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뜬 햇살을 표현하는 무한대의 방법

by 신민화

구독하는 뉴스레터 중 ‘우시사’라고 있는데, 시를 큐레이션 해서 이메일로 보내준다. 주기적으로 시를 추천해 주는 분들이 바뀌는데 지금 생각나는 분들만 떠올리면 박정민 배우, 김민하 배우, 신형철 평론가, 안희연 시인이다. 그분들이 쓰신 자신들의 일상, 시와 관련된 글을 읽고, 추천해 주는 시를 읽는 일이 즐겁다.



난 사실 시를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우시사를 구독한 지 꽤나 되었고 글도, 시도 꾸준히 읽고 있지만 어떨 때는 내가 뭘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싶은 적도 많다. 특히나 이게 무슨 말인지 아예 모르겠다 싶은 때도 많다.



우시사를 읽다가 마음에 드는 시가 있으면 그 시가 수록된 시집을 사기도 한다. 그렇게 모으게 된 시집이 꽤나 있다. 내가 시집을 시 읽는 사람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시집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나 스스로가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 같기도 하고, 배우는 사람 같기도 하고, 느끼고 싶은 사람 같기도 하고 표현하고 싶은 사람 같기도 하다.



시를 읽으면 시인이 보여주는 시의 세계에서 뭔가 암호 같은 걸 찾아서 해독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못하고, 느껴지기는커녕 무슨 말인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때에는 입술을 삐죽거리다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고 뭔가를 찾아내겠다는 비장함을 다지면서 한 줄 한 줄 집중해 보지만 고개만 갸웃거리다 이메일 창을 닫게 되기도 한다.



어느 날 챗GPT에게 시를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시 해설을 읽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내 자존심은 시에 대한 해설을 미리 읽지 말자고 한다. 감상은 자유 아닌가? 시인은 의도한 바가 있을 테고, 그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이도 있을 테지만 예술은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나름 해석할 자유가 있지 않냔 말이다. 문학에서 시는 해석의 자유가 소설보다 더 광활한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기에 해설은 내 나름의 느낌을 찾을 수 있을 때 그때 비교의 용도로 아주 나중에나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우시사에서 큐레이션 해주는 시를 읽고 나면 그 시에 대한 화자의 이야기가 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시를 즐기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 자유로워진다. 화자가 자신의 이야기와 시를 엮어서 글로 풀어내주면 난 나의 이야기와 시를 엮어보고 싶어진다.



요즘 읽는 시집은 이윤설 시인의 ‘누가 지금 내 생각을 하는가’이다. 역시 우시사에서 알게 된 시인이고 시집이다. 시인은 이미 5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이 시집은 유작이다. 우시사를 읽고 시집을 바로 구입하게 된 건 바로 이 글 때문이었다.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tgOgUE92nmoCloJQMC4rRu3zDc_xjSk



인간으로 살아봤고 꿈을 가져봤고 짝도 만나봤고
죽어서 먼지가 될지 귀신이 될지 우주의 은하수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온 것이 안 온 것보다 낫다.허나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시선으로 본 인생은 세상은 사람은 사랑은 어떤 것일까. 살고 싶기도 하고 후련하게 떠나고 싶기도 했을까. 삶에서 누릴 것을 겪을 것을 충분히 누려보았지만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오늘 밤하늘에 뜬 달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 달을 말할 때 어떤 단어와 문장을 쓸까. 나는 도무지 의미 없어 보이는 이 삶을 이해하고 싶어서 시인에게서 단어를 빌리고 문장을 빌리고 싶었다.



그리고 보고 싶었다.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고 하지만 ‘온 것이 안 온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 세상은 어떤 것인지. 왜 ‘시한부’라고 ‘인증’을 받은 사람들만이 죽음을 향하는 게 아닌데. 우린 모두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중인데. 어쩌면 나는 시인의 삶 이후에 남은 이 시집으로 나를 좀 꾸짖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넌 살아있으면서 왜 죽은 사람처럼 사니.



나도 이해하고 싶고, 지긋지긋하면서도 살고 싶은 이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런저런 동아줄을 만들어 여기저기 늘어뜨려놓고 이거 잡았다 저거 잡았다 하면서 나를 끌어올려보려는데 요즘은 시집이 내 동아줄이다. 지금까지 내 동아줄은 가족, 잠드는 시간, 김재중, 글쓰기, 그리고 책(대하소설 너무 좋다. 조정래 3부작,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는 죽을 때까지 쥐고 읽을 예정)이다. 갑분 동아줄 소개…..



그렇게 읽고 있는 이윤설 시인의 시인데, 읽으면 마음이 좀 시리다. 일단 시인이 지금 세상에 안 계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일거다. 시인의 눈 속까지 들어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곁으로 최대한 가까이 가서 시인이 보는 것을 같이 보려고 하면 그렇다. 그건 내 고통이 투사된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시인의 곁으로 마음을 띄워보다고 해도 내 렌즈엔 나만의 고통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



아무튼 요즘 그렇게 배우면서 나름 시를 읽는 중이다. 꼭꼭 씹어먹는 수준은 아니고 시식 정도의 수준. 하지만 내 입에 넣었으니 맛은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배우고 싶다. 세상을 좀 다채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오늘 뜬 보름달을 표현하는 무한대의 방법 중에서 나만의 방법을.







사진: UnsplashAnnie Spr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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