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의 초상화

서울 광진구 마을사진기록단 작가노트

by 보리보리

-2023.11.12-


어려서 살았던 단독주택을 보고 싶어 앨범을 보았다. 어디에도 그 집을 주인공으로 찍은 사진은 없었다. 집은 사람들의 배경으로만 남아 있었다. 과거 항공사진 검색을 해서 어려서 살던 동네를 보았다. 그렇게 과거의 그 집을 추억했다. 지금 그 집은 빌라가 되었고, 곧 그 빌라도 철거되고, 그 집이 있던 언덕도 사라질 것이다.

아직 남아있는 광진구의 단독주택들. 아파트를 바라볼 때 보다, 단독주택을 바라볼 때에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오래된 집인 것 같은데 불편하지 않을까? 겨울에 춥지는 않을까? 저 집의 사람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을까?

관상을 보고 사람의 마음을 읽고, 살아온 세월을 읽듯이 건물의 관상을 읽을 수 있을까. 저 대문은 언제, 왜 저렇게 페인트칠을 했을까? 정원의 저 나무는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자랐을까? 누가 보살핀 것일까?
집의 인상은 그 집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부지런한 누군가가, 그 집을 아끼고 사랑했던 누군가가 긴 세월 쓰다듬어 저 집은 저런 인상을 가지게 되었겠구나. 혹은 누군가 더 이상 집을 보살필 수 없어 저 집은 저렇게 되었겠구나.

광진구로 이사 온 지 28년이지만 이번에 새로운 골목들을 많이 걸어 보았고, 알게 되었다.
마치 여행 온 듯이 의외의 장소들을 발견하며 설레기도 했다.
33만 6천 명이 살고 있는 광진구에서 고작 몇 가지를 새로 들여다보게 되었을 뿐이지만, 이 작업이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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