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작가 소설 도장깨기

by 신민화

최근 성해나 작가님의 최신작 ‘혼모노’에 배우 박정민님이 ‘넷플릭스 왜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추천사를 쓰셔서 ‘난리’가 났었다. 나도 이 추천사에 끌려서 ‘혼모노’를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는데 그야말로 재미있었다. 생각거리도 풍부했다.



난 드라마보다 소설이 더 재미있는 사람이다. 박정민 님의 추천사는 나를 끌어당길 수 밖에 없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주어진 텍스트만으로 나만의 소설 속 세계를 만들어보고 그 속에 푹 빠졌다 나오는 경험이 즐겁다.

요즘 내가 너무 애정하는 소설작가는 최진영, 천선란, 김영하, 조정래, 이유리, 김유담 작가님이 있다.



조정래 작가님은 대학시절 ‘아리랑’을 읽고 ‘태백산맥’까지 읽은 후 그 장인정신, 사명감에 압도되었다. 오래 전 읽은터라 올해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3부작을 천천히 평생에 걸쳐 읽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구한말시대부터 독재정권 시절 100년의 시간동안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책은 작가님이 약 20년동안 집필하셨다고 한다. 한 작가가 인생의 20년을 바쳐 완성한 소설이라면 나도 그게 걸맞는 자세로 읽고 싶었다. 등장인물에게 조금 더 이입해서 그 시대를 살았던 모습을 조금 더 생생하게 그려보면서 나도 소설 속에서 살아보고 싶어졌다. 이런 마음으로 이번 주에 아리랑 3권을 읽기 시작했다.



최진영 작가님은 내 ‘최애작가’님이시다. 최애라고 하기엔 아직 읽은 작품 수보다 읽지 않은 작품 수가 훨씬 더 많다. 시중에 나와있는 최진영 작가님 작품은 전부 다 소장하고 있다. 시작은 ‘비상문’이었다. 자살한 동생의 형이 화자로 나오는 소설인데 읽는 내내 작가님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와서 아주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말들을 꺼내다가 종이 위에 촥 펼쳐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했던 생각들, 내가 느낀 감정들이 낱낱이 생생하게 쓰여진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주하는 기분. 작가님도 가족 중에 누가 스스로 떠났나? 작가님은 어떻게 이렇게 가족을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지? 그리고 그 심정을 어쩜 이렇게 예리하게 날이 선 문장으로 표현하시지?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작가님 더 알고 싶다. 이 작가님 책 더 읽고 싶다.



그 다음은 ‘구의 증명’이었다. 올해 5월의 어느 날씨 좋던 주말, 가족끼리 근교에 나들이를 가서 차 한잔 시켜놓고 각자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나는 가져간 책, 그날 처음 읽기 시작한 책, ‘구의 증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날 앉은 자리에서 절반을 읽고 다음에 옮긴 자리에서 남은 절반을 다 읽어버렸다. 요약하면 하루만에, 약 4시간 정도에 걸쳐서 ‘구의 증명’을 다 읽었다는 이야기인데 책장을 펼치고 페이지를 한 장, 또 한 장 넘길 때마다 문장 속으로 소설 속 세계로 소설 속 인물 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대체적으로 등장인물이 된다기보다는 등장인물 바로 옆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 지켜보는 편인데, 정신없이 빨려들었다. 작가님이 펼쳐놓는 문장 속으로 그 세계 속으로 쉴새없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이제 꼴랑 두 권 읽어놓고 그래 이건 최애등극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끌고 그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생각거리를 주고 감정의 여운을 남기고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소설작가라면 내 최애가 맞다. 더 알고 싶다. 더 읽고 싶다.



그래서 전부 사들였다. 혹시나 절판될까봐. 기존 작품이 개정판이 나와서 예전 버전이 절판된 작품은 개정판으로 들였다. 작가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도 사들이고 있는 중이다. 전부 읽고 싶다. 지금 읽는 작품은 최진영 작가님의 첫 소설집 ‘팽이’이다. 개정판이 표지도 너무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나와서 나온 날 구입했는데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다. 이제 두 개 읽었는데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책장이 넘어가는게 아까울 정도로 좋다.



소설 속 세계로 빠져드는 건 몰입이기도 하고 여행이기도 하고 회피이기도 하다. 취미 활동에 깊게 몰입한다는 것이기도 하고 고단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그 두가지를 모두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간이어서 최애작가의 소설, 읽을 소설이 많다는 건 기쁨이다.



지금 도장깨기 프로젝트 중인 작품은 총 세 개다. 조정래 작가님 3부작, 최진영 작가님 작품전부, 그리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국내 소설에 조정래 작가님 작품이 있다면 외국 소설에는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있다. 같은 맥락으로 프루스트도 이 소설을 장장 14년에 걸쳐서 집필했다고 알려져있는데 이 소설은 읽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는 신기한 소설이다. 2022년 말부터 2년 동안 1권만 3번 읽고, 2권을 사놓고 딴길로 새버린 상황인데 이 책도 내 인생에 걸쳐서 천천히 읽어나갈 예정이다.





나만의 아지트가 있는 느낌. 혼자만의 시공간에서 책장을 펼치면 그 세계 속을 마음껏 누빌 수 있는 기쁨. 죽을 때까지 다 읽지 못할 정도로 많은 책들이 있어서 내겐 일단 절벽에서도 내 몸을 지탱할 수 있는 튼튼한 동아줄이 하나 확보된 셈이다.



맞다, 올해 창비 북클럽에 가입했더니 계간 창작과 비평을 보내주더라. 올 해 가을호부터 연재되는 장편소설이 백수린 작가님의 ‘온통 부드러운 흰 빛’인데 연재소설 읽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와. 겨울호 오자마자 머릿글 읽고 바로 장편연재를 단숨에 읽었는데… 다 읽고 너무 좋아서 책을 와락 껴안아버렸다. 다음 내용은 봄이 되어야 읽을 수 있을텐데. 와 연재소설, 사람 설레게 하네.



백수린 작가님 소설은 ‘눈부신 안부’를 읽고 두 번째 읽는 건데 ‘이방인’이라는 소재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가 이방인었던, 혹은 이방인인 곳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계신다. 더 깊은 이야기는 좀 더 읽어보고 해야겠다.



아, 맞다. 최애 작가님 소설은 온라인 서점에 신간 알림 등록은 기본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