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해철 님을 추모하며
또, 수입삼겹살이 점심으로 나왔다.
그것의 별명은 간장불고기, 고추장불고기, 제육볶음, 돼지 두루치기 등.... 다양하게 불려지고 있었지만 어차피 주재료는 수입삼겹살이었다.
'단백질 보충 안 해도 좋으니 그만 좀 나오세요. 수입. 삼. 겹. 살'이라고 마음속으로만 외쳤다.
그곳은 바로 정신과 폐쇄병동이었다. 난 우울증으로 2개월째 갇혀 있는 중이었다..
신문이나 보려고 펼쳤는데, '마왕 신해철 사망'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진짜야? 가짜뉴스 아니야? 이런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신해철을 좋아했었다. 내가 한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신해철이 좋았다. 콘서트에서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오열하던 신해철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신해철이 진행하던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을 이젠 재방송 밖에 볼 수 없다니 마왕 없이 살아갈 내가 걱정되었다. 신해철을 잃은 슬픔도 크지만,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그의 부재가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올지 몰랐다.
병동 프로그램 중에서 '음악감상' 프로그램이 있었다. 난 신해철의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신청했다. 그 노래를 듣는데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난 포기하지 않아요'
이 부분에서 눈물이 터져 버렸다. 그때, 나의 작은 소원은 병원에서 퇴원하는 것이었다. 나도 슬픈 표정 그만하고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퇴원을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신해철이 이런 의미로 작사를 하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나는 큰 위로를 받았다.
라디오방송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을 종종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코너는 '좀 놀아본 오빠의 미심쩍은 상담소'였다. 나는 하나도 미심쩍지 않았다. 너무나 마왕의 진심이 와닿았다. 그리고 한 번씩 조금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아이디 정지 1회'라고 귀여운 협박도 하던 마왕이 기억난다. 단 한 번도 아이디 정지 안 할 거면서.
마왕의 라디오 방송의 오프닝 멘트는 항상 똑같았다.
"본 방송을 청취함으로써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피해, 불면증 정서불안 과대망상 인성변화 귀차니즘 대인기피 왕따 식욕감퇴 발육부진 성적하락 가정불화 업무능력 저하, 소득감소, 직장생활 부적응 등등에 대하여 본 고스트스테이션 제작진 일동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음을 경고드립니다. "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이야말로 정말 유익하고 감동적이고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 찐이었다. 나의 히키코모리 시절 글쓰기와 함께 유일한 친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마왕의 라디오 방송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