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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derless Mar 02. 2024

블루도어북스,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가볼 만한 카페 그리고 서점

블루도어북스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었다. 그래 나는 이런 걸 좋아했었지. 4년을 물류에서 메마르게 일만 하며 지내오다 이 공간에 들어오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물론 최근 회사를 이전하고 나서부터는 환경이 좋아져서 전처럼 물리적으로 힘들진 않다. 넓고 푸른 추상화 그림들과 지브리 클래식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공간이었다. 그림책만 있는 줄 알았는데 경영서적, 에세이도 있고 요즘 빠져있는 이나모리가즈오의 경영서적 시리즈 중 '사장의 그릇'을 구매했다. 조만간 책에 대한 리뷰도 해보려 한다.

이나모리가즈오의 사장의 그릇

마음에 들었던 건 아늑한 소파와 공간 구석구석 놓인 노란빛 조명 그리고 넓고 푸른 패턴 초상화였다. 스태프분들이 티와 내부 온도를 체크하면서 방문한 고객들을 확인했고 향을 피워 지속적으로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시켰다. 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그 공간을 평화롭게 만들고자 지속적으로 고객과 공간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일이 얼마나 운영자를 예민하게 만들까 싶었지만 정작 서비스받는 입장인 사람들은 편하다. 이런 공간이 지하에 위치해 있는 건 좀 아쉽다. 자본이 많은 누군가가 인수한다면 1,2층을 통으로 마치 작가의 아지트와 방처럼 꾸며버리면 독특한 공간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사실 20대 중후반부터 이런 아늑한 공간을 좋아했는데 사업을 한 뒤부터는 진실로 책 안에 활자 한 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기 시작하면서 감성이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현실적으로 돈을 벌어야 된다는 압박감과 너무 바쁠 때는 문화생활도 사치로 여겨서 잠시 치고는 길게 취향을 말살시켰다. 몇 년을 건조하게 생활하다 오랜만에 공간에 놓인 미술도구들과 추상미술 작품을 보니 이런 방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연인이 있다면 꼭 함께 가보시길 추천드리고 싶다. 


디카페인 티와 비스킷

도착하면 따뜻한 웰컴티를 먼저 건네주고 티와 커피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공간 구석마다 짙은 잔디색 소파와 회색 담요 그리고 노란 작은 협탁 책상이 있어서 간단하게 작은 가방이나 책을 둘 수 있다.

공간 벽면에 있는 파스텔

그림을 오래 그렸는데도 그림 그리는 일 자체가 질려버려서 미술도구나 작품을 보는 건 좋은데 직접 그리고 싶진 않다. 어머니는 항상 "내가 그림 그려달라고 한 지가 언젠데 그림을 안 그려줘~" 하신 지도 오래됐는데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그릴 시간이 없어요."라고 답한다. 그래서 예전에 그렸던 수채화 그림을 스캔해서 액자로 만들어드리기로 약속했다. 어머니는 항상 나의 미술 감각과 취향을 존중해서 어딜 가든 꼭 한 번씩은 물어보신다. 백화점을 가도 이 옷이 본인한테 잘 어울리는지 물어보시고 집 인테리어를 하셔도 위치, 색깔, 방향 등 조언을 얻으신다. 어머니와 나는 친구 같고 막내 동생은 나를 정신적으로 조언해 주는 서포터로 생각하고 아버지는 어떻게 보시려나. 아버지는 나에게 내색은 안 하시지만 성실하고 듬직한 맏이라고 여긴다. 둘째 녀석은 나를 경쟁상대로 보고 이기고 싶은 존재로 여긴다. 언니가 하는 건 다 좋아보이나보다. 



디앤디파트먼트

디앤디파트먼트 2층

아주 날것 느낌의 2층 한가운데 뿌리 굵은 나무가 심어져 있고 창가에 옹기종기 테이블이 모여져 있었다. 일전에 한여름에 와본 기억이 있는데 창 너머 보이는 주택들과 넓고 조용한 느낌이 좋았다. 날이 추워서인지 오전 일찍 와서인지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한강진역 동네 특성상 외국인도 보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카페를 가든 어디를 가든 인종이 섞여있고 아이와 가족, 노인까지 자유롭게 쉬는 곳에 가면 평화를 느낀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평온과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누구도 누구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는 시간이 있어서 아닐까.


뭘로 만든 건지 모르겠는 책상이나 빈티지인가
2층 창문 뷰

블루도어북스에 가기 전에 잠시 마들렌을 사가지고 2층에서 가볍게 먹었다. 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 때문에 그나마 추위가 덜했고 맞은편 테이블엔 한 외국인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고 그 건너편에서는 친구들끼리 앉아 조용히 담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요즘은 연남동도 그렇다고 성수동도 또 그렇다고 신사, 강남, 압구정 모두 흥미가 없다. 새로운 걸 느끼고 싶은데 많은 브랜드들이 상향 평준화 된 상태라서 어떤 특이점을 잘 못 느낀다. 그래서 낯선 동네를 찾을 때가 있다. 아무튼 오전 낮에 햇살 맞으며 가볍게 커피 한 잔 하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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