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좋다. 파랗고 맑은 낮하늘도 좋지만 밤하늘은 더 좋다.
까만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지구가 차지하고 있는 아주 작은 한 점 너머에 광활히 펼쳐진 우주가 느껴진다.
밤하늘을 보면서 이런저런 상상하는 게 재미있다.
요즘은 밤하늘을 보면서 100년 전, 1000년 전, 2000년 전, 8000년 전 10만 년 전에 하늘을 바라보았을 존재들에 대해 생각한다. 나처럼 저 어둡고 새까만 바탕에 맑고 밝은 달이 뜬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 각자 갈 길을 이어서 걸었을 존재들.
누군가는 하늘을 바라보다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금방 들어갔을 테고, 누군가는 기다리는 이 하나 없는 어딘가로 향했겠지. 누군가는 일생을 무탈하게 살았을 수 있고, 누군가는 굽이굽이 이어지는 아픔으로 평생이 가득했을지도 모른다. 삶마다 제 각각의 이야기로 가득했겠지만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무탈한 인생이었든, 아픔으로 가득한 인생이었든 지금은 이 땅 위에서 전부 사라지고 없다.
단 200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그 시대를 채우던 그 누구도 지금은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 200년 후, 이 시대를 채우고 있는 그 누구도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번뇌 속에 허덕이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모든 것이 사라져 왔고, 사라지고 있으며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내게 큰 위안이 된다.
결국 다 사라진다.
밤하늘을 올려다봄으로써 우주 속의 한 점 지구를 느끼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먼 옛날옛적 살았던 누군가를 상상하면서 찰나의 시간을 느낀다. 번뇌의 크기는 우주 속으로 나아가면서 점점 작아지고 희석된다. 이제는 사라진 존재들을 떠올리면 이것도 끝이 나리라는 희망이 느껴진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행복으로만 가득해도, 아픔으로만 가득해도 사라질 것이기에 좀 애틋해진다. 심지어 내 번뇌조차도.
누군가에게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심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같다.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나서 하늘을 향해 치켜든 고개를 내리고 지금 살고 있는 이 땅 위로 돌아오면 조금 전 마음속에 쌓여있던 것들이 사라져 있다.
밤하늘에게 위로를 받고 나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들어간다.
사진: Unsplash의Kai Pil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