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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derless Sep 07. 2024

책 리뷰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긍정의 태도에 대하여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저자 김혜남


요즘 동네에 좋아하는 카페가 생겨서 그 공간에 조용히 앉아 책 읽는 시간을 갖곤 합니다. 일이 너무 바쁜 시기에는 독서를 장기간 놓칠 때도 있지만 금년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해서 1-2시간 만이라도 활자를 눈에 익히고 있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삶의 고민을 나열하는 에세이는 안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란 사람을 반추하고 반성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살아온 저자가 파킨슨병에 걸린 이후부터 그녀만의 긍정적인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고 깨달은 점을 이야기해 주는 진솔한 자서전입니다. 파킨슨병은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뇌의 일부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줄어들어 근육이 경직되고 자세가 불안정하게 되며 보통 60세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질병입니다.


저자와 같이 이른 나이에 파킨슨 병명을 듣게 됐을 때 과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였다면 상대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웬만한 정신력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저자는 일상을 즐겁고 유머러스하게 웃어넘기며 심지어 약 복용 후 단 3시간 밖에 정상적인 움직임을 갖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삶을 사랑하고 애정합니다. 그녀의 용기 있는 태도와 마인드를 읽으며 저 또한 제 안의 보이지 않는 결핍을 언젠간 긍정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속에 기억에 남는 문장을 남겨봅니다. 저에게 작은 울림을 주었던 문장들입니다.


삶을 즐기는 것은 '~해야 한다'는 말을 줄이고, '~하고 싶다'는 말을 늘려 나가는 것이 그 시작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못 당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의무감과 책임감만으로 살아가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눈앞의 놓인 과제들에 내 인생을 다 내어 주기보다는 좀 더 멀리 보며, 나를 더 아껴주고, 틈틈이 나에게 즐거운 음악을 들려주고, 달콤한 휴식을 허락할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인다는 어린 시절의 전지전능함을 포기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가능할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꿈을 떠나보내는 과정이다.



만일 당신이 상대를 치유하려 들면 어느새 당신은 상대를 지배하려 할 것이고, 상대는 자신을 통제하려는 당신에게 엄청난 분노를 쏟아 낼 것이다. 서로의 감정이 통제되지 않은 채 복잡하게 얽히면 문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서로 상처투성이가 된 채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분명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우리를 훨씬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감추고만 싶었던 나의 약점과 단점을 알고도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받아들여 주면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구나'하는 긍정적인 확신을 갖게 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무엇이든 시도해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심리적 장벽을 깨부수고 새로운 세계와 조우하며 자아를 확장해 나간다. 사랑 안에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분석가들은 '좋은 치료자 백 명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낫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직장 동료, 선후배와 가족 같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유지해 나가는 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투여된다. 친밀하다는 것은 서로를 잘 알면서도 받아 주는 특별한 관계가 된다는 뜻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 줄 용기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며 관계에서 오는 실망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친밀한 관계에서 평생을 통틀어 가족과 소수의 친구만이 포함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다 보면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어 버림은 물론, 인간관계가 의무이자 책임이 되어버린다.


혜은 씨는 얼마 전에 한 남자 후배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선배, 우리는 선배가 좋아서 함께하고 싶은 거예요." 그녀는 "좋아해 주는 건 고마운데 그냥 나는 혼자가 편해"라고 답했다고 했지만 좋아서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기쁘지 않았을까. 그 후배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오면 좋겠다. 꽁꽁 걸어 잠근 마음의 빗장을 푸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누군가의 다정함이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5DF6tcgVA3Y&list=PLuAJAfRdKoNbBCTG0nbSy5nPV2uRjhhjz&index=16

영화OST / 영화음악] 노팅 힐 (Notting Hill, 1999) - 엘비스 코스텔로 "She

마지막은 영화 노팅힐의 마지막 장면과 함께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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