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길게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20대 중 후반에는 돈도 돈이지만 하루빨리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여유롭게 여행 갈 생각은 못했다. 왜 그랬을까...(웃음) 가나 안 가나 큰 지장은 없었을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회사를 관두고 2주 동안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떴다. 마음이 여유로웠다기보다 지금이 아니면 못 갈 것 같았고,우연찮게 입사하게 되면 기회를 놓칠 것 같았다. 생각보다 삶의 전환점은 긴 고민 끝에 '지금 당장'이라는 단순함이 만들어내곤 한다.
아침은 카페라테와 샌드위치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준비해서 간 카페
베를린 여행 첫날은 폭풍 감동해서 '우와!!!'라는 말만 최소 10번 이상은 했고, 둘째 날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느라 뇌가 풀가동 상태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 곳은 Ziet fur Genuss 카페였는데 비건 살라미 샌드위치와 카페라테로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베를린의 주요 랜드마크는 버스로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는 거리여서 초반에는 버스를 많이 탔다. 버스비는 한 사람당 2.6유로 정도였는데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한 3,000원가량이고 교통비가 그리 싸진 않다.
성 미카엘 교회
St.michael's church
이곳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공간이었는데 함께 간 막내 동생이 이 교회를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여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키다리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부는 고요한곳이었고 교회 주변 벤치에 앉아 쉬는 아주머니와 내 또래 정도 돼 보이는 친구도 있었다. 베를린은 '휴식의 나라'였고 그런 여유와 안정감이 좋았다.
voo store 매장 외관
부 스토어는 커피와 패션 브랜드를 판매하는 복합 브랜드 매장이다. 매장 내부로 들어가니 명품 운동화도 있었는데 평소에 값비싼 브랜드를사는 일엔 영 관심이 없어서 조용히 구경만 하고나왔다.
너무 일찍 와버렸다. 목요일 저녁에 갔었으면 나았을 텐데 한 곳만 볼게 아니었기 때문에 피곤한지도 모르고 열심히 걸어 다녔다. 시장 안에 신기하게 photoautomat도 보이고 특이한 조합이다. 이곳에서 네 컷 사진은 안 찍었지만, 카운트도 없이 '팡! 팡!' 소리를 내는 기계에 놀라 웃음이 빵 터졌다. 표정을 다듬을 새도 없이 플래시가 터지는 바람에 날 것 그대로인얼굴 사진이 남았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east side gallery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벽 뒤에 있는 강에서 한 컷
10월 중순은 그리 춥지 않아서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돌아다녔고, 비가 올 때면 머리카락이 주체를 못 하고 붕붕 떠 다녔는데 나중에는 머리가 꼬브라지든 날아다니든 포기하고 돌아다녔다. 여행 다니는 일정이 지날수록 패션은 조금씩 단순해진다.
그 유명한 벽화
내가 본 'call me by your name' 주인공들과는 온도차가 크구나. 책 속에서만 보던 딥 뽀뽀 벽화를 내 눈으로 보다니 신기했다.
작은 정사각형 돌에 이스트사이드에 그려진 유명한 벽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금액은 묶음 5개로 12유로 정도였고 동생이 꼭 사고 싶다길래 하나 구매하고 아저씨의 미소도 사진에 담았다. 12유로를 잘못 보고 처음에 12센트를 줬는데 아저씨 죄송. 그래... 이걸 12센트에 줄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했다. (또륵)
berliner dom
베를리너 돔
지붕의 푸른색이 고급지고 비싼 느낌인데 베를린 돔 앞에 넓은 잔디가 있어서 학생들과 많은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자리에 앉아 대화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두스만 서점과 홈볼트 대학교
두스만 서점
홈볼트 대학교 도서관
홈볼트 대학 근처를 배회하며 만약 내가 해외에 있는 대학을 다녔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했다. 한창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열정이 컸을 때가 있었는데 특히 핀란드 디자인 경영과 청년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제는 먼 일이 돼버렸다. 관심사나 가고자 하는 길도 많이 변했고 한국에서 자리 잡는 일이 해외에서 도전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지금은 그 어디에 있든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않나 싶다. 만족의 범위가 사람마다 달라서 고통의 크기가 다를 뿐이지.
드디어 숙소 도착! 생각보다 정말 많은 곳을 보고 왔다. 기본 7-8군데였는데 이제 와서 보니 너무 돌아다녔구나. 다음에는 하루에 3-4군데 정도만 봐도 되겠다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고 내년에도 그 어디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행은 힐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