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컬러링, 일상으로의 여행
어제 후암동에서 세 명의 여자분을 만났습니다. 점점 날씨가 추워지지만, 고요하고 아늑한 장소가 주는 온기를 느끼며, 명상음악이 주는 평온함을 함께 나누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24시간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는 열정으로 2시간 30분의 깊은 일상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 평가하지 말고 발견해봐요
우리는 평가에 너무 익숙합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꼭 그 뒤에 평가가 붙을 것 같고, 외국인들보다 한국인들 앞에서 영어 하기가 더 무섭다는 마음도 학창시절 받았던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을까요? 라이프컬러링 모임에서는 평가를 잠시 내려놓자고 제안합니다. 바쁜 일상을 그려낸 사람을 보고 '좋은 루틴이다.'라고 평하지 않고, 규칙적인 습관을 지켜내지 못한 일주일을 보며 동정하거나 안쓰러워하지 않는 연습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일상을 보며 많은 발견을 얻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휴식할 때 1) 완전히 누워 육체적으로 회복을 원하기도 하고, 2) 퍼즐을 맞추며 근심을 내려놓고 머리를 비워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3) 유튜브 콘텐츠를 보며 새로운 자극과 영감에 리프레쉬되는 사람도 있고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타인이 휴식하는 법을 발견하고, 휴식의 모양은 다 같지 않구나를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나의 휴식의 말해보며 내가 편안한 방식을 정의해보고, 다른 사람에게도 발견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솔직해도 괜찮은 안전한 대화 장소
우리는 고민이나 불안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질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내 문제를 털어놓으면 무능함을 들키지 않을까, 평가받지 않을까 두려움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때로, 평가 없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솔직해도 괜찮은 안전한 대화 장소가 필요합니다.
어떤 문제는 혼자 사색해야만 풀리지만, 또 어떤 문제는 실마리를 풀어 줄 도구의 힘이 필요하고, 또 다른 문제는 깊은 대화와 지지 속에서 힘을 얻습니다. 라이프컬러링 모임에서는 내 일상을 간단한 툴로 그려보고, 털어놓아도 좋은 안전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주 쉬운 도구로 시작합니다
나의 일상을 6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봅니다. 내 우선순위에 따른 주관적인 분류입니다. 각각의 카테고리에 색을 정해줍니다. 그 색을 따라 나의 일주일 일상을 칠해봅니다. 지난주 일정은 '내가 했던 일'과 '그 일을 했을 때의 감정'을 생각하며 그려봅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과 가장 편안했던 휴식시간을 구분해 봅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시간의 우선순위를 부여해보고, 또 원하는 휴식의 모습도 리스트로 만들어 봅니다. 이제 정말 공을 들여 넣어보고 싶은 나만의 시간을 상상해보며 다음 주 루틴을 그려봅니다. 나의 2주일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보다는 내가 발견한 일상의 틈을 만드는 시도를 더 귀하게 여기는 연습을 해봅니다.
라이프컬러러 1
잠들기 전 이런저런 고민으로 보내는 시간이 1~2시간 정도 됩니다. 그 시간이 괴로운 시간이라 붉은색으로 칠해서 표시해봤어요. 붉은색을 보고 있으니 내가 이만큼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시간을 통해 얻는 것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작은 목표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고민하다 보면 그런 계획들이 정리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다음 주는 아예 시간을 정해놓고 계획적으로 고민을 해보자고 다짐했어요. 조금 괴로울 테니까, 컬러를 복숭아색과 붉은색을 넣어 표시해봤어요. (ㅎㅎ)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명상을 하며 계획을 상기해보는 예쁜 시간도 넣어봤어요. 제 일상에서 고민의 시간을 다 없애는 것보다 제가 편안하게 고민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게 좋겠다는 게 저의 발견이었어요.
라이프컬러러 2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고민해봤어요. 내가 원하는 휴식의 리스트를 적다 보니,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갤러리 구경하기'가 툭 튀어나왔어요.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새로운 자극이 저에게는 휴식 같아요. 늘 하고 싶은 일이지만 이 핑계 저 핑계 시간이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일주일을 들여다보니 틈을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다음 주에는 꼭 저를 위한 휴식을 허락해보는 연습에 성공해보고 싶어요.
라이프컬러러 3
저는 더 게을러져보고 싶어요. 근데 늘 바쁜 게 문제예요. 제가 무엇 때문에 바쁜지, 제일 힘든지 찾아보고 싶어요. 지난주를 그리다 보니 제가 감정을 극도로 소모하는 시간이 보이더라고요. '아무리 다른 시간 저를 위해 사용해도, 감정이 힘든 시간이 짧게라도 들어가 있으면 힘든 거구나'하고 느꼈어요. 사실 몸이 바쁜 게 아니라 제 마음이 바빴던 것 같아요. 다음 주는 그 힘든 시간을 다섯 번 중 한 번 안 해보기로 했어요. 도피일 수도 있고, 더 큰 불안이 올 수도 있겠지만, 제 스스로 그 시간을 빼놓은 다음 주 루틴을 그려냈다는 게 뿌듯해요. 저를 아끼고 편안하게 만드는 다음 주, 그다음 주를 계속 그려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