘을 줘도 아버지가 시원해하실 텐데.

아버지는 2년 전에 퇴직하셨다.

이젠 내가 잘해드리는 게 맞는데. 물질이든 정신이든 가진 게 없는 내가 미안하다. 이제는 맛있는 것도 드시고 아버지의 시간을 가져도 되는데. 진짜 당신을 위해서 돈을 쓰시는 걸 못 봤다.ㅜㅜ

아버지의 풀이 죽은듯한 모습보다는, 이제는 당당하게 인생을 즐기며 사는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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