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of Days

by 보리아빠

신유년 닭띠 해의 유시, 저녁을 배불리 먹고 꾸벅꾸벅 조리치는 닭의 사주를 받고, 한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1년의 끝자락을 붙잡고 태어난 그는, 평생을 손해 보며 살고 있습니다. 저물어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쓸려서요.


크리스마스가 뭔지 잘 모르고 지냈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기념일이 두 개나 있다는 건, 선물 비용을 아끼기에 딱 적당했으니까요. 형 대접을 바라는 친구들과 맞먹으려는 후배들에게 시달렸습니다. 정년퇴직 시기도 반년이나 당겨졌고요. 노스트라다무스도 이런 예상은 못했겠지만, 꽤나 극적입니다. 마지막 날에 태어났다는 거는요.


보내는 분위기에 익숙해지며 점점 생일에 무심해졌고, 다가오는 새해를 생각하며 하루를 지냈어요. 주변에 딱히 생일도 알리지 않고요. 그렇지만 매년 생일상을 차려주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빠를 꼭 안아주는 보리를 보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기쁨을 조금은 누리고 살기로요.


오늘은 1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 마지막 날, 누군가는 결산을 하고 누군가는 계획을 세울 겁니다. 하지만 전, 이 하루를 그저 즐겁게 보내려고요. 저무는 해와 다가오는 해를 양손에 쥐고요. 지금까지는 생일을 감흥 없이 보냈지만, 이번엔 한번 떠들어 보려고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그래서 알려드립니다.


저 오늘 생일이에요! 축하해 주세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리고, 좋은 일은 말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 느낀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