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연극

by 보라

연극공연차 지방에 다녀왔다. 맹장수술을 한 후 내 몸은 회복이 덜 된 상태였다. 거기다가 마법까지 겹쳐서 솔직히 힘들었다. 내가 빠지면 안 될 상황이었다. 동료 4명의 대사보다 내 대사가 더 많았다. 빠지면 사실상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날 지도 해주신 연극선생님들, 사회복지사님들, 동료들, 모두에게 너무 많이 미안해서 내 몸을 갈아 넣어서라도 연극은 무조건 참여하고 싶었다.

일단 지방에는 도착했다. 하루 전에 있었던 피검사 결과가 궁금하여 병원에 전화해 봤다. 백혈구 수치가 좀 높다고 했다. 수술해 준 병원에 가서 ct를 꼭 찍어보라고 하셨다. 멘붕이었다..... 마치 건강 염려증에 걸린 사람처럼 내 몸에 대한 걱정과 연극에 대한 걱정이 겹쳤다.

난 호텔이란 곳은 처음 와봤다. 모텔 아닌 진짜 호텔이었다. 자꾸 목이 말라 호텔 안 냉장고에 있는 콜라를 충동적으로 마셔버렸다. 나는 몰랐다. 콜라값이 계산된다는 것을. 바보ㅜㅜ 다행히 단돈 2000원으로 해결되었다.

그리고 연극연습에 돌입했다. 다행히 그동안 대사를 열심히 외워온 터라 연습은 수월했다. 무려 석 달 동안 우리 엄마가 상대역을 해주셨는데 고마웠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대사를 모두 외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 같다.

연극의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개똥벌레가 자신을 희생해서 반딧불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었다.

수요일은 연습하고 목요일에 공연하게 되었다. 무대가 너무 화려하고 이뻤다. 이렇게 예쁜 무대를 만들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한다. 관객은 몇백 명쯤 되었다.

처음엔 대사를 거의 틀리지 않고 그럭저럭 만족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노래도 해야 했는데 무난하게 잘 넘겼다. 좀 안심하고 연기에 몰입할 즈음.. 대사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너무너무 당황했는데, 전혀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대략 상황에는 맞지만 원래 대사는 아닌 말을 해버렸다. 상대 배우도 나 때문에 당황해하는 게 보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능청스럽게 대사를 안 틀린 듯이 넘어가는 나의 상황대처능력은 솔직히 좀 다행이었다.

마지막엔 '나는 반딧불' 노래를 불렀다. 관객들이 같이 호흡하고 박수를 쳐주셨다. 사실 관객들에게 감동한 게 제일 크다. 어떤 3d 조명효과(?) 인지는 모르겠으나 관객석에서 반딧불이가 빛나는 모습이 연출되었는데, 환상적으로 이뻐서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연극은 잘 마무리되었다. 다행이다. 연극선생님들, 사회복지사님들, 동료들, 우리 엄마, 관객들, 예쁜 무대를 만들어주신 스텝 여러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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