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에서의 직장체험
검찰청에서 일한다 하면 뭔가 좀 있어 보이잖아. 나는 검찰청에서 정직원이 아니라 2달까지 할 수 있는 '직장체험'을 한 거라서 전혀 있어 보이는 것과는 상관이 없었다. 그래도 20대의 상당 부분을 집에서만 있던 인간이 이런 직장체험프로그램에도 참여하다니. 뿌듯했다. 사람에 대한 공포가 없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별게 아닐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첫 출근 하던 날.
정말 단순하고 단순한 일을 했다. 문서에 날짜 적고 '비고란'에 간단한 것을 적었다. 시간이 남아서 인터넷 하고 놀았다. 일을 더 시켜주길 바랐었다.
12시부터는 직원분들이 족구인지 뭔지 운동경기 행사를 한다고, 직장체험 알바들도 같이 응원하라고 했다. 나는 역시나 개어색해서 안 어색한 척 박수도 치고, 재밌는 척한다고 힘들어서 혼났다. (참고로 내가 이렇게 까지 자세하게 쓸 수 있는 이유는 그 당시에 썼던 일기장을 아직까지 갖고 있어서 이다.)
앞으로 일을 내가 잘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되었다. 일 자체보다도 인간관계가 더 걱정되었다.
내 업무는 주로 복사와 도장 찍기, 단순한 전산입력, 서류정리, 스테이플러로 종이 집기, 우체국에 서류 부치기 등....이었다. 힘들진 않는데 지겨웠다. 철이 없던 나는 점점 이 일에 싫증이 났다. 뭔가를 창조하는 일이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동안 일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랬나 보다. 그 당시의 나는 몰랐다. 그 검찰청 알바가 얼마나 축복받고 편한 일인지를. 더러운 것 안 만져도 되고, 안 시끄러운 곳에서 일해도 되고, 절대 빨리하라고 독촉하는 것도 없고, 일도 단순한 문서정리이고,, 셀 수 없이 많은 장점이 있는데도,, 나는 단 한 가지 단점 때문에 이 편한 일을 싫어했다. 그건 바로, 힘들진 않은데 지겹다는 것.
(나는 그 후, 30대쯤엔 그야말로 3D 노가다를 해보게 된다. 나이를 먹어서야 문서정리 알바가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알게 된다. 지겹다는 건 힘든 축에도 못 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이 재미없는 건 어쩜 당연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결국 검찰청 알바 또한 2달까지 할 수 있는데 1달만 하고 그만두게 된다....
또 집에만 있는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신과 치료받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정신건강센터를 찾아가게 된다. (5)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