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모락모락 나는 뽀얀 국물에 공깃밥 한 그릇 툭, 뚝배기 깊은 곳에서 한 숟갈 떠 후후 불어 한 입 먹으면, 겨울의 한파가 봄바람으로 바뀝니다. 여기에 갓 담근 김장김치 한 조각까지 올려서 먹으면,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요. 그렇게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서 며칠 뒤, 설렁탕집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합니다.
"아, 거기 김치 참 맛있었는데..."
뭔가 주객이 전도된 듯하지만, 진한 사골 국물이나 야들야들한 양지가 아무리 맛있어도 김치의 존재감은 압도적입니다. 김치를 시키면 설렁탕이 나온다고 봐도 좋을 정도예요. 그렇지만 '김치가 맛있는'이란 수식어를 간판에 내건 설렁탕집은 없습니다. 가게의 주 메뉴는 어디까지나 설렁탕이지 김치는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김치를 뺀 설렁탕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이 기묘한 관계를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었습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건
과연 못 먹은 밥일까, 못 이룬 꿈일까?
못 이룬 꿈과, 못 먹은 밥은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속물이라 비난하고, 현실도 모른다며 서로 타박하면서요.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면, 누가 과연 마지막 장면을 차지할지 모르겠습니다. 둘 다 중요한 가치인데, 마음속에서는 늘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습니다. 왜 이걸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요.
설렁탕과 김치를 보고 배웠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둘 다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란 걸요. 누가 엔딩 요정이 되는지를 고민하기 보단, 마음대로 화각을 잡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도 있겠지만, 화면이 멀어지면 결국 한 앵글에 담길 테니까요.
김치가 생각나 설렁탕집에 갔겠지만, 뭘 먼저 먹어도 뱃속에서 섞이는 건 똑같습니다. 그저, 밥을 먼저 먹을지, 꿈을 먼저 품을지 결정하는 기준만 세우면 됩니다. 꿈이든 밥이든 우리에겐 필요하고, 둘의 조화로 내가 완성될 테니까요. 그러니, 어떤 걸 먼저 선택해도 상관 없어요. 나머지도 곧 따라올 거로 믿고 노력한다면요.
밥이든 꿈이든 선택했다면
나머지가 따라오길 믿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 느낀 진리입니다.