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글일 뿐입니다

남 의식하고 살지 않으려고요

by 보리아빠

얼마 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이 발표됐습니다. 꽤나 오랫동안 브런치에서 활동하셨던 작가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이 대부분이었어요. 물론 브런치 활동 기간이 필력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플랫폼이 수많은 INFJ들의 세상을 위한 창구라 생각했던 저로서는, 결과가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공모엔 지원하지 않았지만요.


그렇지만 선정 결과를 보니 대강의 기준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잠시나마 바깥공기에 취해 어설프게 작가 흉내를 내던 자신이 부끄러워졌어요. '글'이 위주인 브런치는, 시작과 끝이 한결같을 수밖에 없다는 걸 잊고 있었거든요.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글이 책으로 만들어져야 파푸아뉴기니의 원목 보호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좋은 글이란 건 이곳에서만 만들어지지 않고요. 이제 펜을 놀리는 게 시작인 저 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고인 채 거점만 바뀐 베테랑 작가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왠지 브런치는 체스와 비슷한 분위기라 느껴졌습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 없이,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랜드마스터가 될 수 있어요. 차이점이라면, 브런치엔 레이팅 따위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저 '글만' 좋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어차피 운영진이 알아서 할 테니 불만은 없어요.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어서 브런치에 발을 들였지만, 창구가 생각보다 다양하단 걸 알게 되었거든요. 투고나 POD 같은 자가출판 등, 빵모자를 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은 접어두고 부지런히 읽고 쓰는 수밖에요.


다만, 이 청정하고 깨끗한 호수에 튜브 하나는 띄워 놓고 놀아보려 합니다. 그저 문우님들과 글을 나누며 즐겁게 지내는 것만 생각하려고요. 언젠가 제 이름이 찍힌 책이 나오려면, 그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정한 기준이 어떻든, 브런치에서 얼마나 살았는지 따위엔 관심을 지 않고요.


쓸데없는 일에 속 끓일 필요 없다는 것,

결국 돈이 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방식대로 즐기면 된다는 것.

이것이 오늘 느낀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