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크리스마스

by 보라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나도 삶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때가 있었다. 세탁공장일을 했었는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기만 했었다. 지나고 보니 나를 단단하게 만든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 당시에 쓴 글을 공개한다.


크리스마스 새벽이다. 가족들은 모두 자고 있다. 밥에 참치를 넣고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씻고 집을 나선다. 내 일터는 버스로 1시간 40분은 걸린다. 왕복 3시간도 넘게 걸린다.


내가 하는 일은 숙박시설 세탁물 정리이다. 수건을 포개어서 노끈으로 묶는다. 양반다리를 안 하고는 되지 않는 일이다. 양반다리를 오래 했더니 무릎 건강 걱정된다. 내 연골…. 부디 안녕하기를. 크리스마스는 축복의 날 기쁨의 날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그런 분위기 느낄 수 없다. 수건, 이불, 시트, 가운이 나를 압박한다. 빨리 좀 해라고. 나도 빨리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준다.


젠장!! 이 일 때려치우고 싶다! 크리스마스니까 연인들끼리 친구들끼리 호캉스도 하고 잘 보내겠지. 부러우면 지는 거다.. 부럽지 않아!!라고 다짐하지만, 사실은 부럽다. 세탁물은 끝이 없이 나온다. 음악을 틀어주는데 캐럴은 들리지 않고 가수 이하이의 노래가 들린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할 거야♪ 처음엔 이 노래 가사처럼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다. 몸이 적응하면 덜 아플 날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내 믿음이 거짓이란 걸 머지않아 알게 된다. 날이 갈수록 몸은 점점 더 아파진다. 무릎. 허리. 장난 아니다. 살이 빠지면 뭐 해. 몸이 아픈 듯이 빠지는데. 시간이 해결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만둬야 해결이 된다는 걸 깨닫는다.

점심시간 잠깐 쉰다. 같이 일하는 언니가 말한다. “니하고 말하기 싫다. 눈치도 없고.” 헉. 그 말이 너무 직설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상처받는다.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눈치가 없구나’ 기분 나쁘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최대한 감춘다. ‘상처받은 게 표정에 드러나면 내가 지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보 같다. 저렇게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 상대하기 싫다. 나는 비겁하다. 아무런 대꾸 못하는 내가 싫다.ㅠㅠ

나도 빨리하고 싶은데 일이 빨리 안된다. 손이 느리다. 동료들이 빨리 좀 해라고 한다. ‘싫은데요!!!!’라고 말해버리고 시원하게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그건 생각뿐 현실은 꾸역꾸역 5개월을 버틴다. 11월에 입사해서 5개월을 버티고 3월 말쯤에 결심한다. 그만둬야지!! 그리고 다시 백수로 돌아간다. 나는 언제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일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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