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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집

반호프 미술관부터 국회의사당까지

베를린 여행 3일 차

by borderless

베를린에 도착한 후부터 모든 것들이 알고 싶어 매 순간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3일이 됐는데도 약간은 긴장상태였고 혹여나 배탈이 나면 어쩌나 그런 쓸데없는 걱정도 했다.




밝은 햇살과 함께 시작한 하루

반호프 미술관으로 가는 길 귀여운 꼬맹이
단풍나무랑 한 컷

베를린에서 여행 일정 잡기가 애매할 땐 미술관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사진은 막내 동생이 장인 정신으로 찍어줬다. 가끔 동생 보고 남편이냐고 물어보는 외국인 분들도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누가 봐도 내가 누난데... 아무래도 동양인들 나이 구분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

hamburger bahnhof museum


https://www.smb.museum/museen-und-einrichtungen/hamburger-bahnhof/home.html

함부르거 반 호프만 미술관은 1846년 함부르거 사이에 있는 철도에 지어졌고, 건축과 철도의 선구자인 Friedrich Neuhasu에 의해 만들어졌다. 1904년 미술관으로 새롭게 디자인되기 전까지는 20년간 거주용 건물로 쓰였다고 한다.
동그란 정원이 있고 그 안에 위치한 미술관

뮤지엄 패스를 사서 돌아다닐까 고민했었는데 하루에 미술관을 3군데 이상은 돌아다녀야 되길래 뮤지엄 패스 티켓은 사지 않았다. 평소처럼 일일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가니 예술서적과 엽서들이 놓여있었고 내부 공간의 빛이 너무 화사했다.




바바라 크루거 작품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봤던 바바라 크루거 작품이 이 곳에도 있다니. 바바라 크루거는 당대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 무겁다. 개인적으로 어두운 작품보다 색감이 감각적인 작품을 좋아한다.



josef albers 작품

바보 같지만 이 아티스트가 바우하우스의 교수였다는 걸 베를린 와서 처음 알았다. 그저 '아... 저 색감이 너무 좋다.'라는 생각만 했을 뿐.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


계단 위에서 바라본 미술관 입구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holocaust memorial


다음 장소로 간 곳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다. 사진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가운데로 들어갈수록 깊다. 차갑고 우울한 시멘트와 대조되게 아이들이 너무 밝아서 '그래. 우울할 필요는 없지' 싶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밝고 긍정적인 것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긍정은 지금 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꾸준히 열심히 시도하는 것이다.






브란덴 부르크문과 국회의사당

brandenburg gate and the national assembly building


세상 밝은 내 모습

정말 사람이 무지 많았다. 역사적인 장소는 안 보고 오면 꼭 중요한 공간이라고 하길래 조금씩 챙겨봤다. 손 한번 해맑게 흔들고 나온다.


(뭔지 몰라도 그냥 멋져...)


옹기종기 앉아 있는 사람들

국회의사당이나 베를리너 돔에서 좋았던 건 공공기관 앞에는 저렇게 넓은 잔디가 있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누워 쉴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 광장이 없다는 건 사람 간의 수평적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말한다고 한다. 돈을 내야지만 공간에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 반대로 말하면 '돈'이 없다면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 사회에서 커뮤니티 플랫폼은 자본에 철저히 기반하여 관계의 의미를 찾기에 그 안에서 마저 엘리트 의식이 강한 집단이 돼버리면 대화의 출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의미를 따지고 살기엔 내가 티끌 하나 없이 올곧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사람이다. 현실에 맞춰 사람들과 유연하게 살고 싶을 뿐.


2주간 자유영혼인 하루살이의 뒷모습

베를린 가기 전에 돗자리를 가져갈까 고민했는데 아무도 돗자리 펴고 눕는 사람이 없다. 예전에 퇴사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공원에서 산책하고 벤치에 누워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쉬고 싶을 수가 없다. 직장 생활에서 답답한 것 중 하나가 창문도 없는 건물에 앉아 계절 감도 없이 시간을 보낸다는 거다. 6시까지 모니터만 응시하다 퇴근길 바람을 맞고 '오늘 날씨가 이렇게 좋았는데 난 자리에 앉아있었구나.' 하며 힘 없이 터덜터덜 지하철로 향한다. 그런 일상이 몇 년 반복되다 보면 2호선 성수역을 지나 한강만 봐도 바다가 보고 싶어 진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당 충전

전시도 보고 이 날도 역시 많이 걸어 다녀서 카페에 도착하니 6시를 가리킨다. 걷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기온이 너무 떨어져 발걸음 떼기가 쉽지 않다. 9월의 선선하던 바람이 그립지만 겨울 혹한기를 보내면 더 단단해진 꽃이 필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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