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크리스마스트리

by 신민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어린 시절 12월 이맘때면 해가 질 녘

거리에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에 마음이 들떴던 기억이 난다.

딱히 어디에 가지도 않고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설렘으로 부풀어 오르는 마음으로 매일 기분이 좋았다.



산타할아버지, 루돌프, 머라이어 캐리가 부르는 캐럴송, 크리스마스 케이크.

눈이 오지 않는 지역이라 티브이에서 보는 12월의 눈.

희한하게 딱 12월 25일까지는 매일매일 설렘으로 마음이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고

12월 26일이 오면 그런 기분이 팍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린 시절의 12월 내 마음을 온통 빼앗아갔던 크리스마스트리는 모두 집 밖에서 보던 것이었다.

이제 사십 대가 되어서야 꼬마 덕분에

작년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보았다.

그리고 올해 두 번째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시간적 여유도 있고 경제적인 여유도 생겼는데

분명 그럴 수 있는 형편이었는데

어째서 단 한 번도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지 모를 일이다.

단 한 번도 만들어봐야겠다, 만들고 싶다.... 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남이 만들어 놓은 거 집 밖에서 보는 거라고 당연히 생각해서였나?

그조차 모르겠다.



작년 꼬마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자고 하는 말에

어린 시절 12월만 되면 둥둥 떠다니는 마음으로 지냈던 소녀가 꼬마에게 알겠다고 말했다.

급하게 주문하는 바람에 질이 별로인 제품이 왔다.

포장을 뜯고 만드는 내내 무슨 반짝이 가루 같은 게 그렇게도 떨어지는지.

그리고 싼 돈을 주고 사긴 했지만 무슨 싼티가 그렇게 나는지.

철거할 때 버릴 생각으로 별 애착 없이 만들었지만 꼬마는 너무 행복해했다.



올해 12월이 돌아왔다.

꼬마는 또다시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우리도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냐며.

크리스마스트리를 몇 날 며칠에 걸쳐

신중하게 검색하고 후기도 읽어보고 후기 사진도 꼼꼼히 살펴본 다음

이건 내년에도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보관 가방도 구입했다.



그리고 이번 주 크리스마스트리를,

내 생애, 우리 꼬마 생애에도 두 번째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트리를 만드는 내내 어린 시절 한 번도 트리를 만들어 본 적 없던 소녀가 즐거워했다.

이 나무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신기해하는 꼬마에게 이건 가짜나무라고 대답하고

산타할아버지가 웨이트 하는 오너먼트를 보면서 함께 깔깔거리며 웃었다.

트리에 전구를 빙빙 둘러서 감고(걷어낼 때를 생각해서 꼬이지 않게 곱게 곱게 고이고이)

어디에 설치할지 고민해서 정한 다음

불을 끄고 트리에 보조배터리를 연결해서 전원을 켜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리모컨이 있어서 8가지 모드의 현란한 반짝임을 보자 슬슬 마음이 둥둥 떠올랐다.

꼬마는 트리 옆에서 프리스타일 댄스를 췄다.



머라이어 언니 노래도 들어야지.

12월 25일까지 반짝여줘.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