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을 그림으로 그리면 어떤 모습일까요? 내 일주일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무엇일까요? 내 하루를 영상으로 찍는다면 새로운 것들이 보일까요? 나의 일상을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루틴을 서식 표에 적어보는 것만큼 정직하고 객관화된 작업은 없습니다. 루틴을 그리다 보면 내 생활패턴을 숨기거나 없던 것을 덧붙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워크숍 교육을 받는 시간을 업무시간과 다른 색으로 칠하고 싶었어요. 생각해보니 저는 바쁜 와중에도 무언가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새롭게 배우는 시간만큼은 꼭 사수하고 싶었던 충천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일주일 루틴을 그려보면서 생각보다 제 삶에 이동시간이 너무 길다는 걸 발견했어요. 책을 읽고 싶은데 늘 또 시간은 없고요. 당장 일주일에 5번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타고 다닐 수는 없겠지만, 다음 주에 한 번은 조금 일찍 나와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며 출근해보고 싶어요. 그게 힘들면 한 정거장 전에 내려 살짝 걷기라도 해보고 싶어요. 그걸 하면 일주일에 뭔가 하나라도 나를 위해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면서 좀 숨통이 트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딸과 보내는 시간이 정말 중요해요. 아무리 짧더라도 깊게 교감하며 놀아주고 싶어요. 그런데 지난주 루틴을 그리다 보니 뭔가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제가 화요일에 딸아이와 놀아줄 때 계속 스마트폰을 보고, 건성으로 시간만 때웠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일주일 내내 딸과 놀아주는 시간을 초록으로 칠했는데, 이 날만큼은 빨간색으로 칠해서 구분하고 싶었어요. 똑같은 걸 하더라도 다른 마음이었거든요."
퇴사 후 생활 루틴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몇 년을 게으름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무리 굳게 마음을 먹어보려고 해도 습관이나 생활패턴을 만드는 일이 저에게는 늘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예술가들의 루틴을 정리해 놓은 표를 발견했어요.
유명한 예술가들의 삶인데 사실 뜯어 놓고 보면 별게 없었습니다. 놀라울 것 없는 패턴의 하루를 보냈던 위인이 더 많았습니다. 일상적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하고 오전 작업을 하고, 또 점심식사를 하다가 오후 작업을 하거나 여가 시간을 즐기는 삶. 그들에게는 왜 이런 패턴이 생겼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400여 명의 유명인사들의 루틴을 정리해 놓은 '리추얼'이라는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 같은 루틴의 왕도 있었고, 단조로운 패턴으로 비슷한 루틴을 지켜가며 살았던 예술가도 있었습니다. 신기했던 것은 저보다 더 게으른 예술가도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역사에 기록될만한 명작을 남기고도, '내가 이불 밖으로 나올 수만 있다면..' 하며 한탄했던 예술가도 있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 날에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아무 작업도 하지 않는 것이 대원칙인 예술가도 있었습니다.
묘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지런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꼭 우월하지 않다는 것, 남들이 보기에 게을러도 나를 편하게 해주는 나다운 루틴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창조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받았습니다.
서식을 만들어 매주 나의 루틴을 그려보았습니다. 내가 그리는 나의 일주일을 통해 내 일상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유독 컨디션이 안 좋은 주는 좀 더 게으르도록 나를 허락하기도 하고, 걷기를 꼭 해내고 싶은 주는 루틴을 바로잡으며 나를 다잡는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휴식시간에 내가 무엇을 하면 충전받는지도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며 탐구했습니다.
내가 받은 위로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타인의 일상을 보면서 내가 받았던 위로가,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도 작용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나 혼자 그리면 하나의 일상만 볼 수 있지만, 3명이 모이면 3명의 일상 속으로 여행이 가능하고, 5명이 모이면 5명의 삶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의미였습니다.
1. 일상을 6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해봅니다
내 일상을 5~6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누어보고 그에 맞는 컬러를 정해봅니다. 식사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식사를 하나의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나누어 색을 부여합니다. 영감 받는 일이 중요한 사람은 책을 읽거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을 묶어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걷기가 운동인 사람도 있고 휴식인 사람도 있습니다. 요리가 집안일인 사람도 있고 창작활동인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을 컬러로 명명해보고, 비슷한 몇 가지 활동을 묶고 나누는 작업을 합니다.
2. 지난주 루틴, 이번 주 루틴, 두 개의 루틴을 그려봅니다.
지난주에 무엇을 했는지 떠올려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찬찬히 되짚어 보며 내 일주일을 그려봅니다. 내 일상을 타인에게 소개하고, 카테고리를 나눈 이유, 그 활동을 했던 감정들에 대해 질문을 받습니다. 거기에 내가 가장 아끼는 시간, 공들여해보고 싶은 활동들의 리스트를 적어보며 다음 주 루틴을 그려봅니다. 내 지난주와 다음 주가 어떤 빛깔로 다른지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3. 내가 했던 활동들을 감정으로 소환하고 나누어봅니다
휴식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육체적으로 편안했던 휴식, 머리를 완전히 비워보는 휴식, 새로운 자극을 받아 리프레쉬되는 휴식 등 자신이 원하는 휴식의 종류는 모두 다릅니다. 독서를 했을 때 더 피곤해졌는지, 충만해졌는지, 그때의 감정을 떠올려보는 작업을 함께 해봅니다. 내가 원하는 일의 모습, 내가 원하는 휴식의 모습, 내가 원하는 일상의 모습을 감정으로 나누어보고,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배치해보는 연습을 합니다.
4. 혼자서는 발견하기 힘든 일상의 틈을 함께 발견합니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영감 받기'라고 적어 놓은 칸에는 어떤 활동을 한 것인지, 두 가지 색이 섞여 있는 활동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수면시간 중간에 깨서 했던 노란색으로 칠해진 활동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답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사이라도 이렇게 서로의 일상을 깊숙이 보는 작업을 해볼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타인의 생활패턴을 보며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휴식의 의미와 방법, 일상의 틈을 만들고 살아내는 방식 등을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게 됩니다.
경찰관 A님
교대근무로 일하며 업무시간이 늘 일정하지 않아서 집에 오면 깊은 피로감을 느껴요. 아무리 피곤해도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을 또 줄일 수 없으니 삶의 만족도가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저의 한 주 루틴을 직접 그려보니 눈물이 났어요. 별표를 쳐가며 다음 주에 출근 전 저를 위한 고요한 시간을 넣어보며 참가자분들에게 제 루틴을 발표했어요. 한 주에 한 시간만이라도 온전한 제 시간을 만들었다는 게 너무 기쁘고 뿌듯해요. 매주 루틴을 그리며 제 감정을 살펴보고 싶어요.
프리랜서 강사 B님
저는 늘 무언가 학습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설거지를 하면서도 팟캐스트 수업을 듣고, TV를 보면서도 기사나 공부 거리를 찾는 버릇이 있어요. 제 일상을 그려보며 그런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제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락하는 법을 연습하고 싶어요. 저녁을 먹고 나서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스마트폰도 잠깐 내려놓고 오늘 하루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직장인 C님
예술가들의 루틴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빡빡한 루틴을 잘 지키며 살았던 사람도, 억지로 뭔가 하지 않으려 계획표를 짜지 않았던 사람도, 저마다 자기 다운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영감을 받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시간과,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들을 구분해 보니 집중하고 싶은 것들이 명확하게 다가왔어요. 출퇴근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활용해서 걷기를 조금씩 실천해보고 싶어요. 저를 기분 좋게 하는 더 많은 활동을 찾아보고 제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해보고 싶어요.
직장인 D님
다음 주는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늘 해보고 싶었던 도전이었는데, 왜 그동안 망설였는지 깊이 생각해봤어요.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두려웠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제 감정에 충실하게 일상을 채워보고 싶어요. 비슷비슷한 루틴의 한 주를 보내고 있지만, 저만 아는 아주 사소한 변화들을 감지하며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라이프 컬러링은 방학 때 만들던 생활계획표와는 다른 종류의 루틴 그리기입니다. 일주일간 내가 어떤 활동을 했고, 그때의 감정은 어땠고,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버린 내 생활패턴이 무엇인지, 그 안에서 만족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아래와 같은 질문에 같이 묻고 답합니다.
일주일 중 내가 가장 아끼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혼자 있는 고요함을 즐길 때 어떤 기분인가요?
불안할 때 나는 무엇을 소비하나요?
누군가를 돌보며 의무와 사랑 중 무엇이 더 깃들어 있었나요?
이동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충분한 위로나 휴식을 얻은 경험이 있나요?
루틴을 그려보며 내가 살아온 일주일의 생활패턴과 그 안의 감정들을 살펴보는 연습을 함께 해봅니다.
아주 짧아도 나를 채워주는 밀도 있는 휴식
힘들어도 몰입과 영감을 가져다주는 일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지지적인 모임
나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덜어내면 좋을지 발견하는 시간입니다.
Q. 루틴을 그려보면 정말 안보이던 생활 패턴이 보일까요?
A. 우리는 당장 어제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해내기 어렵습니다. 먼저 20분간 고요하게 한 주를 돌아보며 나의 시간을 컬러펜으로 구분해 봅니다. 라이프 컬러링은 흩어져 있는 시간을 시각화해주는 도구입니다. 일주일을 그리다 보면 저절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은 카테고리로 분류가 되고, 의미가 희미한 일들은 생각나지 않아 버려지게 됩니다. 이런 힌트들을 모아 나의 한주를 완성해보면 생활패턴이 한눈에 보이게 됩니다.
Q. 도저히 바빠서 다른 것들을 할 여유도 쉴 틈도 없는데
무엇을 기대하며 참가할 수 있을까요?
A. 휴식을 확보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중요한 과제입니다. 나의 지난주 루틴을 그려보며 어떤 활동을 했을 때 충만했는지, 힘들었는지를 먼저 살펴봅니다. 아이와 3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보며 놀아주었는지, 1시간을 밀도 있게 놀아주었는지 돌아보면 내 시간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보다 짧은 시간도 나를 위한 시간, 밀도 높은 시간, 내가 충전되는 느낌을 받는 시간으로 만드는 시도를 해봅니다. 2주간의 컬러 루틴 만들기와 리스 트지 작성을 통해 내 휴식을 발견하는 기회를 가져보세요.
라이프컬러링의 다양한 커리큘럼을 보실 수도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