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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집

베를린장벽부터 그로피우스 미술관까지

베를린 여행 1일 차

by borderless

제목은 베를린 장벽 부터지만, 첫 시작은 항공기 얘기부터 하려 한다.


항공기는 KLM 네덜란드


만만의 준비를 하고 베를린 테겔공항에 드디어 도착! 내가 탄 항공기 편은 klm네덜란드 항공이고 금액은 1인당 왕복 100만 원가량이다. 조금 더 미리 일찍 예약했다면 더 금액은 떨어졌겠지만 그래도 만족했고 생각보다 항공기 내부가 깨끗한 데다 디자인도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비행기 타면서 제일 중요한 안전을 생각해야 되는 마당에 예쁜걸 따지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예쁜걸.




베를린 도착, 숙소 둘러보기


꼼꼼하고 예민한 호스트 할아버지 , 사진은 미리 허락받고 찍음

베를린은 city tax를 받는다. 숙박비의 5%이고 에어비엔비 호스트가 금액을 더 받을 거라고 생각 못했지만, 사이트에서 독어로 쓰여있어서 tax를 더 받는다는 사실을 결제를 다 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도착하자마자 호스트에게 간단히 숙소 사용 방법과 세탁소 위치 등의 설명을 듣고 도시세를 바로 지불했다. 5% 로라 다행인 듯.


창가 밖 예쁜 건물과 노란색 잎사귀들

에어비엔비 홈페이지에서 보던 숙소 이미지 그대로였고 지내면서 편했던 건 관광하기에 위치가 좋았고, 무엇보다 침낭이 따뜻하고 포근해서 잠이 잘 왔다. 또 다른 장점이라면 물도 너무 따뜻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창밖에 건물과 노란 단풍이 흐드러지게 펼쳐져있어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과장하자면 약간 그림 같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영화의 한 장면도 떠오르고, 숙소 바로 맞은편에는 마켓이 있어서 간단하게 물, 우유, 과자 도 살 수 있었다.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숙소 선택이었다. 도착하기 전까지는 걱정을 많이 했다. 처음 사용해보는 에어비엔비 숙소 예약이고 과연 베를린에 잘 돌아다닐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걱정은 왜 했나 싶다. 역시 걱정은 걱정을 낳고 결국엔 언제나 별일 없었다지.





2시간 숙면 후,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으로 직진!


장거리 비행에 경유 1회를 한 뒤라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살짝 지친 상태였다. 호스트 분의 설명을 간략하게 듣고 바로 침대에서 바로 기절. 숙소에 오전에 도착한 상태여서 근거리에 있는 '그로피우스 미술관'으로 작품 관람을 하러 곧장 걸어갔다. 첫날이라 그런가 피곤할 법도 한데 베를린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기뻤고 가는 길마다 보이는 멋진 건축물에 '우와~ 우와~'를 외치면서 빗길을 가로질러 갤러리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너무 초등학생스럽지만 신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로피우스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들렀던 베를린 장벽



드디어 도착한 미술관, 이제 티켓부터 사고 보자.

미술관 2층 내부 벽면 모습

베를린에 머무르면서 미술관은 아마 6곳을 간 것 같은데, 그중 제일 마음에 드는 미술관은 단연 그로피우스 미술관이다. 전시 디자인에 사용된 타이포그래피며 내, 외부 디자인도 화려하고 무게감이 넘쳐나 전시를 보러 온 건지 건축물을 보러 온 건지 잘 구분하기가 어렵다. (당연히 둘 다 보러 온 게 확실해...)


그로피우스 바우의 설명을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유럽에 가장 유명한 전시 공간 중 하나이고 현대미술 그리고 건축 전시와 함께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1881년 그로피우스 바우에 의해서 장식미술관으로써 처음 열게 되었고, 건축가 Karl Friedrich Schinkel's 디자인 기본 원리에 의해서 개발되었다고 한다. 1966년에는 이 곳을 역사적 랜드마크로 지정하고 1945 폭격에 의해 파괴된 건축물의 일부는 1976년에 재구축을 하고 1981년에 재개장을 했다고 하는데 역사가 아주 깊은 미술관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멋진 실루엣


여러 작품을 봤지만 그로피우스 바우의 전시 공간 구성 방식이 정말 산뜻하게 느껴졌다. 전시 공간을 굉장히 잘 활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일반적인 전시공간은 우드 바닥과 흰 벽에 작품이 걸려 있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떤 전시실은 모든 벽면을 패턴으로 가득 채우거나, 바닥에 흙이 가득한 자연을 연출하거나 공간 구성과 작품의 전개가 확확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치울 때는 힘들 것이 분명한데 관람자들은 그 수고만큼 눈 호강한다.



몇 개의 재밌는 공간을 보면 이렇다.


1. 귀요미 땡땡이 방

저 친구들처럼 벽 짚고 놀아볼까 1초라도 생각해보았을 거라 예상하시겠지만(?)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저런 모습을 보는 게 더 즐거웠고 어른들의 순수함을 보는 건 왠지 모르게 귀엽다.



2. 걷다 눕는 '눕방 전시실'

몇 개의 전시실을 쭉 걷다 저렇게 누워서 천장의 작품을 보는 전시실이 꽤 있었는데 저렇게 관람자들은 차분히 들 작품을 충분히 관람한다. 덕분에 나도 누워서 보면서 뭔가 졸리면서도 아늑한 느낌마저 들었다. 난 그저 이런 자유로움과 거리낌 없이 그리고 편견 없이 움직이는 동선들이 행복했다.



3. 공포의 찰싹찰싹 영상

이 영상은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없으나 영상 후반부로 갈수록 서로 때리는 속도가 더 거세지고 점점 극한으로 때리는데 보는 내가 더 아팠다. 주제를 살펴보진 않았지만 마치 인간의 가학성을 표현한 것인가 싶고 현대 미술의 난해 함이라고 해두면 좋을 듯하다. (음. 이런 게 현대미술이라면 난 안 하련다.)



4. 어둠의 외침 '우주'같은 전시실

아주 깜깜한 전시실이었는데 내 손도 안 보이고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저렇게 영상 음성과 자막만 나오는데 꼭 우주에 온 것 만 같았다. 공간마다 즐거웠던 건, 오감각 중 한 두 가지를 아주 못 쓰게 만들어서 당혹스럽게 하는 것이 아마 전시 관람의 묘미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깨달은 건 몸을 소중히 하자. 뭐 하나라도 망가지면 괴롭기 때문에.



5. 약간 호러스럽지만, 갑자기 '숲 속' 전시실

고개 절레절레는 동영상 촬영 스탑 요청의 사인

신발을 따로 신고 들어가야 되는 공간도 있었고 이렇게 날 것 상태로 흙을 밟으면서 전시를 보는 특이한 공간도 있었다. 분위기는 보색이 강렬하고 공간 내에서 울리는 음악이 우중충하여 무섭긴 했지만 신선하게 느껴졌다.



6. 푸른 잔디 숲

이 작품이 예술적으로 그리고 미적으로 감각적이 다라기보다는 인공물인 유리병을 모아 푸른 잔디라고 표현했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사진에서는 조금 작은 면적으로 보이는 듯하는데, 실제로 보면 작품의 면적이 전시 바닥을 다 메울 만큼 거대하다. 작품의 크기가 때론 강한 울림을 주기도 한다.



7. 빛과 크리스털이 빛나는 방

베를린은 날씨가 흐리고 바람도 꽤 불고 으스스할 때도 많지만 햇볕이 비출 때만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오후 5시쯤 해 질 녘 따뜻한 노란빛이 크리스털을 반짝반짝 비추고 있었고 이 방에서는 조금 길게 오래 머물렀다. 빛은 사람을 따뜻하게 만든다.





6시면 전시는 끝. 이제 마무리

늦은 오후에 바라본 그로피우스 바우의 모습

전시를 다 보긴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간 것 같았다. 조금 더 충분히 보고 싶었는데 숙소에서 잠을 자고 간 뒤여서 천천히 보기엔 시간이 조금 촉박했다. 한국에도 좋은 전시는 많지만 베를린에서 전시 관람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는 차이가 있었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 그리고 어느 누구도 관람 방식에 두려움을 갖지 않고 기꺼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모습. 그 점이 멋있었고 잠시라도 그런 일상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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